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다 잿밥 관행 고치자
제보다 잿밥 관행 고치자
  • 박정규(교양기초교육원) 교수
  • 승인 2014.04.14 03:49
  • 호수 13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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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이 읽힐 때면, ‘어벤져스’라는 영화의 우리나라 촬영이 거의 끝나겠지만, 지금 이 영화의 일부를 우리나라에서 찍고 있는 것을 두고 세간이 시끄럽다.


 여기서 이 영화를 우리나라에서 촬영하게 된 배경을, 헤럴드 경제 2014년 2월 19일 인터넷판 신문에 난 기사를 통해 잠시 살펴보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프로듀서인 케빈 파이기 대표는 ‘최첨단 하이테크와 아름다운 경관, 초현대식 건축물이 공존하는 한국은 대규모 블록버스터를 촬영하기에 최적의 로케이션이다’라며 ‘한국 로케이션이 가능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신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에 특별한 감사를 전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 영화를 우리나라에서 촬영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정부 당국의 전폭적인 협조가 있었을 뿐 아니라, 영화를 통해 우리나라를 전 세계인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기회라는 당국의 속셈이 작용하였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게다가 언론까지 한몫 거들고 나서면서, 이번 촬영으로 인한 경제 활성화 유발 효과가 무려 2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측성 기사까지 가세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잠시 과거로 돌아가 보자. 약간 다른 경우이긴 하지만,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열린 국제적 규모의 행사는 결코 적지 않았다. 멀게는 88년 서울 올림픽부터 시작하여 2012년 8월 12일까지 3개월간 지속된 여수엑스포에 이르기까지, 그간 국제적 규모의 행사가 여러 차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행사를 유치할 때마다 정부 당국에서 하는 이야기는 으레 비슷했다.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제고할 뿐만 아니라 국가 인지도가 올라가면 경제의 활성화도 꾀할 수 있을 거라고….


 그러나 행사가 끝나고 나오는 변명 또한 거의 같았다. 대회의 유치 과정부터 인프라의 구축까지 총 투자액이 얼마였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얼마 정도의 적자가 불가피했다고…. 그런데 상황은, 지방자치제 이후 각 자치단체에서 주관하는 행사라고 해서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여수 엑스포만 해도, 처음에는 관람객 중의 상당수를 외국인 관람객으로 채울 수 있을 거라고 장담했지만, 해외 관광객은커녕 폐막에 임박해서는 결국 머릿수 채우기에 급급하지 않았던가? 사정이 이러니 과연 얼마나 적자를 냈는지는 아는 사람만 아는 작태가 반복되고 만 것이다.


 그러면 왜 우리나라는 정부 당국이고 자치단체고, 약속이나 한 듯이 똑같은 구태를 되풀이하는 것일까? 실패를 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결국에는 모든 적자를 국민에게 전가시켜도 되는 시스템의 문제가 가장 크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러니 그동안 제사보다는 잿밥에만 골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이다.


 물론 필자의 이러한 지적이,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열린 각종 행사가 국가의 인지도를 조금이라도 올리는 데 전혀 기여한 바가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님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현재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나라 가운데 어느 나라도, 선뜻 거국적인 행사를 유치하겠다고 쉽게 나서지 않는 것을 보면, 지금의 우리나라와 같이 종류를 불문하고 마구잡이로 행사를 유치하는 것이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는 첩경이라는 단세포적인 발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곤란하지 않을까? 선진국이란 어떤 나라인가? 국민의 대다수가 살기 좋은 나라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나라가 곧 선진국이 아닐까? 그렇다면 필자가 보기에, 우리나라는 아직도 후진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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