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성(33) 영화음악감독
■ 김태성(33) 영화음악감독
  • 이호연 기자
  • 승인 2013.10.30 22:40
  • 호수 13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속 음악과 효과음까지 계획 총괄하는 전략가

■ 김태성(33) 영화음악감독


영화 속 음악과 효과음까지
계획·총괄하는 전략가
좋은 음악과 좋은 영화음악은 달라
음악적 소양과 영화적 연출 함께 지녀야
포기하지 말고 영화와 음악에 미쳐라

▷▶김태성 영화음악감독은?
입봉 전 30여 편의 예고편 음악 감독 일을 하다가, 2004년에 <안녕 유에프오>에 참여하며 최연소 음악감독으로 데뷔했다. <최종병기 활>, <조금만 더 가까이>, <코리아>, <감기> 등 수많은 작품의 음악을 작업했다. 현재 내년 개봉 예정인 <명량>의 음악작업에 한창이다.

 

▲영화 음악 감독이라는 직업에 대해 설명해달라.
영화에 들어가는 모든 음악을 만들고 선곡하는 사람이다. 음악감독은 선곡과 작곡은 물론, 총체적인 계획까지 모든 작업을 총괄한다. 믹싱기사와 함께 세세한 사운드와 효과음 역시 작업해야 한다. 어떤 부분을 음악이, 또 어떤 부분을 효과음이 수행할 지는 음악감독이 결정한다.
▲음악이 사용되지 않는 영화도 본 적이 있다.
Silence도 음악감독이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부분 중 하나다. 독립영화의 경우 감독의 주관적인 색채나 개성이 많이 포함되기 때문에 관객이 영화를 객관적으로 ‘떨어져 보는’ 기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음악이 쓰이지 않을 때 관객이 장면에 더 몰입하는 경우도 많다. 이를테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의 경우 일반관객들은 음악이 많이 안 쓰인 것처럼 보지만, 사실 고도로 계산된 소리가 깔려 있다.
▲음악 작업을 할 때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있다면.
클라이막스도 중요하지만 첫 시작 5분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초반 5분에서 이 영화가 어떤 얘기를 하려는지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즉 영화의 스타일과 개성, 전체적인 흐름까지도 표현한다. <최종병기 활>(2011) 시작 부분의 ‘삐-’소리, <감기>(2013) 시작 부분에서 들리는 이상한 질감의 소리 등이 유명하다.
▲음악감독이 되려면 어떤 공부를 해야 하나.
음악에 대한 소양과 더불어 영화적 연출이 반드시 필요하다. 연출이란 영화의 가장 효과적인 부분으로, 재밌는 오답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관객의 기대를 채워주기도 하고, 관객의 기대를 배반하기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영화를 많이 보고, 음악을 들을 때 ‘이 음악이 영화의 어떤 장면에 어울릴지’에 대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야 한다.
▲본격적으로 ‘음악감독을 해야 겠다’고 결정한 계기가 있다면.
처음 음악을 하면서부터 음악감독이 되고 싶었다. 어릴 때 작은 교회에서 성극을 했는데, 내가 음악을 썼다. 여기서 음악을 연출하는 재미를 처음 느꼈고, 다른 교회에서도 내 음악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뿌듯함을 느꼈다. 작곡을 해야겠단 생각은 초등학생 때부터, 영화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중학생 때부터 줄곧 갖고 있었다.
▲특별히 선호하는 장르가 있나.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이 잘 드러나고 그만큼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처음 영화음악을 시작했을 때 작업한 독립·단편영화다. 대작은 엄청난 제작비만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고, 투자자와 관객의 요구를 극단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초반에 작업한 김종관, 이수진 감독의 작품을 보면, 내가 원래 좋아하는 음악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음악도 대작영화의 음악을 하면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은 다 좋아한다.
▲다작을 하고 있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나.
<최종병기 활>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계기가 된 영화라 기억에 남는다. <조금만 더 가까이>(2010)라는 작품은 듀나, 차호진 등 평론가들이 특별히 내 이름을 따로 언급할 정도로 평가가 매우 좋았어서 기억에 남는다.
▲영화에서 메인멜로디가 변주돼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방법은 어떤 효과를 내기 위함인가.
일관성이다. 관객은 영화에 들어가는 모든 음악을 기억할 수 없다. 반복되는 멜로디 하나가 영화관을 떠난 관객의 기억 속에 남게 된다. 집중적인 멜로디를 기억하면 영화의 감정을 느끼고 지속하는 데 효과적이다. 감독의 음악적 내공과도 연관되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모든 장면이 생뚱맞지 않고 주제와 밀접하게 느껴지도록 일관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는 게 메인 멜로디다.
▲TV드라마, 엑스포 등 최근엔 작업범위가 넓어졌다.
‘여수엑스포’는 상하이엑스포를 함께 성공적으로 마친 김성수 감독의 부탁으로 다시 한 번 맡게 됐다. 한 번 작업한 인맥이 다른 프로젝트를 부탁하는 경우를 통해 저절로 범위가 넓혀진 것이지, 넓혀야겠다는 특별한 계기나 생각은 없었다.
▲작품 선정의 기준이 있다면.
다작을 하는 이유는 거절을 잘 못하기 때문이다.(웃음) 웬만하면 하고 싶은 작품들의 제안이 들어오기 때문에 다 수용하고 있다. 이젠 경험이 쌓이고 ‘결과물을 만들 시기’이기 때문에 거절하는 법을 배우고 작품을 선별할까 생각 중이다.
▲부산국제영화제에도 독립영화 두 편을 가져갔다.
두 작품은 제작비 없이 힐링 차원에서 만든 작품이다. 지금 이렇게 일을 할 수 있는 이유도 독립영화라는 발판 덕분이라, 독립영화에 대한 리스펙트는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 독립영화의 시장이 다양해져야 다양한 상업영화도 나올 수 있다. 이수진, 최진성 등 재능 있는 감독과 작업할 수 있고, 돈을 버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음악을 작업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또한 독립영화의 경우는 상업영화와 달리, 음악감독이 갑이 되기도 한다.(웃음) 비교적 적은 대중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좀 더 내 색깔이 드러난다. 이번 두 작품은 사실 음악적으로만 보면 여타 상업영화보다 더 낫다. 실험적 시도도 있고, 음악의 역할도 크다.
▲영화에 음악을 삽입하며 특별히 신경 쓰는 점은.
밸런스와 호흡. 좋은 음악과 좋은 영화음악은 다르다.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것을 잘 꾸며주고, 그것을 바탕으로 ‘플러스알파’가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자기어필까지 잘하면 대가가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슬픈 장면에 격정적 음악을 사용하면 밸런스 오버다. 화면에서 과하게 울음이 표현되면 음악은 오히려 담백하게 사용해야 효과적이다. 음악은 텐션을 어떤 포인트에 집중할 지 결정해 영화적 호흡을 쥐었다 놨다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아쉬웠던 영화가 있나.
간혹 일부 상업영화가 편집 전에 1차원적 음악을 깔아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영화음악으로 쓸 수가 없다. 하지만 나는 슈퍼 ‘을’이기 때문에 그냥 해드린다.(웃음) 대작영화일수록 흥행에 대한 불안 때문에 음악감독의 역할이 작아지는 경우가 많다.
▲마음 속 멘토가 되는 국내외 음악감독이 있다면.
모든 감독의 능력을 닮고 싶다. 히사이시 조의 영화를 깊게 만드는 재주, 대니 호프만의 키치적인 부분, 알렉상드로 데스플라의 유니크한 사운드, 아닐 라만의 월드 뮤직 등 지금 활동하는 감독들은 모두 자신의 색채가 있다.
▲어떤 영화 음악이 기억에 남나.
주말의 명화를 비디오로 녹화하고 그걸 워크맨으로 녹음해 계속 듣고 다녀서, 아직도 <그렘린>(1984) 등의 멜로디가 기억난다. 정말 충격적이었던 건 고3 때 본 <하나비>(1998)란 일본영화인데, 당시엔 몰랐지만 그 영화음악감독이 히사이시 조였다. 음악이 너무 좋아서 정말 번개 맞은 듯한 느낌까지 받았다.
▲24살의 최연소 음악감독으로 일을 시작했다. 영화, 그리고 음악과 함께 한 ‘당신의 20대’는.
일과 함께 한 ‘병과의 싸움’이었다.(웃음) 그렇게 했기 때문에 여기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20대에만 1천600편 이상의 영화를 보며 정말 영화에 미쳐 있어 사람들은 지금 모습을 보고 변했다고도 하더라.(웃음) 음악감독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에 모든 걸 올인하고 전력질주했다. 덕분에 어린 나이에 입봉하고 상도 받으며, 지금 이렇게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영화 음악 감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본인이 생각하는 화려함과 물질·사회적 명예에 대한 기대는 갖다 버리길 바란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려면 영화음악보다 독립된 음악을 하는 게 더 낫다. 영화음악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만큼 재밌는 일도 많다. 모두가 공동으로 책임지고 작업하기 때문에 가치있는 일이다. 또한 영화는 많게는 천만 이상의 사람들이 보는 것이고 수십년 후에도 다시 찾아볼 수 있으며, 재상영되는 경우도 많다. 오래 남는 영화, 좋은 작품을 한다는 건 굉장히 영광스러운 일이다.
좋은 영화와 음악을 보고 듣는 것도 중요하다. 본인 취향과 다른 작품을 작업할 수는 없다. 음악이 베이스가 돼있는 상태라면 그 이후엔 좋은 영화를 많이 봐라. 별로인 영화 여러편(저렇게 해도 되는구나)보다 대가의 명작 한편(저렇게 해야만 하는구나)이 의미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포기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다. 끝까지 해봐라.
 이호연 기자 hostory3253@dankook.ac.kr

이호연 기자
이호연 기자 다른기사 보기

 hostory3253@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