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 레미제라블
백색볼펜: 레미제라블
  • 이호연 기자
  • 승인 2013.11.19 18:54
  • 호수 13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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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에도 사랑받는 명작

백색볼펜
레미제라블

내일에도 사랑받는 명작

◇작년 겨울 이례적으로 뮤지컬 영화가 큰 흥행을 했다. 이미 명성이 자자한 <레미제라블>이 그것이다. 프랑스의 거장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레미제라블』을 1985년에 프로듀서 카메론 매킨토시가 뮤지컬로 만들었고, 이 뮤지컬이 작년에 우리나라에 초연되기도 했으며, 톰 후퍼 감독에 의해 영화로 재탄생됐다. 영화와 뮤지컬의 성공이 가능했던 건 무엇보다 5권 분량(민음사·펭귄클래식코리아 번역본 기준)의 소설에서 오는 탄탄한 스토리다. 뮤지컬에 감명받아 처음 책을 집었을 때는 방대한 분량과 익히 일고 있는 장발장 스토리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에 지레 겁부터 먹었지만, 지금은 어떤 이야기가 몇권 몇장에 있다는 것도 알 정도로 위고의 명작에 매료됐다. 어렵게 느껴졌던 문장은 하나 하나 아름답고, 많다고 느껴졌던 인물들은 하나 하나 매력적이다.
◇뮤지컬을 보며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현재까지도 다양한 출판사에서 나오고 있는 초등학생들의 필독서 『장발장』의 내용이 ‘새 발의 피’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설을 읽으며 더 충격적이었던 건 뮤지컬과 영화에서 보여지는 내용 말고 ‘잘린’ 부분 중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마리우스는 사실 ‘아베쎄(ABC) 9친구’의 멤버가 아니라 나폴레옹의 지지자였으며, 마리우스의 아버지는 워털루 전쟁에서 떼나르디에 부부의 도움을 얻었(다고 오해했)다. 아베쎄 9친구가 제대로 부각되지 않고, 심지어는 ‘바오렐’이라는 급진적 성격의 인물이 아예 삭제된 건 지금 봐도 아쉬운 부분이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이러한 흥미로운 원작소설의 내용을 다수 잘라냈음에도 ‘4대 뮤지컬’로 불리며 인기와 예술성 모두를 잡을 수 있었던 데는 삽입음악, 즉 넘버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레미제라블>은 대사가 없이 배우들의 노래로만 극이 진행된다. 그 중 1막 엔딩곡이자 전 출연진이 다함께 부르는 ‘One Day More’가 있다. 다음날 바리케이드에서 있을 정부군과의 전투를 앞둔 상황에서 부르는 이 넘버에서는 모든 출연진들이 서로 다른 감정을 노래한다. 딸의 안위를 걱정하는 장발장, 사랑을 기대하는 코제트, 혁명의 달성을 기원하는 앙졸라는 모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그럼에도 하나의 노래인 ‘One Day More(내일이면)’로 연결된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보다 뮤지컬이 더 좋다. 공연예술이기 때문에 제한된 장소에서 전 출연진이 함께 부르는 ‘One Day More’가 더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위고가 무려 16년 만에 탈고해 1861년에 완성된 『레미제라블』은 대표적으로 성공한 ‘One Source Multi Use’라고 할 수 있다. 이 명작은 뮤지컬로, 영화로 변형돼도 그 빛을 잃지 않았고, 좋은 음악을 만들기도 했으며, 더 나아가 대중의 이목까지도 사로잡았다. One Day More(내일이면), 아니 내일에도 더 사랑받는 명작으로 남아 내 오감을 행복한 리듬으로 자극할 것이다. <好>

이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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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story3253@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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