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기자석 - 총학생회 5년째 단일후보 안타까움만
주간기자석 - 총학생회 5년째 단일후보 안타까움만
  • 김윤숙 기자
  • 승인 2013.11.05 12:37
  • 호수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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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래에 갑자기 아버지가 술을 드시고 집에 오시면 기자를 붙잡고 하시는 말씀이 있다. “학생회에 꼭 들어가서 뭐라도 해라.” 술에 취해 무슨 소릴 못하시나 했는데 한두 번이 아니시라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었다. 기자는 전혀 생각도 없지만 ‘장(長)’이라는 이름을 달고 학교에서 활동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신 것 같다.

 아버지의 바람을 들어드릴 수 있으면 기자에게도 좋으련만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무리다. 우선 학과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니 아는 선후배가 적고 다른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라 같이 다니는 친구들 외에 아는 사람이라곤 신문사 사람들뿐인 서글픈 인맥이다.

 그리고 각 단체장은 대부분 몇 년 째 단일후보만 나오고 있는데, 총학생회의 경우 햇수로 5년이다. 기자의 비루한 인맥은 둘째 치고 단체장이 단일후보로 출마하는 것이 굳어지고 있는데 거기에 기자가 끼어들 틈이 있겠냐는 것이다. 후보가 두세 명 정도라면 다른 학생들도 후보로 출마할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기존의 학생자치기구나 과대표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나오는데 그들과 경쟁해야 한다니 부담스럽다.

 학생자치기구 단체장 후보 인터뷰도 사실 그러면 안 되지만, 후보로 나선 것이 뽑힌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으로 후보자들을 만나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투표하러 가는 걸 귀찮게 생각해 투표율도 저조한데 굳이 투표장에 가서 ‘반대’를 던질 사람이 누가 있겠나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학생들도 누군가 그 자리에 없으면 안 된다고 느낄 텐데 후보로 나온 학생들이 ‘자신 있게 나선만큼 잘하겠지’하는 생각도 할 것이다.(사실 기자의 생각이 그렇다.)

 단일후보로 나왔기 때문에 쉽게 당선돼 일을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기존에 학생자치기구에서 일해 본 학생이든 열정으로 처음 임원에 나서는 학생이든 직접 만나보니 어떻게 단체를 꾸려가겠다는 비전을 그리고 있었다. 구체적이지 않아 말로 끝날 것 같은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말이다. 단지 단일후보가 계속되는 상황이 우리 대학의 일부분이 되어 학교활동에 관심 적은 학생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무관심을 기회로 여기고 꿀 바른 공약들을 내세우곤 당선되면 책임감을 느끼지 않고 편하게 행동할 수 있다. 그런 일이 없기 위해 단대신문이 중간자로 단체장들의 업적을 보도하고 감시하는 기구가 되겠지만 말이다. 

 몇 주 전 단대신문에서 ‘자의적 아웃사이더’에 대한 의견을 학생들에게 받은 적이 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런저런 상황으로 자의적 아웃사이더가 된 학생들도 있었다. ‘자의적 아웃사이더’란 단어가 나온 것도 ‘자의적 아웃사이더’가 늘어난 것도 사회의 모습이라 생각된다. 그런 흐름이 학생자치기구 선거에도 반영됐겠다고 생각하지만 걱정스럽고 안타까울 뿐이다.   

김윤숙 기자 flyingnab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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