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 덕후
백색볼펜: 덕후
  • 이호연 기자
  • 승인 2013.10.30 22:23
  • 호수 13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공한 덕후가 되기 위한 방법

백색볼펜

‘덕후’

성공한 덕후가 되기 위한 방법

◇허락 없이 솔직한 고백을 하나 하겠다. 사실 우리 기자들은 모두 무언가의 ‘덕후’다. 아이돌 가수부터 야구, 영화, 웹툰까지 애정의 대상은 다양하다. 사실 덕후는 일본어 ‘おたく(오타쿠)’를 한국식 발음으로 바꾼 ‘오덕후’의 준말로, 한 가지 일에 광적으로 몰두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우리나라에선 외모를 비하하는 등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이지만, 사실 일본어 ‘오타쿠’의 원뜻은 그게 아니다. 일본에서 지칭하는 오타쿠는 ‘특정 취미에 강한 사람’, 단순 마니아 수준을 넘어선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 긍정적인 의미를 포괄한다. 우리나라 말로 풀이하면 ‘~광(狂)’과 그 의미가 유사하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백색볼펜에서는 나를 포함한 ‘덕후’들의 대변을 하려 한다. 사실 덕후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취향이 그대로 내보여진다는 점이다. 가벼운 말투에도, 사소한 아이템 하나에도 개인의 취향이 밀집해있다. 이러한 취향 ‘커밍아웃’은 부지런해야 할 수 있다. 사소한 아이템에까지 ‘내가 몰두하는 무언가’를 첨가하려면 생각보다 더 큰 열정과 애정이 필요하다. 덕후는 자신의 열정과 애정을 아낌없이 표출하는 부지런한 사람들이다.
◇한 커뮤니티의 유머게시판에 ‘미쳐야 산다’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온 적이 있다. 여러 자기계발서의 표지를 모아둔 사진이었는데, 작성자가 모아둔 그 책들의 교집합은 모두 제목에 ‘~에 미쳐야 한다’는 문구가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자기계발서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지만, 그 안에 담긴 작가의 경험만큼은 옳은 소리라고 생각한다. 어느 한 분야에 미칠 수 있는 소수만이 그 분야의 최고 권위자, 스페셜리스트가 된다. 그럼 제너럴리스트가 못 됐느냐고? 대부분 맞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하나에 미쳐있으면서 다른 분야를 무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들은 모두 자신의 주된 분야를 중심으로 다른 분야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성공하려면 무조건 미쳐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미침’은 성공을 위한 중요한 조건 중 하나가 맞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겐 성공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 위에서 빼먹은 게 있는데, 사실 우리 기자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무언가의 ‘덕후’다. 이를 부정하는 독자들은 다시 한 번 자신의 아이템들이 갖는 교집합을 생각해보길 바란다. 금세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남들이 모두 부정한다고 해도 본인에게 즐겁게 다가온다면 그건 애정의 대상으로 충분하다. Major한 분야도 Minor한 분야도 모두 ‘미침’의 대상으로 충분하다는 뜻이다. 취향을 커밍아웃한 덕후는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그리고 모든 존중은 인정에서 시작된다. 주류를 강요하지 않고 비주류를 인정하는 건 당연해야 한다. 우린 모두 같은 ‘덕후’이니 인정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관용을 갖고 성공한 덕후가 되자. 
 <好>

이호연 기자
이호연 기자 다른기사 보기

 hostory3253@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