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구렁이 ⑨ 뱀파이어
능구렁이 ⑨ 뱀파이어
  • 권혜진
  • 승인 2014.01.14 21:26
  • 호수 13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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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비주얼 뱀파이어

한국인 뱀파이어의 시초랄까. 백 년 넘게 쭉 한국에서 살았는데, 인터넷과 핸드폰이 등장한 이래로 이 뛰어난 비주얼을 마구 찍어 올려대는 바람에 유명인사가 될 뻔 했어. 난 죽은 사람인데. 어쨌든 그래서 전 세계를 유랑하다 다시 고향을 방문했지. 아~ 역시 한국이 편해.

특히 친해진 뱀파이어 친구가 있는데, 많이들 알고 있을걸? 걔 있잖아 걔. 얼마 전 인간 여자랑 결혼한 에드워드 컬렌. 뱀파이어로서 첫 획을 그을 아이템을 가져왔다면서 본인 이야기를 책으로 쓴다는 거야. 어이가 없어서, 감정 없이 ‘열심히 써 봐’ 라고 말했는데. 대박 났더라. 그래도 부럽진 않아. 내가 더 잘 생겼으니까. 아무튼, 오늘 밤에 컬렌가(家) 친구들이 놀러온대서 아는 형이 바텐더로 일하고 있는 호텔 바(bar)로 초대했어.

내가 먼저 도착했어. 이것 봐, 역시. 인간 여자들 눈 높은 건 내가 인정 한다니까? 나한테서 시선을 못 떼잖아? 그럼 나는 그냥 한번, 씩- 웃어줘. 너흰 축복받았어. 왜? 난 피를 마시면 안 되는 뱀파이어거든. 이유는 비밀. 뭐 그래도 계속 안 마실 수는 없으니까 이주에 한번 날 잡아 마시고 있어.

바 안의 모든 인간 여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도도한 컨셉으로 바텐더 형과 대화를 하면서 위스키를 한잔 하고 있을 때, 막 컬렌가 친구들이 도착했어. 에드워드, 벨라, 엘리스, 에밋, 로잘리, 제스퍼. 한명씩 등장 할 때마다 역시 주목을 받더군. 뱀파이어가 원래 잘생기고 예뻐. 물론, 아까도 말했지만 내가 제일 잘생김.

에드워드가 이번엔 칵테일 만드는 법을 배워왔다며, 직접 만들어 주겠다는 거야. 걔는 정말 떼쓰는데 일가견이 있어. 못 미더웠지만, 알았다며 만들어 보라고 하곤 친구들과 놀았어. 한참 후에 새빨간 몽롱한 빛의 칵테일이 담긴 잔을 내밀더라? 안 그래도 며칠 피를 못 마셔서 그랬는지 빨간색이 당겼나봐. 내 사정을 아는 에드워드에 감동받아서 흐뭇한 표정으로 원샷했어.

그런데, 그 때. 바로 다 마셔가는 그 때, 엘리스가 안된다고 외쳤어. “그거, 피 섞인거야.” 엘리스의 말이 끝나고 내 비주얼은 바닥을 치고 있었어. 에드워드 놈은 좋다고 박수치면서 웃고 있고, 벨라는 에드워드 허벅지를 꼬집으며 웃음을 참고. 그래, 내 초능력은 피를 마시면 옥동자가 돼. 생김새도, 목소리도. 상상이 돼? 웃겨? 내가 한 마디 할 때마다 다들 숨도 못 쉴 정도로 웃더군. 아, 나. 이거 3일 간다고! 순간 확 열이 받아서 에드워드를 한 대 치려고 하니까 벨라가 방어 능력을 쓰네. 복수하겠다며, 각오하라고 말 하려 하자 에드워드가 이렇게 말했어. “하하. 잊었어? 난 너의 목소리가 들려.” …하. 정말 때려주고 싶다.
 

권혜진
권혜진

 hyejinkk@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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