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단대 ① 교수님이 외계인이라면?
IF단대 ① 교수님이 외계인이라면?
  • 이문희 기자
  • 승인 2014.03.20 00:25
  • 호수 13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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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 발휘로 교수직을 점령하다

 

 오늘은 새 학기가 시작되는 날이다. 벌써 교수라는 직업을 갖고 생활해온 지도 어언 30년이 다 되어간다. 지구에 정착한 지 200년이 넘어가지만 그동안 가졌던 수많은 직업 중에서도 유독 쉽게 질리지 않는 것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다. 물론 여기, 우리 대학 죽전캠퍼스에서 일을 시작한 지는 5년이 채 되지 않는다. 외모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어 어디에서든 정착하고 여러 해를 보낼 수도 있지만,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고 정을 쌓는 데에 지쳐버린 나로서는 한 곳에 오래 정착하지 않고 떠돌며 살아가는 것이 편했다. 알람이 울리는 7시. 눈을 뜨고 새로운 학생들과의 수업을 기대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간단히 씻고 식탁 앞에 앉아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고민해 본다.

 아침이니 간단하게 달걀 프라이에 과일샐러드가 먹고 싶었다. 1초 후 내가 원했던 음식들이 식탁에 차려져 있다. 혼자 살아가는 데 익숙한 이유 중 또 한 가지. 내게는 굳이 음식을 할 필요 없이 생각하는 대로 내 눈 앞에 진수성찬을 차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재료를 사다가 음식을 만들 수는 있지만 오늘은 왠지 손수 무언가를 만드는 게 귀찮아졌다. 학교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살고 있어 굳이 순간 이동 능력을 쓸 필요는 없기에 오늘도 나는 걸어서 학교 언덕을 올라간다. ‘내가 이 학교에 조금만 더 일찍 왔었다면 이 언덕을 없애버리는 건데…’라는 생각을 지우지 못한다. 매 학기마다 하는 생각이다. 아님 익명으로 기부해서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버려? 아니다. 애써 마음을 다 잡고 올라가니 벌써 연구실에 도착해 있다. 연구실에서 이리저리 수업에 필요한 물건을 챙겨 강의실로 들어가니 호기심으로 가득한 아이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하게 빛나고 있다. 이 맛에 강의를 한다. 신입생들이 수업에 많이 참여해서 그런지 낯선 얼굴들이 많다.

 수업 명단 1초 만에 스캔 완료. 셋째 줄 맨 앞에 앉은 김송이 학생. 예쁘장한 외모에 수석 입학. 눈에 띄는 학생이다. 이럴 때 교수라는 자리가 참 어렵고 불편해진다. 보수적인 한국에서 학생과 교수와의 스캔들. 한 번쯤은 꿈 꿔 볼만한 매력적인 제자와의 연애에는 곱지 않은 시선들이 자연스레 쏟아지기 마련이다. 물론 사람들의 기억을 바꾸거나, 지울 수도 있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사고 싶진 않다. 마음을 다 잡고 수업을 시작했다. 오늘은 첫 날이니 간단한 오리엔테이션만 마치고 수업을 끝냈다. 교탁에 강의안을 두 번 툭툭 치고 강의 종료. 뒤돌아 나오는데 아까 눈 여겨봤던 송이 학생이 “교수님~” 하며 나를 뒤쫓아 온다. 아, 왜 이 학생에게 자꾸 눈길이 가는 거지. 갑자기 송이 학생과 데이트하는 장면이 눈앞을 스친다. 선견지명. 내 운명이었던 것인가. 앞이 캄캄해진다. 앞으로의 내 인생이 드라마처럼 파란만장해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문희 기자 lmh0913@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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