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기자석- 도장 한 번 ‘꽝’ 찍는게 더 편하다
주간기자석- 도장 한 번 ‘꽝’ 찍는게 더 편하다
  • 최형균
  • 승인 2014.02.20 14:59
  • 호수 13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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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3%’ 어떤 숫자일까? 우리 대학 졸업생 취업률(2013년 기준 51.3%)보다는 조금 낮고, 법정부담금 부담률(2012년 기준 20.6%)로 보기에도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수치란 기준을 어디에 잡느냐에 따라 체감수준이 확 달라진다. 그렇다면 선거 투표율을 기준으로 하면 어떨까. 작년에 치러진 죽전캠퍼스 총학생회 선거 투표율이 39.3%다. 그리 높은 숫자로 느껴지진 않는다.
근 3년간 죽전·천안캠퍼스의 투표율이 50%를 넘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하고 취재를 시작했다. 단과대학 역시몇몇 곳을 제외하곤 과반수를 넘는 곳이 전무했다. 두 곳은 투표인원이 적어 재선거를 하기도 했다. 실제로 한 학생회 집행부 임원은 “투표율이 낮아서 대표성이 떨어진다”고 토로할 정도였다. 투표율이 적은 이유가 무엇일까. 올 한해 이슈가 적었던 것도 아니었다. ‘주점없는 축제’, ‘학교 측의 나홀로 학사제도 개편 시도’와 ‘일부 단과대 OT금지’까지 다방면으로 휘발성있는 문제들이 학생들을 선거에 이끌 줄 알았다. 하지만 결과는 위에 적었던 대로다.
취재 중 몇몇 이들에게 투표율 저하의 이유를 물어봤다. 대다수가 투표율이 낮은 현실에는 공감을 표했다. 다만 “학생회가 믿음을 주지 않아서”와 “뭘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투표에 부정적이란 대답을 해줬다. 어쩌면 이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몇몇 단과대는 기본적인 학생회칙도 없거나 학생회장이 퇴임 후 대의원의장을 맡는, 기본적인 사항도 준수하지 않은 걸 확인해서다.
전임 학생회장들은 이러한 학생들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학생과 신뢰를 쌓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소통과 제도적, 기능적 차원의 것이든 말이다. 하지만 학생팀에선 “지금까지 그런 문제로 협의한 적이 없다”는 말을 해줬다. 학교 측에서도 학생자치의 측면에서 이런 상황을 해소할 방안을 강요하긴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학생회의 노력이 선결되야 할 과제가 아닐까.
사실 제도 자체에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학생자치단체운영 규정 제4조(임원선출 및 임기) 1항에 보면 ‘단체의 장은 소속 구성원 과반수의 투표로 선출한다’고 떡하니 있더라. 한남동 시절부터 존재했던 조항이라는데 학생팀과 총학생회 측에 제시하니 “처음 본다”는 반응이었다. 이쯤 되니 누구 잘못이라 하기에도 애매해지는 것 같다.
학생들에게 “왜 이리 투표 안하냐”고 나무랄게 아닌 것 같았다. 학교와 학생회 측 모두 기본을 지키려는 시도를 안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투표율이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규정대로, 학생회 임원의 푸념대로 과반수 이상의 투표율이 있어야 자치기구 단체장들에게 대표성이 더욱 실릴 수 있기에 그렇다. 또 그래야지 학교도 학생회를 자신들을 귀찮게 달달 볶는 ‘블랙컨슈머’가 아닌 진짜 협력체로 인정하지 않을까. 대자보로 푸념하는 것보다 투표로 뭔가를 시도하는 게 더 편할지 모른다. 용지 안사도 되고, 매캐한 마카냄새 맡으면서 머리 굴리는 것 보다 투표도장 ‘꽝’ 한 번 찍는게 훨씬 쉬울테니 말이다.

최형균 기자 capcomx6@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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