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막하34. 막스 에른스트 vs 살바도르 달리
막상막하34. 막스 에른스트 vs 살바도르 달리
  • 이다혜 기자
  • 승인 2014.01.07 19:12
  • 호수 136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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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인을 흠모한 초현실주의의 두 거장

  지그문트 프로이드의 「꿈의 해석」에 기반을 두어 꿈과 같은 환상적 세계의 표현을 지향한 초현실주의라는 예술사조가 있다. 초현실주의하면 떠오르는 흥미로운 두 화가가 있으니 이는 독일 화가 막스 에른스트와 스페인 화가 살바도르 달리이다. 이 둘은 회화를 넘어서 조각, 오브제, 사진, 영화에까지 초현실주의를 확립한 대표적인 예술가이다.
  막스 에른스트는 다양한 실험적 시도로 초현실주의를 대표할 수 있는 기법을 가장 잘 활용한 정석적인 초현실주의자였다. 그는 무의식에 더욱 가까워지기 위해 반자동적으로 그림을 그리길 추구했던 초현실주의 정서에 맞는 기법들을 창조적으로 고안하고 활용했다. 비관습적인 기법과 재료로 숨어있는 유머, 아이러니를 그려낸 막스 에른스트는 실제로도 그렇듯 타고난 초현실주의 화가이자 시인으로 불린다.
  반면, 살바도르 달리는 정해진 기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자동적인 꿈의 기록이라는 초현실주의의 방법을 따라가지 않고, 편집증 환자에게서 모티브를 가져온 독창적인 ‘편집증적-비평방법’을 개발했다. 달리는 형식적이지 않았고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회화로 충격과 당혹을 담아냈다. 이러한 천재적 상상력과 표현력으로 그는 가히 초현실주의의 대가라고 불린다.
  예술가들은 언제나 그들의 뮤즈가 있다. 막스 에른스트와 살바도르 달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막스는 미술과 여자를 함께해온 화가로 인생동안 6명의 여자를 만나고 4번의 결혼을 했다. 반면 달리는 한 여자만을 사랑했으며 그 관계도 독특했다. 특이한 점은 둘 모두 같은 여자를 사랑했다는 것이다. 그녀의 이름은 ‘갈라,’ 시인 폴 엘뤼아르의 부인이자 평생 동안 수많은 남자들을 무릎 꿇게 만든 마력의 소유자다. 막스는 엘뤼아르의 절친한 친구였는데, 그의 집에 머물다 갈라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부적절한 그 관계는 2년 만에 끝이 나고, 갈라는 스쳐지나가던 연인인 듯 그의 작품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한편 달리는 갈라를 만나 평생을 함께하게 되는데, 갈라는 그의 불안정함을 치유해 주는 정신적 지주이자 영원한 뮤즈가 된다. 달리는 많은 작품 속에 갈라를 담았고 그녀의 이름을 자신의 서명에조차 넣는다. 흥미로운 점은 두 사람이 진정으로 사랑을 나눈 것은 단 한 번뿐이라는 사실이었다. 성적 콤플렉스가 있던 달리는 갈라와의 잠자리를 기피한 채 외도를 부추겼고 그것을 통해 대리만족을 했다. 그런데 달리도 숱한 여배우들, 심지어는 동성과도 염문을 뿌리며 기행을 일삼은 것으로 아주 유명하다. 하지만 이런 이상스러운 관계 속에서도 5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할 정도로 그들의 플라톤식 사랑은 초현실주의적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미술사적으로 초현실주의를 정립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고 가장 다재다능한 미술가였던 막스의 모범생다움은 독수리 같은 눈매의 이지적인 독일신사다운 얼굴에서도 나타난다. 마찬가지로 초현실주의에 환영은 받았지만 자신의 독창성으로 제한 없이 색깔표현을 했던 천재적인 사차원 화가 살바도르 달리 역시 외모에서 괴짜스러움이 드러난다. 길게 뺀 얇은 수염과 뾰족한 코, 크고 잘생긴 눈은 지금까지도 그의 트레이드마크이다. 어딘가 모르게 비슷한 다른 점을 가진 초현실주의자 막스 에른스트와 살바도르 달리. 그들의 예술적 우위를 가릴 수 없는 이유는 아주 다른 스타일로 잘생긴 둘의 외모를 비교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다혜 기자
이다혜 기자

 ekgp0598@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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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2018-05-27 15:02:13
공부 잘하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