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탐구생활45. 서울경마공원 신상경(51) 장제사
직업 탐구생활45. 서울경마공원 신상경(51) 장제사
  • 이다혜 기자
  • 승인 2014.05.08 13:38
  • 호수 13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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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말발굽

 

2014년 말의 해, 전국의 경마공원은 아주 바쁘다. 경마를 떠올리면 흔히 아주 튼튼하고 멋진 말, 그리고 그 말을 타는 기수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미처 모르는 아주 중요한 역할이 있으니, 이는 말의 발굽을 관리하는 장제사이다. 지난달 29일 2시 서울경마공원에서 장제사 신상경(51) 과장을 만나보았다.<편집자 주>

 

꾸밀 장, 굽 제, 스승 사. 국내 3만여 두가 넘는 모든 마필자원의 발굽을 관리해주는 스승같은 사람을 장제사라고 한다. 서울경마공원지부의 신상경 과장은 벌써 말발굽을 관리해온지 31년이나 된 1급 장제사이다. 신 과장은 “한 달에 8mm정도 자라는 말발굽을 정기적으로 깎아주고 ‘편자’라는 알류미늄 신발을 신겨주는 것이 장제사의 역할”이라며 한 두당 2개월에 한 번씩 장제를 한다고 했을 때 전국에 총 65명밖에 되지 않은 장제사들이 한 달에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말만 100여두가 된다고 했다.

그는 “말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체중과 체격이 아닌 말발굽”이라고 했다. 물론 마체의 조건과 혈통, 생김새도 중요하지만 ‘No hoof, no horse(발굽이 없으면 말도 없다)’라는 말처럼 말에게 있어 발굽이란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신 과장은 자신이 말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직업을 가지게 될 줄은 전혀 예기치 못했다고 했다. “기수모집을 보고 왔다가 장제사의 길을 밟게 됐다”고 하는 그는 “체중을 줄일 자신이 없어 기수를 포기하고 견학을 하던 중 장제소를 발견, 장제사로의 직업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장제사가 되기 위해서는 2년간의 교육을 받고 3단계의 시험을 쳐야 하는데, 그렇게 얻은 3급의 자격에서 신과장과 같은 1급을 따기까지는 최소 17년의 실무경력이 필요하다.

말의 발굽은 인간의 지문처럼 모두 제각기이다. 신 과장은 “발굽을 깎고 그 발굽에 맞는 편자를 하나하나 만든다”며 “왼발굽과 오른발굽마저도 모양이 달라 그에 맞게끔 발굽을 쳐다보며 모두 손수 제작해 못을 박아준다”고 장제과정을 설명했다. 절대 공장이나 기계로의 대체가 불가능하고, 항상 말과 함께 작업해 다칠 수도 있는 세심하고도 위험한 일이다.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이 말이기 때문에 공부를 통해서나 혼자서는 해낼 수가 없다”고 말하는 그는 경험의 시간과, 또 이를 가르치는 스승의 역할을 통해 ‘일마일체’가 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심하고 위험한 직업이기 때문에, 신체적 체력소모와 긴장이 커 힘들 때가 많다. 하지만 힘든 만큼 보람은 더욱 크다. 신 과장은 “수없이 많은 말들이 매일 말발굽에 문제가 생긴다”며 “각종 질병에 걸린 발굽 때문에 폐사직전에 처한 말들에게 치료장제를 해줘 다시 경기를 뛰는 모습을 보면 일반 관람객들과는 다른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한번은 발굽이 썩는 병에 걸린 ‘황금비율’이라는 경주마의 발굽을 치료해주었는데, 그 말이 경주에 나가 1등의 성적을 낸 적도 있었다”며 이렇게 그를 통해 새롭게 태어날 수 있었던 아들 같은 말들의 편자를 항상 간직한다고 했다.

신 과장은 이제 장제일 뿐 아니라 인재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수의대나 수의학과 학생들에게 정기적으로 장제를 가르치며, 승마교관이나 승마 지도사들에게도 장제교육을 한다. 그는 “앞으로는 국내소득이 높아져서 마필자원도 점차 증가할 것”이라며 “거기에 따른 전문 인력이 필요해질 것이기 때문에 장제사의 전망이 밝을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그래서 이 일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적성검사 받듯이 꼭 시도해 보길 바란다”라고 말하며, 또한 그의 후배들에게는 “말을 사랑하는 소유자들이 만족할 만한 최고의 서비스를 주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쌍커풀 진 크고 깊은 눈을 지닌 말들에 대해 신상경 과장은 “정말 잘생긴 동물”이라고 애정을 표현했다. 외모도 훌륭하지만 말에게서는 배울 점 또한 많다. “말은 사람이 손길을 주고 애정을 준만큼 사람을 잘 따른다. 반면 방치해두면 호랑이 새끼만큼 위험한 동물이 된다”는 그는 말과 함께 있으면 교감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고 했다. 31년의 장제를 통해 신상경 과장은 “말에게서 사랑을 배웠다.”

이다혜 기자
이다혜 기자

 ekgp0598@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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