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 뫼비우스의 띠
백색볼펜: 뫼비우스의 띠
  • 이호연 기자
  • 승인 2013.11.05 14:31
  • 호수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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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질적이기에 흥미롭다

백색볼펜

뫼비우스의 띠

이질적이기에 흥미롭다


◇사실 나에게는 중간고사를 위한 2주간의 휴간이 한 학기 중 가장 여유로운 기간이다. 이번 학기에는 중간고사를 치르는 수업도 몇 개 없어 더욱 편했다. 휴간 기간 중에 인상 깊게 본 영화 두 편을 소개하려 한다. 지난 달 비슷한 소재를 다룬 영화 두 편이 같은 날 개봉했다. <톱스타>와 <배우는 배우다>가 그것인데, 두 영화는 모두 ‘영화계 비하인드’를 소재로 하고 있다. 어딘가의 뒷이야기를 다루려면 그 세계의 깊숙한 곳까지 세세히 알아야 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톱스타>는 충무로 대표 배우 박중훈의 감독 입봉작이고, <배우는 배우다>는 아이돌 가수로 더 익숙한 이준의 첫 주연작이다. 두 작품에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축들이 ‘도전’을 하고 있다는 특별한 공통점도 있다.
◇(*스포주의) 개봉한지 열흘 남짓된 두 작품 모두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볼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잘 모르는 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세세하게 펼쳐놨기 때문이다. 두 작품은 불친절하게도 영화계의 화려한 겉면보다도 더러운 속면을 주로 보여준다. <톱스타>에는 원준과 태식, <배우는 배우다>에는 강빈과 오영과 공명이라는 총 5명의 영화배우가 나온다. 그리고 공명을 제외한 네 배우는 모두 자신의 행실 때문에 인기를 잃고 만다. 심지어 원준과 오영이 몰락하게 되는 결정적인 사건은 반(半)자의적인 미성년자 성범죄다. <배우는 배우다>를 중점적으로 보자면, 강빈(양동근)·오영(이준)·공명(김형준)이 극의 시작과 마지막 부분에서 촬영하는 영화의 제목은 ‘뫼비우스’다. 강빈의 상대 단역으로 영화를 시작했던 오영은 인기와 몰락을 차례로 맛본 후, 껄끄러운 후배 공명의 상대 단역으로 회귀한다. 뫼비우스의 띠를 따라서 올라갔다가 다시 낮은 곳으로 돌아온 것이다. 홍보 카피인 ‘정상을 날든 바닥을 기든 배우는 배우다’ 역시 오영의 삶, 좀 더 크게 해석하자면 다섯 배우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영화를 보다 보면 ‘정말 영화계에는 이런 일까지 있나’ 싶다. 살기 위해 서로의 약점을 잡고, 조폭과 스폰서는 배우의 동반자나 다름없다. 물론 어느 정도의 픽션도 있겠지만, 이질감이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나와 관련이 없는 먼 세계의 뒷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영화계에 소속된 누군가는 분명 두 편의 영화를 보며 뜨끔하지 않았을까.
◇우리 모두는 어떤 집단에 소속돼있다. 다른 세계의 (뒷)이야기는 내게 일어나지 못한, 아마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일이기 때문에 흥미롭다. 학기 중 시험기간이 가장 여유롭다는 서두의 말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질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매번 비슷한 고민을 안고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아가는 내 세계 역시도 다른 누군가가 본다면 충분히 흥미롭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니 괜한 걱정에 실수하지 말자, 부정적인 뒷이야기를 만들지 말자.
<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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