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 끝났을 때>
<미래가 끝났을 때>
  • 이문희 기자
  • 승인 2014.03.20 00:17
  • 호수 13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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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의 차이로 우리 현실을 되돌아보며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하이트컬렉션에서 2014년 첫 전시, <미래가 끝났을 때> 전이 열리고 있다. 특정한 연령대를 주 대상으로 설정하지 않고 ‘다음 세대’라는 관점을 11명의 신진작가들(강정석, 김다움, 김동규, 김실비, 로와정, 서보경, 이병수, 이양정아, 정승일, 최윤, 함정식)이 풀어냈다. 이들은 88만원 세대(88만원의 돈을 받고 일하는 20대 세대), 삼포족(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하는 족속),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등과 같은 부정적인 신조어들이나 사회의 일방적인 시선이 지금의 젊은 세대를 규정짓는다고 꼬집었다. 눈길을 끈 건 예술가로서의 자기인식과 그 실천방식에 대한 고민을 담은 김실비 작가의 다.

 ‘실제로 도착하기 전 지도를 그려보려고 합니다’로 시작해 ‘아마 이런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로 끝마치는 영상은 특정 장소에 접근하는 작업인 동시에 어떤 장소에든 한시적으로 개입하기, 여행 등 일반적인 경험들에 의미를 부여한다. 개인적으로 초, 쌀알, 침핀 등과 같은 눈에 띄지 않는 소재들을 가지고 존재의 아름다움을 묘사한 것이 와 닿았다. 일상생활과 가까운 재료들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그리는 모습과 그 장면을 영어로 해설하는 영상은 지금도 뇌리에 깊게 박혀 있을 정도로 인상이 깊었다.

 이를 지나 발걸음을 옮겨보면 서보경 작가의 <여름휴가>를 만날 수 있다. 작가 본인의 신체를 이용하여 자연환경에 개입하는 행위들을 담은 옴니버스식 구성의 영상이다. 대지를 생명의 어머니라 부르며 자연과 여성의 신체를 동일시하는 상황을 낯설게 만들어 여성의 신체에 대한 고정된 정체성을 뛰어넘으려 했다. 파란 바탕에 여자가 들고 있는 흰 천이 바람에 나부끼는 장면에서 시작되는 영상의 색감이 예뻐서 한참동안이나 작품을 바라보았다. 자연 속에서 여인 한 명이 한 가지 행동을 취하고 있는 모습은 정적이면서도 동적인, 어떻게 보면 모순적인 행동과 장면들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묘하게 마음을 끄는 구석이 있다. 마지막 작품은 정승일 작가의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세 개의 각기 다른 각도와 크기로 이루어진 삼각뿔 모양의 거울로 일정한 장소에 개입하여 이전과는 다른 이미지들과 상황을 만들어내지만, 주위 대상에게 물리적 힘을 가하지 않는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집단에서 벗어난 개인이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 자각하게 하고, 타인과 교류하면서 공감과 타협을 이뤄내는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거울 속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과연 나는 어떻게 이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나는 과연 타인에게 어떤 존재로 비추어질지 잠깐이나마 성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길 바란다.

 기자는 많은 인연들로 얽히고설킨 삶 속에서 나는 잘 지내고 있는지 되돌아보고 과거 인연들과의 관계 속에서 잘잘못을 돌이켜보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전시돼 있는 21개의 작품들은 각기 다른 소재와 메시지들로 이루어져있지만 ‘지금의 나’라는 주제가 모두를 아우른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나의 모습, 우리들의 모습을 작품 속에 투영시켜 사회의 일방적인 잣대나 시선에서 벗어나 본인 스스로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현세대를 되짚어보고 성찰하면서 우리가 우리의 시대를 잘 이끌어나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뇌해보고 사색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문희 기자 lmh0913@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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