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보, 그 후] 대자보를 보는 시선의 온도차…‘안녕들’은 지속될 수 있을까?
[대자보, 그 후] 대자보를 보는 시선의 온도차…‘안녕들’은 지속될 수 있을까?
  • 기획취재팀
  • 승인 2014.04.15 11:36
  • 호수 1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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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변질’ 자문하며 새로운 국면 맞은 안녕들… 해외에선 유사 열풍 일어나기도

글 싣는 순서
<1부>연재를 시작하며
① 대자보로 뭉친 안녕 못한 청춘들, ‘안녕 연대’의 현주소
② 대자보 열풍의 본질
③ 대자보가 대한민국‘키보드 워리어’들에게 미친 영향
④ 대자보 열풍이 만든 상품들, ‘안녕들하십니까 마케팅’
⑤ 대자보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밖에서 본 시선

 

지난 겨울 몰아친 ‘안녕들하십니까’ 열풍은 강력했다. 최초 대자보는 ‘88만원 세대’를 적시하며 청년층의 사회에 대한 무관심을 질타하면서 대학생들에게 ‘의식충격’을 가했다. 전국 수많은 대학생들이 화답의 대자보로 공감을 표했다. 그러나 모두가 안녕들 열풍에 우호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적대적인 세력 또한 존재했다.

사회단체와 언론, 보수정당 등 안녕들을 반대한 이들은 주현우씨가 쓴 대자보의 문구 중 ‘철도민영화에 반대하는 수천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는 부분을 인용하며 “직위해제와 해고를 동일시하는 팩트 왜곡이며 철도민영화는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고 사실관계를 지적했다. 또한 주현우씨의 노동당 당적을 언급하며 ‘야권의 정치기획’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실제로 캠퍼스에서 만나 본 학생들도 반감을 느끼는 지점이었다.“학생이 뭔가 용기를 내서 그렇게(부조리한 현실을 지적하는) 의견을 내고 참여를 이끌어 냈다는 면에서는 대단하지만 정치개입이 지나친 것 같아서 부담감이 든다”는 등 학생들은 안녕들이 정치색을 내비칠 때 거부감을 느꼈다. 이에 대한 반감으로 대자보를 붙인 이들을 ‘빨갱이’라 칭하며 게시물을 훼손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 일베의 대자보 훼손 모습

‘한국대학생포럼2.0’ 역시 위와 같은 맥락으로 긴급성명을 통해 안녕들 현상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보인 바 있다. 학생포럼의 이상욱 부회장은 “구 진보신당(현 노동당)에 몸을 담았던 행적을 가지고 있는 주현우씨가 ‘안녕들하십니까?’란 대자보를 내붙였으나, 자극적이고 표피적인 단어의 조합으로 이어진 대자보의 진행과정 자체가 정치적인 사안에 편승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안녕들 진행과정 중 철도민영화반대현장을 찾아가 ‘국정원 대선개입반대’와 ‘대통령 하야 시국선언’을 외치지 않았냐”며 진보진영의 정치적인 목소리와 안녕들이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자보 열풍은 국가구성원의 다양한 반응을 촉발시켰고, 이를 해석하는 시각도 다양했다. 결국 대자보 열풍
에 대한 입장은 이처럼 찬성과 반대가 공존하고 있다.

 


안녕하지 못한 세계 각국의 외침

▲ 시국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대만 대학생들

이러한 안녕들 열풍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문구가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가게 된 것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북경 등에서 열린 연대 촛불집회에선 각 나라의 언어로 ‘안녕들하십니까’를 외치며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성토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단순히 해외 교민들만이 안녕하지 못한 현실을 지적한 것만은 아니다. “한국인 여러분,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대자보가 칠레에 붙기도 했다. 현지 대학생이 작성한 대자보는 “칠레는 이미 민영화가 많이 이뤄졌다”며 “계획하시고, 참여하시고 거리에 나오시고, 여러분의 불만을 표출하시고, 민영화를 저지하십시오!”라는 내용으로 한국 안녕들을 응원했다.

각국 노동자들도 안녕들에 화답했다. 안녕들의 시발점은 한국철도공사 노조 파업이었다. 이들은 수서발 KTX법인 설립을 ‘철도민영화의 전단계’로 규정하고 지난 12월 9일부터 파업을 시작했다. 철도노조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인 22일간이나 파업이 진행된 최장기간 파업이었다.

세계최대의 운수노조 단체인 ‘국제운수노동조합연맹(ITF)’은 12월 10일 한국철도 파업 지지의 날로 정하고 세계 12개국의 한국 대사관에 항의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ITF에 속한 철도 해운운수(RMT) 칼슨 링우드 노조집행 위원장은 관계자들이 ‘안녕하지못합니다!’란 팻말을 들고 있는 영국주재 한국 대사관 앞에서 삭발을 하기도 했다. 이에 화답해 안녕들에서 칼슨 링우드씨에게 안녕들 대자보를 전달한 바 있다.

특히 대만에선 안녕들과 매우 유사한 형태의 운동이 발생했다. 90년대 이후 출생한 대만의 청년들은 ‘22K(2만 2천 대만달러?약 77만 5천원)’로 표현되는 세대다. 대학을 졸업하더라도 취직하기가 어렵고 일자리를 구하더라도 낮은 임금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는 자조적 표현이다. 우리나라의 ‘88만원 세대’와 일맥상통하며 현 상황에서 세대간 불균형이 극심한 것이다.

이런 배경 하에 마잉주(현 총통) 정부가 추진하는 ‘대중국 서비스 산업 협정(전자상거래, 금융, 의료, 통신, 여행, 운수, 문화창작 등을 개방)’은 종국에 대만경제를 중국에 종속시켜 자국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상부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에 학생운동 단체가 지난 달 18일에 입법원(국회)을 점거한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다수의 대학생들이 문제의식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지난 달 26일부터 ‘안녕들 하십니까’, ‘별탈 없냐’의 뜻을 지닌 ‘니하이오마’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개시하며 입법원 점거사태와 현 시국에 대한 내용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이 움직임은 국립 대만대, 정치대, 칭화대 등 수도권 주요 대학을 기점으로 점점 퍼지고 있는 형국이다.

취업에만 매달릴 수 밖에 없었던 대학생들이 점점 시국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던 안녕들 현상과 유사한 점이 많은 것이다. 이를 보도한 연합뉴스의 “대만판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열풍”기사를 링크하며 국립 대만대 페이스북도 관심을 표방했다.

 

새로운 국면 맞은 안녕들

▲ 위헌학칙 개정 토론회를 연 안녕들

대자보에 대한 국내의 부정적인 시선과 해외의 유사한 사례들 가운데 ‘안녕 연대’는 여전히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현재 29일에 열릴‘『안녕들하십니까』북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대자보 200여 장을 모아 책으로 엮은 『안녕들하십니까』를 기념하고 그간 안녕들의 의의와 전망을 고민해보자는 취지다.

더불어 소모임도 이뤄지고 있다. 한국사 전공 학생들과 함께 한국사를 공부하고 역사적 현장을 답사하는 소모임 ‘그날, 그들은, 그곳에서’는 3월 1일 처음 모임을 가졌고, 지난 12일에 4번째 모임을 가졌다. 추가로 올 가을 전시회 개최를 목표로 하는 ‘자유미술 소모임’에 참여할 인원들을 모집하고 있다.

각 대학의 청소노동자를 지원하는 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근로조건 개선과 노동조합 인정 등을 요구하며 지난 12월 16일부터 시작한 ‘중앙대학교 청소노동자 파업’은 안녕들이 대학내 청소노동자에 대한 관심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안녕들은 1인 시위와 더불어 대자보를 부착하며 지지를 표명했다. 최근에는 후원금액을 모아 인덕대학교 청소노동자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위와 같은 기존 활동 외로, 최근 안녕들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들은 최초 대자보가 붙은 이래 4개월이 경과한 지금 지난해 2월 열렸던‘안녕 총회’의 연장선상으로인 이벤트를 기획했다. 지난 6일부터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그간의 활동을 반추하고 점검하는 “대자보를 기록하다: ‘안녕들하십니까’는 무엇이었나”라는 제목의 릴레이 질문 게시하고 있다. 안녕들의 의미와 초심에 대한 질문들이었다.

‘대자보 열풍의 본질’편에서도 다뤘듯이 12월 18일 이후로 안녕들에 대한 호응은 점차 줄어든 상황이다. 이번 질문 이벤트는 이에 대한 돌아보는 성격을 띤다. ‘안녕들하십니까가 초심과 달리 변질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안녕들하십니까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안녕들하십니까가 기존의 운동권과 다르다고 생각하시나요?’와 같은 질문들을 통해 답변자들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안녕들은 대학 내 위헌학칙 개정을 목표로 정치권과의 교감을 넓히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7일 여의도 국회회관에서 ‘여러분의 대학 학칙은 안녕들하십니까?’라는 주제로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실과 대학 내 위헌학칙 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연 것이다. 이러한 최근 활동들은 “내 얘기인줄 알고 움직였는데 점점 나와 먼 얘기로 나가니 관심이 줄게 됐다”거나 “열심히 (대자보를 쓰면서) 참여했음에도 문제를 해결하거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한계를 느꼈다”는 참여자들의 그간 지적을 반영한 움직임이라 볼 수 있다.

안녕들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를 담당하는 조현재씨는 “안녕들은 처음부터 자발적인 참여로 만들어진 네트워크였기 때문에 그간 여러 상반된 평가를 받아올 수밖에 없었다”며 “실제로 안녕들 활동을 해온 실무진들도 각자 안녕들에 대한 정의와 해석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안녕들하십니까는 무엇이었나'는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여러 번 받았던 질문들을 되묻는 것으로, 공론의 장을 만들어 안녕들의 의미를 모두가 함께 논의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기획취재팀: 단대신문 최형균·신수용 기자, 슬로그업 김상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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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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