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보, 그 후] 연재를 시작하며
[대자보, 그 후] 연재를 시작하며
  • 기획취재팀
  • 승인 2014.03.12 11:06
  • 호수 13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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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보 소통의 가치는 한 철 어젠다용이 아니다

 

 

 
   
 

글 싣는 순서

-1부-

<연재 예고> 연재를 시작하며
① 대자보로 뭉친 안녕 못한 사람들, ‘안녕 네트워크’의 현주소 (3월 18일)
② 대자보 열풍의 본질 (3월 25일)
③ 대자보가 대한민국 ‘키보드 워리어’ 들에게 미친 영향 (4월 1일)
④ 대자보 열풍이 만든 상품들, ‘안녕들하십니까 마케팅’ (4월 8일)
⑤ 대자보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밖에서 본 시선 (4월 15일)

 

 이 기획은 슬로그업과 단대신문의 공동 취재로 이뤄집니다.
매주 화요일 오전에 동시 발행됩니다. <편집자 주>

 


이 기획은 왼쪽이냐 오른쪽이냐 하는 당파 싸움에는 관심이 없다. 우리가 생각하는 대자보 열풍의 본질은 이념싸움과 거리가 멀다. 이념은 오히려 대자보라는 ‘현상’의 본질을 가려버렸다. 이 기획은 대자보가 이념싸움이나 언론의 한 철 어젠다로 쓰이고 명을 다할 문제가 아닌 연구해야 할 ‘현실지표’라고 여긴데서 출발했다.

대자보가 현실지표로서 던져준 생각할 거리들은 무수하다.

 
• 스펙에 짓눌려 아무것도 모를 거라 생각한 대학생들은 생각보다 훨씬 똑똑하다.
• 대학생들은 자신의 무관심과 방관에 대한 죄의식을 갖고 있다.
• 사람들은 여전히 행동할 줄 안다. 그저 당파싸움에 끼기 싫을 뿐이다.
• 사람들을 움직이는 건 더 이상 이념이나 계몽이 아니다. ‘인간적 공감’이다.
• 이제 사람들은 진정성 있고 가치 있는 일 그 자체를 위해 움직인다. 정치적 목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 네티즌이 마침내 SNS 사용법을 찾았다. SNS는 오프라인과 연계돼야만 의미있는 것이었다.
• SNS가 언론의 속도를 찍어누른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언론은 그들이 맹신하는 바와 같이 발로 뛰었고, SNS는 전파를 타고 날랐다.
•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는 바이럴마케팅의 관점에서 봤을 때 완벽하다.
• SNS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소통에 대한 욕구불만이 쌓여간다.
• 삶의 각박함 호소는 특정 집단의 우는 소리가 아니라 국가의 입장이다.
   …

 
이렇게 생각해볼 거리들이 무수한데도 불구하고 언론은 대자보를 피상적으로만 다루는 경향이 있다. 이제껏 시원한 르포 하나 없었다. 대자보를 덮어놓고 찬양하거나, 아니면 아니꼽게 보거나 둘 중에 하나였다. 그마저도 이제는 뚝 줄었다. 그래서 그냥 한가한 우리가 하기로 했다. 대자보에 대한 이런저런 말들이 있지만, 대자보가 이 시대의 마음을 찔렀다는 것과 각자인줄 알았던 우리가 실은 ‘공동체’였다는 자각을 이끌어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우리는 그게 무척 값진 일이며, 되돌아보고 의미를 품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기획은 왜 사람들이 대자보에 그토록 열광했는지,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게 뭘 의미하는지, 현재는 어떻게 지속되고 있는지 새로운 시각에서 짚어볼 것이다.

 

프로 기자들보다 잘 쓰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당연히 안다. 그러나 집요하게 노력하면 최소한 대자보에 관한 여러 사건, 정보, 의견을 정리하는 ‘데스티네이션 페이지’는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서툴게나마 이 순도 높은 소통의 가치를 기리다보면 우리의 어설픔이 속 터지는 실력있는 누군가가 멋지게 화답해 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한다. 모든 종류의 재능기부, 제휴, 조언, 지적, 동참을 적극 환영하는 바이다.

 이것만은 확실하다. 어쨌든 “안녕들하십니까”는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었다. 실제로 안녕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사회는 당황해서 대답을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 머뭇거림이 울컥 울분을 토하게 만들었다. 머뭇거린 찰나에 왜 내가 안녕하지 못한지 그 이유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좋은 은유는 질문이어야 한다는 말 그대로, 이 질문은 이 시대를 당황시키는 훌륭한 은유였다. 이 기획은 그 분명한 사실 하나만 믿고 갈 것이다.

기획취재팀: 단대신문 김형균·신수용 기자, 슬로그업 김상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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