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림과 존 레논
박경림과 존 레논
  • 김동민(커뮤니케이션) 강사
  • 승인 2014.04.08 19:09
  • 호수 13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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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미디언 박경림이 최근 자신이 진행하는 한 방송 프로그램의 오프닝 멘트에서 “민방위 훈련 때문에 방송시간이 20분 늦어졌다. 누구한테 보상받아야 하나” 라고 말한 것이 빌미가 되어 욕을 바가지로 먹은 모양이다. 뭐 그렇게 크게 욕먹을 말 같지는 않은데 어쨌거나 이 해프닝이 이번 칼럼의 주제를 제공해주었다.

 대중에게 연예인이란 어떤 존재일까? 닥치는 대로 돈을 모아 서울 강남에 수백억짜리 빌딩을 샀다고 자랑하는 골 빈 연예인도 있고, 무보수로 재능기부를 하는 개념 있는 연예인도 있다. 전자에 대해서는 언급할 가치도 없고, 후자의 대표적 사례로서 그 옛날 비틀즈의 멤버였던 존 레논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한다.

 존 레논은 가수이자 반전평화운동의 기수였다. 그는 노래와 사회적 발언과 퍼포먼스로써 반전평화운동을 확산시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의 활동에 대해 미국 정부가 무척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을 정도였기 때문에 그가 암살을 당했을 때 CIA의 소행으로 추정되기도 했다. 소치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의 갈라 쇼에서 김연아의 연기를 본 사람들은 <Imagine>이라는 노래를 들었을 것이다. 존 레논의 대표적인 곡이다.

 존 레논은 이 노래에서 천국과 지옥이 없는 현실, 국경도 종교도 없어서 죽고 죽이는 일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상상해보라고 한다. 이러한 세상을 꿈꾸는 자신은 몽상가가 아니며 혼자만의 생각도 아니어서 너도 나도 결합하여 모두가 하나 되는 세상이 어렵지 않다고 강조한다. 또 사적 소유가 없어서 탐욕과 굶주림이 없고, 인류에 대한 사랑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세상을 상상해보라고 한다. 감동적이지 않은가? 피아노를 치며 감미로운 목소리로 애잔하게 부르는 모습을 한번 감상해보기 바란다.

 존 레논은 영국 왕실로부터 받은 훈장을 반납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영국이 나이지리아-비아프라 내전에 개입한 것을 반대하고, 미국이 벌인 베트남전에 대한 영국의 지지 표명에도 반대하고, 저의 ‘Cold Turkey’ 차트 순위가 내려간 것에 반대하는 뜻으로 이 훈장을 돌려 드립니다.” 멋있지 않은가?
운명적으로 만난 공연예술가 오노 요코와의 신혼여행에서는 그 유명한 침대시위 퍼포먼스를 통해 베트남전쟁 반대의 의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전쟁이 아니라 사랑이 필요하다. 전쟁터가 아니라 침대로 가라’ War is Over! 노동자 집회에서 부를 수 있도록 ‘민중에게 권력을(Power to the People)’ 이란 노래를 작곡하기도 했다.

 존 레논은 1980년 12월 8일 밤 11시 뉴욕 맨해튼에 있는 자신의 집 앞에서 한 정신병자로부터 저격을 받아 사랑하는 아내 오노 요코의 품에서 숨을 거두었다. 오노 요코의 회상도 심금을 울린다. “존은 나를 감싸는 커다란 우산이었어요. 나는 아직도 그를 향한 감정이 살아있는 것을 느낍니다. 나는 이제 그를 그리워하는 모든 사람을 사랑합니다. 혼자서 꾸는 꿈은 그저 꿈에 불과해요. 하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됩니다.”
우리 연예인들도 박경림과 같이 생각 없이 작가가 써준 원고를 장난처럼 읽어내거나 오락 프로그램을 즐기는데 그치지 않고 과분하게 받는 부와 명예에 값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김동민(커뮤니케이션) 강사
김동민(커뮤니케이션) 강사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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