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막하: 처녀귀신 vs 드라큘라
막상막하: 처녀귀신 vs 드라큘라
  • 이호연 기자
  • 승인 2013.10.30 22:19
  • 호수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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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누가 더 무섭나

막상막하

? 처녀귀신 vs 드라큘라

▲대중매체로 재탄생한 2013 처녀귀신과 드라큘라.

누가누가 더 무섭나


매해 여름이면 각종 포털과 방송국은 분주해진다. 납량특집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렬한 눈빛의 구미호, 원조 짐승남 늑대인간 등 전 세계의 다양한 귀신들은 각자 자신의 주특기를 살려 많은 사람들을 서늘하게 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여름의 태양을 피하기 위해 이 서늘함을 찾곤 한다. 이번 주 막상막하의 주인공은 동서양을 대표하는 처녀귀신과 드라큘라다.
먼저 이들의 외관부터 살펴보자. 동서양을 대표하는 귀신답게 외관부터 사람들을 압도한다. 처녀귀신은 청순한 하얀 소복과 결이 별로 안 좋은 긴 생머리로 상징된다. 이 모습이 얼마나 무서운 지는 옛날 옛적 사또 여럿을 졸도시킨 장화홍련 이야기로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벽안의 드라큘라는 핏빛 망토와 날카로운 치아로 상징되곤 한다. 뾰족한 송곳니와 그 사이로 흐르는 피에서 드라큘라의 카리스마가 드러난다. 성별조차 다른 두 귀신의 외관상 공통점은 여름에 어울리지 않는 패션(긴 소매와 긴 머리, 정장과 망토)이다. 더운 복장으로 매해 여름을 식혀준다는 점에서 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두 번째 비교점은 이들의 사연이다. 처녀귀신은 한 때문에 편히 저승으로 내려가지 못하는 귀신이다. 그녀들의 수만큼이나 사연 역시 다양한데, 가장 보편적인 건 새어머니의 질투 혹은 구박이다. 그녀들의 한은 안타깝지만, 간을 빼먹는 악취미라던가 이승의 총각과 결혼을 해야만 편히 저승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특징은 지금 봐도 ‘역시 귀신은 귀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드라큘라는 다양한 처녀귀신에 비해 분명한 사연이 있다.
드라큘라는 영국의 소설 『흡혈귀 드라큘라』로 처음 만들어졌고, 이 소설의 모티프가 된 인물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15세기 왈라키아 공국의 영주였던 블라드 체페슈는 전쟁포로에게 잔인한 결정권자였다. 그리고 소설에서는 이러한 체페슈의 잔인함이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에 대한 분노, 즉 한에서 나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드라큘라 역시 사랑하지 않는 자에게는 ‘흡혈귀’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현재 각종 매체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있을까. 처녀귀신은 우리나라 귀신답게 여전히 공포의 대상이다. 네이버의 여름 특집 릴레이 웹툰 <2013 전설의 고향>에서는 여러 명의 처녀귀신이 등장한다. 긴 머리를 늘어뜨린 모습은 시각적인 충격을 주기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드라큘라(뱀파이어)는 불멸의 사랑을 상징하는 트렌드가 됐다. 영화와 뮤지컬은 물론 대중가요에서도 드라큘라의 컨셉을 차용한다. 루마니아 출신의 미남형 외모를 가진 드라큘라는 여름 뿐 아니라 사계절 내내 방송에 나오곤 한다.
공포의 이미지를 유지하는 처녀귀신이 더 억울할지, 순정남으로 이미지 개편에 성공한 드라큘라가 더 억울할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들이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에 더운 복장으로 우리를 조금이나마 시원(서늘)하게 해줬다는 점은 확실하다.
이호연 기자 hostory3253@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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