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크북크 12. 이문열 『젊은 날의 초상』
북크북크 12. 이문열 『젊은 날의 초상』
  • 허승우(화학·2)
  • 승인 2014.03.19 12:17
  • 호수 13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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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이다

 

 우리의 젊음은 봄과 같다. 항상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고 활짝 핀 꽃이 가득할 것 같은 봄날, 그러나 동시에 겨울만큼 혹독한 시기다. 이른 봄 개울에는 아직 살얼음이 남아있으며 한 해 농사준비로 분주히 움직이지만 먹을 것이 없다. 이처럼 무쇠라도 씹어 먹을 것 같은 패기 넘치는 젊음 뒤에는 필연적인 방황과 고뇌가 숨어 있다.

 주인공 영훈도 가지에 매달린 나뭇잎처럼 현실의 날카로운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린다. 잔잔한 강에서만 살던 영훈이 바다로 나아가 하구에 다다랐을 때 겪은 물살과 파도는 아주 매서웠다. 우여곡절 끝에 대학에 들어가긴 했지만 그곳에서도 방황한다. 이곳저곳을 떠돌며 매일 술을 마시고 수업은 뒷전이다. 김 형의 권유로 문학 동아리에 들어가서 안정을 찾는 듯 했지만 쫓겨나고 여자친구와 헤어진다. 그러던 중 김 형이 죽자 대학을 포기하고 바다를 향해 무작정 걷는데 그가 마주한 바다는 상상과 달랐다. 평화나 고요와 거리가 먼 기러기 한 마리를 삼키는 바다의 잔인함, 그것을 보고 그는 유서를 집어 던진다.

 글을 읽는 내내 나는 그에게서 연민과 동질감을 느꼈다. 갖은 고생을 하며 대학교에 들어왔지만 꿈꾸던 열정과 낭만의 캠퍼스는 아니었다. 나 자신부터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잠자기 일쑤였고 도서관 대신 어두컴컴한 호프집과 피시방이 더 친숙해졌다. 동기들과 몰려다니며 왁자지껄 떠들면서도 항상 마음 한 구석이 왠지 모르게 답답했다.

 나뿐만 아니라 내 또래 많은 학생들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 헤맨다. 길이 분명하더라도 현실의 장벽에 부딪혀 넘어지고 만다. 나태와 게으름에 빠지면서도 눈은 높은 곳을 바라보며 자신을 한탄한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청년기의 방황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불안함과 불확실함이 젊음의 이면이기에. 그렇지만 지금 자신을 찾아온 절망과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하구를 지나 바다에 도달한 치어는 새로운 세상에 도달한다. 강과 달리 짠 바닷물과 상어 같은 포식자들, 거센 파도…. 그 속에서 치어는 단단한 이빨과 강인한 지느러미를 갖추게 된다. 그것은 바다 자체가 아니라 바다에 오는 과정에서, 그리고 바다에 도착하고 나서 겪은 경험들 덕분이다.

리터러시 독후감 경진대회 최우수 수상작
허승우(화학·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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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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