있을법한 ⑮ 존엄사-연명치료 중지
있을법한 ⑮ 존엄사-연명치료 중지
  • 최형균
  • 승인 2013.10.17 19:05
  • 호수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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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 전 방송국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다. PD는 “존엄사에 관한 교수님의 생각을 2분정도 분량으로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라고 요청해왔다. 방송에 녹화, 녹음으로 나가는 경우는 방향에 맞추어 편집이 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답변할 수밖에 없었다.
방송 중에 시민들의 의견이 그대로 나오는 부분이 있었는데, “존엄사에 대하여 찬성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략 8:2정도로 찬성의견이 많았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필자 귀에는 찬성하는 시민이나 반대하는 시민이나 다 같은 의견으로 들렸다는 점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존엄사”라는 용어가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사람마다 다르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찬성하는 시민들은 회생가능성없이 무의미하게 연명하는 것은 중지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고, 반대하는 시민들은 혹시 깨어날지도 모르는데 치료를 중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이다. 결국 시민들의 생각은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반대하지만, 회생가능성이 있다면 치료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판단은 환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가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혼돈을 주는 용어가 되었지만 (정확하게는 일본을 거쳐 들어온 이 용어의 혼란은 일본의 탓으로 돌리고 싶다), 본래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본래는 지속적 식물인간상태(PVS: persistent vegetative state)에 있는 환자처럼 곧 사망이 예상되지도 않고 깨어날 가능성도 희박한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의 중단을 의미한다. 용어가 혼돈을 주니 시민들도 혼란스러운 것은 당연하다.
시민들의 답변은 결국 의사가 명확하게 판단해주길 바라는 것이지만, 의학적 결론은 그렇게 수학처럼 “1+1=2”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말기 암환자와 같이 임종과정에 들어서서 적극적인 치료보다는 호스피스가 필요한 환자도 있지만, 지속적 식물인간상태(PVS: Persistent Vegetative State)에 있는 환자처럼 곧 사망이 예상되지도 않고 깨어날 가능성도 희박한 환자도 있다. 결국 문제가 되는 것은 후자인 PVS 환자이다. PVS 환자는 고가의 의료비와 장기간 생존으로 사회적 비용이 크다. 그런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회생가능성이 없는 임종과정의 환자에 한정하여 환자의 의사에 따라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입법을 권고하였다. 그런데 의학적으로 전혀 무의미한 연명치료라고 하더라도 환자 또는 보호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계속 연명치료를 한다고 반대 해석이 가능하다. 이것은 타당한가? 국민건강보험체계에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지속하는 것은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필자는 아직도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그렇게 환자의 의사에 모든 것을 맡겼는지, 그리고 그럴만한 조건은 조성되어 있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아직 젊은 학생들에게 적절한 질문인지 모르겠지만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상황을 설정하고 한번쯤 생각해보기를 부탁한다.
“여러분의 부모님이 의식없이 누운 채로 6개월째 병원에 있습니다. 깨어날 확률은 0%는 아니지만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깨어난 사람도 있습니다.”
질문 1. 병원비는 국가에서 다 내줍니다. 계속 치료하시겠습니까?
질문 2. 병원비를 하루에 50만원 내야합니다. 계속 치료하시겠습니까?
위에 대한 여러분의 답이 진정으로 환자를 위한 것이라면 위의 질문 1과 2의 답이 같아야 한다. 답이 달라진다면 정부의 예산관련부처가 내심 환영할 수 있는 일이다. 국민건강보험과 정부 등의 부담은 환자가 내는 비용의 몇 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석배(법과대학) 교수
최형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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