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 힐링의 요건
백색볼펜: 힐링의 요건
  • 이호연 기자
  • 승인 2013.10.30 22:41
  • 호수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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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갈 여지를 남겨두는 공존

백색볼펜

힐링의 요건

되돌아갈 여지를 남겨두는 공존

 

◇작년부터 ‘힐링’이 현대 사회 속 하나의 트렌드로 떠오르며, 힐링을 얻을 장소 역시 중요해졌다. 많은 사람들은 힐링을 얻기 위해 매일 보는 빌딩숲이 아닌, 특별한 자연의 품 속을 택한다. 그 안에서 탁 트인 광경을 보고 평화와 안정을 찾는 것이다. KBS ‘1박 2일’이나 MBC ‘아빠 어디가’ 등의 예능프로그램들이 캠핑을 소재로 하는 것도 ‘자연 속 힐링’에 지대한 영향을 줬음을 부정할 수 없다. 덕분에 아웃도어 시장도 때 아닌 호황을 누리게 됐고, 관련 업체도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힐링을 찾기 위해 자연으로 떠나는 이른바 ‘캠핑족’들 중 일부는 최대한 문명과 떨어져 지내기를 권한다. 그들은 최소한의 빛과 불만을 이용하며 자연과 ‘함께’ 있는 힐링을 최고라 여긴다.
◇그러나 평범한 우리는 어쩔 수 없는 현대사회의 구성원이다. 힐링을 구하는 이유 역시 현대사회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늘 바쁘고 피곤한 사회를 잠깐 잊어버리기 위해 여유로움이 필요한 것이다. 자연이 특별하게 여겨지는 이유도 같다. 하지만 이러한 특별함이 끝나면 우리는 다시 사회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되돌아갈 수 있는 여지를 남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아이템이 휴대전화 등의 전자기기다. 이제 휴대전화는 단순한 연락수단이 아닌, 현대사회라는 전쟁터를 살아가는 일종의 무기라고 볼 수도 있다. 휴대전화를 통해 일을 전달받고 수행함으로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때문이다. 핸드폰이라는 작은 기계는 그 자체로 문명을 상징한다.
◇사실 사람들은 누구나 급작스레 변하지 않는다. 조금씩 발전하며 더 필요한 것을 하나하나 찾아간다. 변화를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이 걸리고, 그 시간동안에 수많은 고민과 발전을 거쳐야 한다. 갑자기 모든 문명을 끊어버리면 우린 자연 속에서 힐링이 아닌 혼란을 겪을 것이다. 짧은 캠핑, 이러한 휴식의 목적은 변화가 아니다. 되돌아가기 위해 잠깐 쉬는 것뿐이다. 안정과 힐링을 얻으려는 우리에겐 문명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문명(사회)과 자연의 공존이 필요하다. 힐링을 얻기 위해 간 자연 속에서 불편을 느껴선 안 된다. 기본적인 아이템을 갖고, 다시 말해 내게도 자연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우리는 자연을 즐겨야 한다. 자연이 힐링 장소가 된 이유는 여유로운 ‘쉼터’이기 때문이다. 쉼터에서 힐링을 얻는 우리는 그 자연을 유지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의무와 동시에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권리도 있다. 권리를 누리기 위해선 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진짜 힐링을 위해서 딱 떨어지는 ‘기준’이 필요한 건 아니다. 다만 나도 불편하지 않고 자연도 아프지 않게 ‘함께’할 수 있는 그 적당한 정도를 자각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게 바로 제대로 된 의미의 공존이 아닐까. 그리고 힐링은 이러한 공존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好>

이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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