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터치 93. 나 아닌 누군가를 ‘관음’하는 세태
대중문화 터치 93. 나 아닌 누군가를 ‘관음’하는 세태
  • 민수정 기자
  • 승인 2014.03.19 02:26
  • 호수 13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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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를 엿보고 있다

 지난 5일 제주도 SBS 리얼리티 프로그램 ‘짝’에 출연한 한 여성이 세상을 등졌다. 아직 20대인 여성이 어째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인지, 프로그램 자체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는 짝 폐지 서명운동으로 까지 이어져 결국 프로그램은 폐지됐으며 이로 인해 일반인 예능의 구조적인 문제가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 고인은 죽기 전 친구에게 “카메라가 화장실까지 쫓아와 들이댄다”고 심리적인 불안감을 호소했다고 한다. 그 여성이 겁냈던 것은 비단 카메라뿐이 아니었을 것이다. 원치 않았을 본인의 모습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사실 리얼리티를 표방하는 예능일지라도 재미를 위해 일부 연출이 있을 것이며, 흔히 캐릭터 구축을 하는 경우도 있다. ‘짝’의 경우 리얼리티 매칭프로그램의 특성을 살리고자 최대한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게끔 현장감을 살리고 자극적인 부분을 돋보이게 하는 의도적인 연출 및 편집을 거쳐 방송에 내보냈을 것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일회성 출연자인 일반인은 방송에서 하차함과 동시에 구축된 이미지가 귀속된다. 때문에 좋은 이미지라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 반대라면 문제가 될 요지가 있다. 사실 일반인에 국한된 얘기만은 아니다. 방송에 부정적인 모습이 비춰질 경우 이는 무차별식 ‘신상털기’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이로 인해 개인의 사생활을 여과 없이 까발려져, 결국 특정 개인은 불특정 다수에게 벌거벗겨진 채로 대중 앞에 서게 된다. 흡사 ‘관음’을 당하는 상태인 것이다. 

네이버 웹툰 <금요일>-69.관음증 편을 보자. 시작과 동시에 주인공 여자는 말한다.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고. 그러나 주위 그 누구도 고통을 알아주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리고 그녀는 극도의 공포와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다. 하지만 영리한 작가는 ‘이럴 줄 몰랐지?’가 아닌 ‘이런 것을 바랐지’라고 묻는 듯하다. 내가 지켜보고 있는 남이 고통에 신음하는 걸 알면서도, 결국 훔쳐보는 것을 멈추지 못하는, 현대 사회의 ‘관음증 환자’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것이다.

개인주의의 확산으로 본인의 사생활은 중시하지만 그 대상이 내가 아닌 타인일 경우, 대상의 지극히 사적인 부분마저도 관음하려는 이중적인 심리가 발동하게 된다.
나 자신은 더없이 소중하면서도 남의 사정이 궁금한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허나 빈소에 찾아와 슬픔에 잠겨있는 유가족을 괴롭히면서까지 카메라를 들이대는 모습은 어딘지 익숙하면서도,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나도 잔혹하다. 당사자가 원치 않는 관심은, 이미 관심이 아닌 ‘독’에 불과하다. 타인의 일거수일투족을 탐하려는 자세보다는, 그들의 내면에 공감하고 역지사지(易地思之)할 수는 없을까.


민수정 기자 freihe@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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