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법한 ⑥ 세월호 참사를 보며......
있을법한 ⑥ 세월호 참사를 보며......
  • 이문희 기자
  • 승인 2014.05.08 05:32
  • 호수 13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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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는 2014. 4. 15. "10개 중앙행정기관과 함께 '동북아 마리나 허브 실현'을 비전으로 마리나산업 육성대책을 마련하여 2017년까지 8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2019년까지 전체 마리나 계류 규모를 현재의 4배인 6천척 이상으로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수부는 마리나산업을 융·복합 산업의 하나로 보고 "조선, IT, 디자인 분야의 역량을 고려할 때 적기 투자와 정책적 지원이 더해진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분야"라고 정책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인 4. 16. 온 국민을 참담하게 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였다. 인재(人災)냐, 관재(官災)냐 하는 논란에서부터 사고 후의 유가족, 실종자가족의 슬픔은 뒤로 한 채, 이를 일종의 흥밋거리나 자신의 선전도구로 이용하는 일반인, 정치인의 모습들. 생각하기도 싫지만, 어찌하랴. 앞으로는 우리 어린 학생들이, 모든 국민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진정으로 누릴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마음에서 세월호 참사가 법률가에게 던져둔 세 가지 문제에 관하여만 살펴보도록 한다(이 세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고, 법과 관련하여 필자가 우선 생각해 본 문제임을 잊지 말기를 당부한다).


첫째, 거시적인 법정책적인 면에서 규제완화, 성장이라는 정부정책에 대하여 재고(再考)해 보아야 한다. 서두에 언급하였듯이 조선과 IT 분야에서 세계 최강이라는 나라가 여객선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침몰중인, 또 침몰한 상태에서 기술력을 사용할 수 없었다는 것은 외형상의 성장만 있었지, 성장에 따르는 분배 및 책임에 관하여는 진지한 고민을 하지 못하였음을 반성하여야 한다. 예고된 참사라는 말이 어느 덧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별론(別論)으로 하고, 세월호와 그에 탑승한 승객에 대하여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선장마저 비정규직이었다는 사실은 두고두고 잊지 말아야 한다.


둘째, 국회의 책임을 들 수 있다(정부의 대응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이 글의 내용에 포함되지 않는다). 2012년 5월 정부제출 법안 3건과 의원발의 법안 4건이 묶인 ‘해운법 개정안’(국토교통위원회 대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개정안은 운항관리자의 직무 이행 의무를 규정하는 22조 규정에 신규조항을 넣었다. 신규 조항이 만들어지면서 기존조항인 22조 3항은 22조 4항으로 밀렸다. 그런데 이에 따라 벌칙조항도 “22조 3항을 어겼을 때”를 “22조 4항을 어겼을 때”로 바꿔야 했지만 법안 심의기관인 국회는 어이없게도 이런 간단한 조항 변경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하여  국회 법제실, 의원실, 상임위·법사위 전문위원 등 모두 “내 탓이요”하는 사과의 말을 아직 듣지 못하였다. 그런데 국회는 또다시 생뚱맞은 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이런 참사를 당하고도 며칠 만에 5-6개의 법을 뚝딱 제정, 개정하는 것이 사고에 대한 근원적인 대책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법 개정 당시 해양수산부가 실수로 위 벌칙조항을 빠트렸다는 것은 국회에 대하여 더 큰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국회는 통법부(通法府)가 아니라 자신의 책임 하에 법을 제정하는 입법부(立法府)이기 때문이다.


셋째, 법의 공정한 집행이다.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한 국회의원은 자신의 SNS에 그야말로 생뚱맞게 밀양송전탑 반대시위 주민이 어느 새 세월호 실종자가족이 되어 있다고 비아냥거렸다. 물론 그 의원이 지인이 혹은 제3자가 합성한 사진을 아무런 확인 없이 그냥 올린 것이다. 대통령께서 직접 세월호와 관련하여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하였다(물론 허위사실유포 자체가 범죄가 되지는 않는다. 명예훼손이나 공무집행방해 등의 다른 죄에 해당하여야 한다!). 지켜 볼 일이다.


법의 공정한 집행은 모든 정보의 완전한 공개를 전제로 함에는 아무런 이의가 없다고 하겠다. 해경이나 해양수산부, 안전행정부 등의 초기대응이 적절하였느냐 하는 것은 모든 정보가 공개된 이후에 정확히 평가할 수 있다. (글 쓰는 시점 기준으로) 어제서야, 사고 발생일로부터 13일이 지난 시점에서, 속옷차림으로 탈출하는 선장의 모습, 학생이 침몰 중인 배 안에서 카카오톡 보낸 내용이 뒤늦게 공개되었다. 이는 정부가 법의 공정한 집행에 대한 의지가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덧붙여 신속히 사망자에 대한 부검도 실시하고, 그 결과도 정확히 공개되어야 한다. 질식사냐 익사냐 하는 문제는 (늑장구조에 따른) 국가의 배상책임에 대하여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종자가족들도 이제 실종자들의 무사생환은 포기하였다고 한다. 이 땅에서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새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김래영(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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