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이 필요없는 '당연한' 결혼식
오지랖이 필요없는 '당연한' 결혼식
  • 이호연 기자
  • 승인 2013.10.30 22:23
  • 호수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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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설

오지랖이 필요없는 ‘당연한’ 결혼식


지난 토요일 청계천에서는 김조광수(48) 영화감독과 동성연인인 레인보우팩토리 김승환(29) 대표의 결혼식이 있었다. “내 동성결혼이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성 소수자들을 위한 운동의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김 감독은 결혼식 축의금 전액을 성소수자 인권 재단 ‘신나는 센터’ 설립 등 성소수자들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자신의 결혼식을 ‘당연한 결혼식, 어느 멋진 날’로 이름 붙였다. ‘당연한 결혼식’임에도 공개적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이유에 대해서 “우리를 계기로 동성애자들이 이성애자처럼 결혼을 선택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결혼하고 싶은 동성애자는 결혼할 수 있는 권리를 얻어내기 위함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공개결혼식이라는 점도 한 몫 하지만, 이들의 결혼식은 정말 큰 주목을 받으며 진행됐다. 지난 5월 김 감독이 ‘동성결혼식’을 하겠다고 발표한 기자회견 이후 웨딩사진, 청첩장 등이 공개될 때마다 매번 화제를 몰고 왔다. 그 이유는 ‘동성결혼식’이기 때문이 아니라, 동성결혼식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이뤄지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동성애라는 키워드는 아직 낯설다. 하지만 낯설다고 해서 무조건 부정해서는 안 된다.
동성애자들이 커밍아웃을 꺼리는 큰 이유는 아직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가 일종의 부정적인 낙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가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스스로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숨겨야 한다. 이러한 상황이 개선되려면, 성소수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보다는 사회가 그들의 방식을 존중하고 인정하려는 노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
자신이 동성애자가 아니라고 동성애 그 자체를 깎아내리는 건, 자신이 생선회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선회 그 자체를 깎아내리는 것과 같다. 생선회를 좋아하는 사람이 싫어하는 사람에게 강요하지 않듯, 성소수자 역시 당연한 ‘인정’만을 바란다. 단지 방식과 취향의 차이일 뿐이다. 한 사람의 취향을 자신의 기준에서 무조건 부정하는 건 지나치게 오지랖이 넓은 게 아닐까.
‘당연한 결혼식’에도 한 종교단체의 오지랖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오지랖을 보면 몇몇 사람들에겐 인정이 대단히 어려운 것도 같지만, 사실 이성적 생각만 따라준다면 ‘나와 다른 취향’에 대한 존중은 당연한 것이다. 이러한 오지랖에도 어쨌든 우리나라 첫 동성결혼식은 수많은 축하 속에서 잘 마무리됐다. 수년 후에는 동성결혼식이 정말 ‘당연한’ 결혼식으로 인식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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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story3253@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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