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단대 3. 단국대가 신실한 불교대학이라면?
IF단대 3. 단국대가 신실한 불교대학이라면?
  • 이다혜 기자
  • 승인 2014.05.08 13:40
  • 호수 13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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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관하라, 나무아미타불~

이른 아침 6시, 새벽종이 울리는 소리에 잠을 깬다. 다른 학교 친구들은 기숙사나 학교 앞에서 자취를 더 선호하지만, 우리 대학 학생들은 오히려 통학생을 부러워한다. 전날 늦게 잠들어도 6시만 되면 학교 전체에서 울리는 종소리에 아침잠을 즐겨본 적이 없기 때문인데, 부엉이과인 나에게는 이렇게 괴로울 수가 없다. 매일 아침 스님이 치는 종소리로 시작하는 여기, 우리 대학은 불교학교다.

기숙사생들은 더하다. 일학년들은 필수적으로 기숙사에서 일 년을 보내야 하는데, 그 기간 동안 빠짐없이 생활 수련을 한다. 6시에 울리는 종소리와 함께 기상, 짧은 세신 후 새벽수련을 하러 예복을 입고 평화의 광장까지 나간다. 예쁘고 멋진 옷과 화장으로 한창 꾸며야 할 새내기가 매일 펑퍼짐한 바지(일명 똥싼바지)를 입고 다니자니, 절대 옷이 날개가 되어 옆방 친구가 잘생겨 보인다던가 하는 착각은 할 수 없다. 그리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두 끼 발우공양을 해야 하는데, 마지막 단계인 숭늉으로 그릇 씻어 마시기가 어려워 반찬을 적게 덜어먹게 된다. 공부하느라 많이 오른 셀룰라이트를 줄일 수 있는 다이어트식으로 생각하면 아주 좋다.

사실 1학년 때 생활 수련을 하는 것만 빼고는 살만하다. 특히 캠퍼스는 정말 환상적인데 봄이면 벚꽃이, 가을이면 은행과 단풍이 멋진 단국사(檀國寺)를 시작으로 폭포공원까지 펼쳐져있다. 게다가 여름에 폭포공원 아래에서 웃통을 벗고 무술 수련하시는 젊은 스님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주지 말아야 할 사람에게 뛰는 이 가슴을 주체할 수 없다.

불교학교이지만 종교의 다양성을 인정해 학생들에게 불교활동을 강요하진 않는다. 그래도 불교 관련 자치활동이 뛰어나게 발달돼있고 지원도 아끼지 않아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 중 꼽아보자면 소림동아리가 있다. 소림사 스님들처럼 무술을 배우며 몸을 단련하는 동아리로, 네발로 돌계단을 오르고 내리는 수련 등 고된 신체운동을 하기로 유명하다. 아이러니한 것은 몸 좋은 남학생들을 보러 가입한 여학생의 비율이 더 높다는 점이다. 다음으로는 템플다이어트 동아리. 이 역시 여학생들의 비율이 높다. 스님들처럼 육식을 거의 하지 않고 발우공양을 지키면서 소식을 한다. 하루에 세 번 108배를 지키며 정기적으로 모여 1000배를 해 실패할 시 동아리 탈퇴라는 혹독한 통과의례가 있다.

내가 들어간 불교동아리는 차를 마시며 마음수련을 하는 차동아리이다. 차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젤로 깔끔하게 넘긴 바람머리를 하고 살인미소를 짓는 한 남자선배에 반해 가입하게 되었다. 항상 깔끔한 흰 셔츠를 입고 가지런히 앉아 차를 마시는 선배의 모습에 동아리방과 가까이 있으려고 2학년이 돼서도 나는 힘든 기숙사행을 택했다. 언젠간 이 마음을 알아주겠지! 오늘도 선배를 뵈러 동아리방에 찾아간다. 응? 그런데 이 시간에 항상 있을 선배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웬일로 스님 한 분이 방문하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차를 마시고 계시는데…. 고개를 돌린 스님, “어 왔니? 선배가 고민 많이 했잖아~ 결국 승려의 길을 밟기로 했어, 축하해줘!”

…억장이 무너져 내린다. 내 첫사랑은 어디로~? 절로~

 

 

이다혜 기자
이다혜 기자

 ekgp0598@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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