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가 궁금하다
의도가 궁금하다
  • 이호연 기자
  • 승인 2013.10.30 22:26
  • 호수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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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설


의도가 궁금하다

 

지난 6일 조선일보로부터 혼외자식과 관련된 의혹을 받았던 채동욱 검찰총장이 지난 13일 결국 사퇴했다. 조선일보의 보도 후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직접 감찰 지시를 내렸고, 채 총장은 “혼외아들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며 결국 사퇴했다.
청와대가 직접 검찰을 압박하는 등 채 총장 사퇴에 직접 개입하는 이른바 ‘찍어내기’를 통해 사퇴를 종용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취임할 때부터 ‘칭찬 청문회’로 큰 관심과 신뢰를 얻었던 채 총장은 5개월간의 임기 동안 독재보고제 폐지, 원세훈 국정원장 구속, 노태우·전두환 추징금 환수, CJ 이재현 회장의 비자금 의혹수사 등 많은 성과를 냈고, 원전비리와 4대강 비리를 조사하고 있었다. 청와대의 찍어내기는 이렇듯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검찰에게 단단히 박힌 미운 털 때문이 아닐까하는 추측도 난무하고 있다.
일하는 검찰에게서 그 수장과 칼을 빼앗는 행동이라고 생각된다. 혼외자식 의혹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검찰이 조선일보와 황 장관에게는 본인의 치부를 위협하는 존재로 다가왔다고 느꼈을 것이다.
공직자의 실력과 인성 중 무엇이 더 우선돼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이전에도 여러 번 있어왔다. 공직자는 나라의 일을 하는 사람이다. 사람 자체를 평가하기 위한 척도라면 당연히 인성이 중시돼야 하겠지만, 공직자라면 경우는 달라진다.
충분히 실력을 검증받았고, 또 결과로써 보여준 채 총장의 사퇴가 의심스러운 것도 같은 이유다. 더구나 혼외자식은 아직 의혹일 뿐이다.
채 총장에 이어 사퇴한 대검찰청 김윤성 감찰1과장은 “대한민국이 권력의 음산한 공포 속에 짓눌려서는 안 된다”며 “아들딸이 커서 역사시간에 2013년 초가을에 훌륭한 검찰총장이 모함을 당하고 억울하게 물러났다고 배웠는데 그때 아빠 혹시 대검에 근무하지 않았냐고 물어볼 때 (당당히) 대답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아랫사람에게 신뢰를 받는다는 점을 보아 그의 인성 역시 크게 의심되진 않는다.
혼외자식 의혹의 결론과 상관없이 채 총장이 일을 잘 했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여지가 없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퇴를 종용한 건 채 총장의 치부를 가려주기 위함이었을까,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함이었을까. 정권과 조선일보로 대표되는 기득권층의 의도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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