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묵처방] 인간과 종교
[백묵처방] 인간과 종교
  • 박정규(교양기초교육원)교수
  • 승인 2014.04.07 11:41
  • 호수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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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학교 학생들 중에 아주 가끔은 필자에게, 학교 내에서 특정 종교를 믿는 사람이 자신에게 접근하여 그들의 종교를 믿으라고 전도를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는데, 왜 학교 당국은 그런 사람들을 내버려 두냐면서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필자가 그 학생에게 해 줄 수 있는 조언은 그리 많지 않다. 기껏해야, “당신이 나에게 그런 강요를 할 권리까지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식으로 당당하게 대응하라는 정도인 것이다.


 학생들의 이런 불평을 들을 때마다 필자는, 왜 유독 인간이라는 존재는, 어떤 믿음 체계가 됐건 특정 대상을 설정해서 그 대상을 믿고 따르는 존재가 된 것인지 궁금해지곤 한다. 과거야 그렇다 쳐도, 과학 문명이 꽤나 발달한 현대에도 어찌해서 자신의 믿음이 옳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그 믿음을 따르라고 강요하는 현상이 사라지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왜 사람들은 자신들의 믿음 체계가 절대적이라고 강변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자신들의 믿음 체계로 흡수하고자 애쓰는 것일까? 여기서 필자는, 현재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몇 가지 종교의 장 ? 단점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모든 인간에게는 종교의 자유가 있다”는 말이, 자신의 종교를 다른 사람들에게 무조건 전도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으로 오해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일례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상에 어떤 하나의 종교만이 존재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래도 그 특정 종교가 계속 필요하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인가? 필자의 생각으로는, 더 이상 그 종교는 존재할 이유 및 가치가 없다고 본다. 어떤 특정한 종교의 존재 가치는 다른 종교가 존재함으로 인해 그 존립 기반이 성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필자의 생각은, 대상을 ‘종교’가 아니라 ‘국가’라는 단어로 바꾸어 보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만일 지구상에 존재하는 국가가 A라는 국가 하나뿐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은 A라는 하나의 국가의 국민일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더 이상 A라는 국가가 존재할 이유가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물론 그렇다 해도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특성에 따라 ‘A1, A2, A3…’라는 이름을 붙여 자신들만의 색깔을 드러내려고 하겠지만). 


 그러므로 사정이 이와 같다면, 사실상 누가 어떤 믿음 체계를 가졌으며, 어떤 믿음 체계가 다른 것보다 더 우월한가의 문제는 전혀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결국 중요하게 부각되는 것은 종교를 믿는다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어떠해야 하는가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어차피 종교라는 것이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방법 중 하나라면, 종교를 믿음으로써 자신들의 삶의 질이 얼마만큼 나아졌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종교를 가졌다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아무런 종교를 가지지 않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보다 전혀 나은 것이 없다면, 종교인이라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인가?


 아쉽게도 그동안 필자는, 주변에서 종교인이라고 자처하면서도 종교를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보아왔다. 쓸데없는 소모전이 계속되는 것은 우리 모두를 위해서도 전혀 바람직하지 않음을 명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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