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에 만나요. 청계천 시민위원회 위원장 조명래(도시계획부동산) 교수
화요일에 만나요. 청계천 시민위원회 위원장 조명래(도시계획부동산) 교수
  • 최형균
  • 승인 2014.04.09 12:37
  • 호수 13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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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과 실천은 두 개로 나뉠 수 없다

100분 토론을 보면 간간이 보이는 패널이 있다. 더불어 뉴스에도 자주 의견표명을 하는 교수가 있다. 바로 우리 대학의 조명래 교수다. 그는 이 같은 의견표명에 그치지 않고 많은 단체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연구와 강의만으로도 벅찰텐데 부족한 시간을 쪼개 다양한 사회참여활동을 하는 그는,  지식인이란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편집자 주>

▲죽전으로의 캠퍼스 이전 후, 우리 대학이 공간 활용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한남동에 비하면 시설이 많이 좋아졌고 그만큼 공간이용도 편리해졌다. 한남동 시절엔 주변 환경과 상관없이 공터에 무질서하게 건물을 지었다면 지금은 계획적으로 건물을 배치해 학교경영이 쉬워졌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용자 입장에서 편리해졌냐고 하면 그렇진 않다. 오래된 도시에서 사는 것이 편안하듯이 새 도시는 몸에 안 맞는 게 많다. 캠퍼스 측면에서 상당히 경사도가 심하다. 경사도를 기준으로 땅의 씀씀이를 결정한다고 하면 죽전캠퍼스는 별로 좋은 터전은 아니다. 절대적 공간이 가진 의미 말고도 서울이나 주변 지역과의 관계에서 오는 상대적 의미에서도 좋은 입지라고는 할 수 없다. 수도권과의 분리·단절에서 오는 학생들의 소외의식과, 외곽에 위치하면서 교육의 질이 기대만큼 따라오지 못하는 것에서 볼 수 있지 않나.
▲집필한 저서, 활동 중이신 모임들을 보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할 것 같은데.
이론과 실천, 두 가지는 같이 가야 한다. 현장에 나가 실제 사람들의 문제를 학문과 연결해 해결하는 것은, 학문을 위해서도 한국사회의 문제해결을 위해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양자는 결코 분리의 대상이 아니다. 몸이 한 개 두 개의 문제가 아닌 학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역할의 문제일 뿐이다. 만일 시간이 제한됐다면 내 스스로 시간의 효율적 배분을 통해서 고민해 가야 할 부분이다. 지식과 현실참여는 분리시키거나 트레이드 오프(어느 것을 얻으려면 반드시 다른 것을 희생하여야 하는 경제 관계)할 사항이 아니다.
내가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학생들이 좀 더 좋은 반응을 보이는 것은 현실에서 치열하게 싸우며 느낀 것을 조금이라도 전해줄 수 있기에 그런 것 같다. 그것이 현실에 참여하는 중요한 이유다. 가끔 휴강을 하지만 학생들에게 “나는 단국대 교수의 역할을 맡고 있지만 학생을 가르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 역할을 중심으로 해서 외연을 확장해 해야만 하는 것들이 적지 않고 그것들이 단국대 교수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얘기한다. 특히 사회과학은 현실참여가 필수적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칼럼 ‘시민운동 정치참여의 공과(功過)’에 시민운동의 쇠퇴로 인한 시민사회 공동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앞선 이유도 그 일환은 아닌지 궁금하다.
사회적 역할을 하는 리더들과 전문성 있는 역할자들이 제대로 일을 해야 한다. 나는 교수로서 외부활동을 많이 해서 조금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은 크로스 오버성격의 측면도 있지만 지킬 건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도 자주 이야기를 한다. “돈도 명예도 중요하지만 자기 스스로의 원칙 질서 규칙을 지키며 살아야 한다”고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이 아니다. 원칙과 규칙을 지켜야 그 사회가 온전해질 수 있는 거다”
우리 사회를 큰 판으로 봤을 때, 현재 정치권은 도덕과 질서를 갖추고 작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정치와 사회가 올바르게 작동하고 건강성을 가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그에 대한 방법 중 하나는 정치의 개혁을 이끌 수 있는 시민사회의 감시자 같은 교과서적 역할이다. 시민운동 영역에서 확고한 기준 없이 정계에 진출하게 되면 큰 급류에 휩쓸리는 이중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확고한 신념을 지키는 우리 사회의 리더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활동영역도 넓어지고 그 영역 내에서 투명성과 건강성도 생기며 그것들이 합쳐져 융합적 발전도 생길 수 있다. 정치인이 아닌 학자로서 감시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일환이다.
▲서울시에서 청계천시민위원회가 제안한 의견을 받아들였다고 들었다. 청계천시민위원회 위원장을 2012년부터 맡고 있는데, 그간의 결실로 봐도 되나.
청계천 재복원을 목적으로 하는 청계천시민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어떻게 할지를 고민해 봤다. 그리고 두 가지 원칙을 세우게 됐다. 하나는 다른 시민들과 (올바른 복원방법에 대한) 지혜를 모으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명박 서울시장 때 이뤄진 복원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다.
일단 복원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을 진단하는데 주력했다. 그리고 첫 번째 원칙에 의거해 전문가나 시장이 아닌 시민들과 함께 논의하며 합의점을 찾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면서 첫 번째 복원에서 제대로 다루지 못했던 부분들,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수표교와 상류지천 복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리가 당장 (복원을) 한다는 것보다는 할 수 있도록 일거리를 제대로 갖다 놨다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성과다.
▲복원되기 전 청계천은 2년간의 공사를 통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반면  위원회가 제안한 ‘청계천 2050 마스터플랜’은 이전 공사보다 18배나 많은 36년이라는 사업기간을 잡았다. 공사기간을 이렇게 오래 잡은 이유가 있나.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이 실패한 것은 임기 내 급박하게 일이 진행됐기에 그렇다. 조급하게 진행하면서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선 결국 토목적 방법만 남는다. 그래서 청계천이 토목하천, 시멘트 하천이 된 것이다.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서울 시민들의 생각에 의거해 시민의 관점에서 복원을 하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천만시민 의견을 일일이 들어보고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생활문화 속으로 동화가 되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수많은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제도를 강구하고 생각을 바꿔야 이뤄질 수 있는 일이다. 결국 시간의 함수가 담보되지 않으면 진정성 있는 복원은 불가능하다.
고도성장기와 다르게 더 이상 단기적 처방만으론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방법론을 달리해야 한다고 생각해 장기적 안목으로 단계별 프로그램을 담보해 놨다. 또한 우리 세대만이 아닌 미래세대 를 같이 고려했다. 복원은 우리만이 아닌 후손들의 문화와 철학에 맞게끔 이뤄져야 한다. 그들이 향후 생활할 공간을 위한다는 의미에서 장기적 안목을 강조해 상징적 의미가 강하게 2050이란 숫자를 정한 것이다.
▲지난 발언들을 보면 반개발·생태주의 시각을 지닌 것 같다. 학과의 부흥과는 정반대되는 행보가 아닌지.
지금 우리가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제대로 된 건가. 시장가서 돈만 벌라고만 하지 그것으로 인해 타인의 삶이 해체되고 사회발전의 장애가 발생하는 것은 알려주지 않는다.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굿디벨롭먼트. 착한 개발과 발전이 필요하고 그런 관점과 주장이 필요하지 않겠나?
개발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건강하고 좋은 개발을 하자는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의 학문이 오래가고 이를 바탕으로 하는 정책이 사회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 법에서 명시하기도 부동산개발은 공공복리에 맞게끔 시행돼야 한다고 돼있다. 나 혼자 집 지어서 개발이익 남기고 환경 파괴하는 행위를 제한한 것이다. 하지만 개발의 문화와 제도관행의 문제로 이런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그렇기에 계속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학문적 역사적으로 평가될 일이지 단기적으로 특정인에 의해서 판단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향후 학생들도 민간영역에서 규범에 걸맞게 일을 하면 수익도 창출되고 개발이 이어지며 건강한 사회의 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다 그렇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 역시도 우리 대학 졸업생이면서 우연히 교수로 오게 됐다. 하지만 학교가 이전보다 후퇴한 측면이 없지 않아 있다. 과거엔 ‘삼국대학’급은 됐는데 지금은 그보다 떨어진 것 같다. 다른 대학은 일취월장 발전하는데 오랜 역사를 지닌 대학으로써 우리 대학은 그러지 못하고 있어 참 자괴감이 많이 든다. 외부에 나가 활동해보면 우리 대학 출신의 사회리더를 만나기가 어렵기까지 하다. 교수가 된 지 30년이 다되는데도 ‘왜 그런가’하는 질문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결국 구성원의 문제인 것 같다. 우리가 실력을 쌓아야 한다. 항상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가지고 품위를 높이라고 강조한다. 단국대 학생이기에 그 때부터 포기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왜 포기를 하는 건가. ‘땅이 아닌 태양을 향해 화살을 쏘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래야지 화살이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
살다보면 사람의 능력이란 것은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기에 굳이 패배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다. 자신감을 갖게 되면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들 또한 무한정으로 커질 수 있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때 모든 것이 할 수 있는 대상으로 떠오를 수 있는 것이다. 내가 그리하고 친구, 나아가 동료가 그렇게 되면 우리 대학도 변할 수 있다. 그걸 다시 한 번 부탁한다. 그게 없으면 단국대학의 발전은 영원히 있을 수 없다. 

조명래 교수가 활동하는 단체와 직책

환경정의 공동대표
한국내셔널트러스트 공동대표
인간도시컨센서스 공동대표
서울ymca시민정치위원장
한국도시연구소장역임
서울시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
서울시 청계천시민위원회 위원장
서울시 한강시민위원회 부위원장
서울시 도시정책자문단 부위원장
서울시 용산공원자문위원회 위원장
서울시도시계획위원, 도시공동건축위원, 미래문화유산위원
충남행정혁신위원장
충북정책자문위원, 강원도정책자문위원
국토부공공주택정책자문
중기청 지역특화지구위원
수원시환경수도위원장
대통령직속지속가능발전위원회,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 역임
한국엔지오학회명예회장, 한국공간환경학회명예회장 등

최형균 기자 capcomx6@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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