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보, 그 후] 박원순 시장에게 돌직구, “현 정부 어찌 생각하시느냐?”
[대자보, 그 후] 박원순 시장에게 돌직구, “현 정부 어찌 생각하시느냐?”
  • 기획취재팀
  • 승인 2014.04.01 21:48
  • 호수 13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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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두리’를 거부하는 쿨하고 유쾌한 시민2.0, KOCA를 만나다

글 싣는 순서
 
-1부-
<연재 예고> 연재를 시작하며
① 대자보로 뭉친 안녕 못한 사람들, ‘안녕 네트워크’의 현주소 (3월 18일)
② 대자보 열풍의 본질 (3월 25일)
③ 대자보가 대한민국 ‘키보드워리어’ 들에게 미친 영향 (4월 1일)
④ 대자보 열풍이 만든 상품들, ‘안녕들하십니까 마케팅’ (4월 8일)
⑤ 대자보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밖에서 본 시선 (4월 15일)

 

22일 서울 시청에서 KOCA(대한민국 온라인 커뮤니티 연합, 이하 코카)의 핵심 운영진 8인을 만나고 왔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인터뷰를 당하고 왔다. 익살과 진지함 사이에 경계선이 1mm도 없는 허허실실 화법에 당황해 점점 머리가 멍해지는 것 같더니 끝내 ‘멘붕’을 경험했다. 그들은 “기자님은 진지를 너무 잡수신다”고 말하며 웃고 떠들다가도 ‘상식과 비상식’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진지해지곤 했다. 그리곤 곧바로 다시 드립이 난무했다. 사진은 극구 사양해 일러스트를 넣었다. <편집자 주>

 

 

▲ ‘밀크’대오를 주축으로 만든 ‘코카’라니. 일단 목은 안 마를 것 같은 이름이다. 코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었나?

-로보타: KOCA는 ‘Korea Online Community Alliance’의 약자다. 얼라이언스(Alliance)라는 말은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종족간의 ‘동맹’을 의미할 때 쓰는 단어다. 그 느낌이 좋아 이 단어를 써서 이름을 짓고 싶었다.

-삥뜯는언니: 밀크대오가 코카 창립멤버는 맞지만 그가 코카를 만들었다는 말은 어폐가 있는 것 같다. 코카는 운영진들이 다 같이 만든 것이다. 밀크대오는 엄숙, 진지함 담당이라고나 할까. 예컨대 공식 제의문 쓰기 같은 진지한 일을 맡아한다. 요즘엔 별로 활동을 못하고 있다.

▲ 수익금을 전액 정신대 할머니들께 기부하며 훈훈한 화제를 모았던 ‘오유 벼룩시장’ 활동이 코카 창립의 계기였다고 들었다.

-삥뜯는언니: 맞다. 오유 벼룩시장을 통해 오프라인 활동을 하게 됐고, 그러면서 정치 얘기를 나누다가 지금의 코카를 결성하게 됐다.

-다니엘: 코카가 결성된 건 이 나라의 ‘한 여성분과 보디가드들’ 때문이라 볼 수도 있다. 온라인에서 댓글로만 흥분할 게 아니라, 오프라인에 직접 나가 표현하고 싶다는 열망을 심어주셨다.

▲ ‘온라인 활동의 오프라인 이동’은 어떤 시대적 흐름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코카가 대표적 사례이고. 최근엔 디씨인사이드 격투기 갤러리 회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잉투기>라는 영화도 나오지 않았나.

-다니엘: 온라인에 머물던 에너지가 오프라인 행동으로 바뀌는 것은 비단 국내뿐만 아니라 이 시대의 세계적 시류라 생각한다. 아랍의 오렌지혁명이나 터키의 사례 등 시민들이 행동하고, 그 과정이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사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이바라♥: 우린 그냥 인터넷을 많이 하다 코카 제의문 공지를 보게 된 거다. (웃음) 코카는 잉여력의 결집체다. 잉여와 잉여가 모인 거다.

▲ 국내 80여개 커뮤니티가 모인 연합 치고는 카페가 좀 썰렁해 보이던데.

-삥뜯는언니: 코카의 다음 카페는 단지 행사 안내, 모금액 사용 내역 공개 등의 정보 제공을 위한 곳일 뿐이다. 애초에 우리가 이 카페를 키워서 뭘 해보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 그렇다보니 행사가 없을 때는 각자의 주축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썰렁해 보이는 것이다. 가끔 “망한 거 아니냐”고 오해하는 분들도 있지만 전혀 아니다.

▲ 이건 그냥 혹시나 하고 묻는 건데, 코카에 일베나 수컷닷컴 이용자는 없나? 아니면 요즘 ‘귀농(일베에서 일워로 전향)’이 유행이라는데 비슷한 사례는 없었나?

-삥뜯는언니: 코카에 일베 회원이 있는지 없는지는 솔직히 파악이 어렵다. 몰래 활동하는 일베 회원이 분명 있을 것이다. 국정원도 있을지 또 모르지. (웃음) 만약 일베, 수컷닷컴 회원들도 코카에 놀러오고 싶다면 받아줄 의향이 있다. 무엇보다 오프라인 만남을 간절히 바란다. 만나서 진지하게 한번 얘기해보고 싶다.

▲ 코카가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의 대표 격이다 보니 국내 최악의 커뮤니티인 일베를 어떻게 좀 해줄 거라는 기대를 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다니엘: 우리는 딱히 일베를 미워하거나 하지 않는다. 그곳에도 나름대로 상식이 있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비상식을 말하는 사람들은 일부일 거라 생각한다.

(일동 폭풍 야유. “상식이 있으면 애초에 일베를 안 한다”며 면박)

-로보타: 사실 일베에 전혀 관심이 없다. 사이트에 가본적도 없다. 우리 일 하기도 바쁘다. 그들 중 일부는 우리와 대결을 원하지만 우리는 아예 관심 자체가 없다.

정치적 프레임 거부, “장기 ‘말’ 아닌 ‘판’이 되고 싶다”

▲ 사람들은 코카를 진보단체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심지어 트위터에는 코카가 ‘통진당의 온라인 혁명전사’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더라.

-로보타: 1월 ‘누리꾼의 역습’ 행사 때 민노총과 딱 한 번 연대한 이후로 계속 그렇게 정치와 엮는다.

-삥뜯는언니: 우리는 정치인, 정당, 상업적 스폰서를 배제하는 원칙을 두고 있다. 우리가 하고 싶은 말에 제약을 받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모든 활동은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한 후원금에 한해 이뤄지고,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이러한 연유로 후원금을 최대한 아껴 쓰고자 민노총과 연대한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었다. 그쪽에서 장소 섭외부터 무대설치, 대형 스피커까지 지원해주니 함께 한 것뿐이다.

-검은망토: 맞다. 행사비, 장소 같은 현실적 여건 때문이었다. 시민들의 가장 큰 광장(서울시청)을 반 토막 내고 싶지 않았다.

-로보타: 당시 그 문제 때문에 우리도 내부적으로 엄청 살벌했다.(웃음)

▲ 보수 쪽 입장에선 지금까지의 코카 활동들이 모두 진보의 이념을 대변한 것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삥뜯는언니: (폭소) 그런 분이 있다면 우리를 너무 대단하게 보신 거다. 우리가 되고자 하는 건 장기 ‘말’이 아닌 장기 ‘판’이다. 오히려 정치적 이분법에서 벗어나 놀 수 있는 판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태어났다. 코카는 정치단체와 무관하다. 어느 특정 편을 지지하지도 않는다. 단지 상식과 비상식의 선에서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할 뿐이다.

▲ 실제로 코카의 오프라인 활동을 보면 ‘집회’라는 단어와 전혀 안 어울린다. 보통 사회운동 비스무리 한 것을 하면 머리에 띠 두른 비장한 얼굴이 연상되는 반면, 코카의 행사는 ‘축제’나 ‘놀이’의 느낌이다.

-삥뜯는언니: 얼마 전 시사 잡지에서 캄보디아의 유혈진압 사태에 관한 기사를 봤다. 격렬한 진압 가운데서 이질적이게도 춤을 추는 시위자들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 사람들이 제풀에 꺾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려면 반드시 ‘재미’라는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머리에 띠 메고 소리 지르는 집회보다는 누구나 와서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실제로 행사 때 많은 분들이 우리를 보며 웃으면서 지나간다. 과거의 운동권 집회에선 상상 할 수 없는 장면이다. 이전 세대의 화염병이 우리 세대에서 촛불이 되었고, 우리는 이 촛불을 ‘드립’과 ‘짤방’으로 바꾼 거다.

-검은망토: 우리는 정치적 가두리가 싫다. 싸움은 피곤한 일이다. 우리 행사의 핵심은 ‘재미’다. 정치적 입장을 밝히거나 모이는 행위를 두려워하는 시대인 만큼 오프라인에서 코카 같은 단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이바라♥: 이전의 집회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우리가 ‘장난친다’고 떨떠름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우리는 단지 모든 세대를 끌어안는 ‘시위 프리’ 문화를 만들고 싶다.

▲ 실제로 전달 방식이 익살스럽다 뿐이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여전히 진지해보인다.
-삥뜯는언니: 기자님 진지 너무 잡수신다. (웃음) 코카와 같은 단체의 등장이 처음이기 때문에 전달 방법에서는 시행착오를 겪어 나가는 중인 것 같다. 어쨌든 코카의 핵심키워드인 ‘재미’와 ‘상식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방향성은 변치 않을 것이다.

▲ (기자 흠칫) 헉! 오고 가는 드립 속에 정신이 쏙 빠져 정작 중요한 걸 빼먹을 뻔했다. 이번 화의 주제가 ‘대자보가 대한민국 키보드 워리어들에게 미친 영향’이다. 이쪽에 대해서도 좀 얘기해보자. 코카가 결성된 날이 대자보 열풍이 몰아친 작년 12월 말이다. 영향을 받은 건가?

-하이바라♥: 대자보 열풍에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사실 코카 결성과 운영 제반사항에 대한 논의는 대자보 열풍 이전부터 이뤄지고 있었다. 원래는 훨씬 천천히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대자보 열풍이 터졌고, 이 시기를 타야겠다는 생각에 급하게 추진된 배경이 있다. 말하자면 좀 복잡하다. (웃음)

▲ 안녕 연대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도 코카의 소식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안녕 연대와는 어떤 관계인가?

-삥뜯는언니: 연대 관계다. 안녕 연대 회의에도 참여하고 있고 홍보도 서로 돕는다. 이들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안녕들 네트워크와도 연대 관계를 맺고 홍보도 도와주며 교류한다.

박원순 시장을 당황시킨 ‘돌직구’ 인터뷰

▲ 지난 8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인터뷰를 했다고 들었다. 재밌는 얘기 많이 나눴나?
-삥뜯는언니: 돌직구 엄청 날렸다. 근데 전부 진지하게 잘 빠져나가시더라. (웃음)

▲ 어떤 돌직구를 날렸나?

-삥뜯는언니: 이런 질문도 있었다. “시장님 회춘하신 것 같습니다.”

-하이바라♥: ‘전시행정과 현재 서울시 행정의 차별성’에 대해 물었다. 바로 엄청난 서류 더미를 가져오시더라. 그리고 도리어 행정 교육을 받았다.(웃음)

-로보타: “현 정부를 어찌 생각하느냐?” “대통령 출마 의지가 있으신가? 등의 돌직구를 잔뜩 날렸다.

-하이바라♥: 정리해서 곧 공개할 예정이다.

▲ 혹시 보수 쪽 정치인도 만나볼 의향이 있나?

-하이바라♥: 완전 환영한다. 다음 인터뷰는 정몽준 위원과 진행 해보고 싶다. 우리의 돌직구를 성공리 방어하실 수 있다면, 연락 달라.

기획취재팀: 단대신문 최형균·신수용 기자, 슬로그업 김상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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