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ECM: 침묵 다음으로 가장 아름다운 소리 - 침묵·사색에 답하는 음악의 울림
<전시회> ECM: 침묵 다음으로 가장 아름다운 소리 - 침묵·사색에 답하는 음악의 울림
  • 이다혜 기자
  • 승인 2013.11.29 09:07
  • 호수 13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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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문화in 87

  침묵을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친다면 그 다음으로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 내는 곳이 있다. 마치 풀잎 하나하나가 꽃만큼 중히 여겨질 수 있도록 각각의 소리에 집중하는 독일의 명반 레이블 ECM(Edition of Contemporary music)이다. 이렇게 전 세계의 전 방위적 소리를 수집하는 ECM에서 음악을 전시한다.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리는 ECM전시회에서는 설립자이자 프로듀서인 만프레드 아이허가 지난 44년간 작업해온 1500장에 달하는 앨범들을 다양한 리스닝 시스템을 통해 들어볼 수 있다. ECM 음반사의 인물, 철학, 역사도 소개돼 있으며 사진과 영상물도 함께 전시된다.

  전시는 음악에 집중하라는 듯 지하에서 열리며 지하 4층에서부터 시작한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니 어둠 속에서 노래가 들려온다. 페테르 노이서의 콘스탄츠 호수.’ 음악과 함께 펼쳐진 몽롱한 광경에 몇 걸음 들어가다 멈춰 선다. 프로젝트의 빛이 여러 겹의 실크커튼을 거쳐 호수의 물결이 돼 눈앞에 밀려온다. 잔잔한 호수의 물결은 석양에 타오르기도 하고 오로라처럼 여러 색으로 빛나기도 한다. 잔잔한 물결에 마음이 차분해지지만 전시에 대한 기대에 물결처럼 흥분도 밀려온다.

  실크커튼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ECM 초기 작품부터 본격적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줄줄이 서있는 청음박스에 머리를 넣으면 주변의 빛과 소리가 차단돼 고요히 음악이 울려 퍼진다. 여러 사람이 박스에 머리를 담고 서있는 모습 자체만으로도 행위전시에 온 것 같다. 청음박스를 거쳐 음악적 환상을 현실로 만드는 ECM의 대표 아티스트 키스 자렛의 복도를 지나니 ECM라운지가 펼쳐진다. 편한 빈백에 기대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벽면에 연도별로 배치된 수천 장의 ECM 앨범은 또 다른 볼거리다. 헤드셋을 끼니 누군가 듣고 간 감미로운 재즈가 흘러나온다. 편하게 누워 재즈를 들으며 어떤 이는 사색에 빠지기도 하고 어떤 이는 잠들기도 한다.

  재즈 음악을 들으며 한참 시간을 보내고 지하 3층으로 올라가니 ECM 이름 자체에서 말하는 겸손하면서 야심찬 철학과 더불어 타불라 라사로 시작된 ECM의 아티스트들을 소개한다. 각 아티스트들 특유의 사운드와 스타일들을 글로 설명해 놓고 그 옆엔 노래와 앨범재킷, 콘서트 현장사진과 음악, 영상을 준비해 그 자리에서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느껴볼 수 있다. 한 장 한 장 다 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절로 든다.

 지하 2층은 70~80년대를 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음악 감상실로, 크고 흰 두 벽면에 영상과 사진이 크게 비춰지고 재즈가 흘러나온다. 사진과 영상으로 하나 되는 노래에 마치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듯하다. 작은 방석에 앉아 이에 취해있으니 시간이 멈춘 듯, 한 시간이 훌쩍이다.

  마지막 지하 1, 새롭게 발굴되고 있는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만프레드 아이허는 현존하는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70년대에 신인이었던 것처럼 후대에 빛을 발할 ECM의 새로운 아티스트들을 주목하라고 한다. 유독 그들의 노래와 커버 디자인, 사진작품이 잘 어울려 멍하니 앉아 바라보게 된다. 그 자체만으로도 예술성을 인정받는 ECM 앨범 커버 디자인은 간단하면서도 강한 여운을 남기고 화려하면서도 정제돼있어 눈길이 간다.

  연인과 함께 오기 좋은 전시로 소개되지만 조금 기분이 울적한 날, 혹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혼자 여유롭게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 침묵 다음으로 아름다운 소리를 전시한다고 소개하는 만큼 누군가와의 대화가 아닌 침묵과 사색으로 음악에 답해봤으면 한다. 엄청난 인기에 전시기간이 오는 24일까지로 특별 연장됐으니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길.

 
이다혜 기자
이다혜 기자

 ekgp0598@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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