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탐구생활48.숲해설가 이정재 씨
직업 탐구생활48.숲해설가 이정재 씨
  • 최형균
  • 승인 2014.05.20 13:13
  • 호수 13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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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숲의 안내자

아카시아 기운이 채 느끼기도 전에 봄이 지나고 있다. 그럼에도 그 내음을 찾으려는 사람들은 산으로 숲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하지만 정작 숲이 아닌 나무, 즉 세세한 생물과 그 의미를 알지 못한다면 몸만 피곤할 수 있다. 자연과 숲의 진정한 가치를 알려줄 숲해설가가 함께한다면 더 큰 묘미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 주>

숲의 역사는 짧지 않다. 48억 년의 유구한 세월을 지낸 느티나무에서 알 수 있듯이 숲은 인간이 등장하기 전부터 지구를 보듬는 역할을 했다. 인류가 수렵생활을 하고 농사를 짓기 시작했을 때도 숲에서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 문명의 발전이 이뤄졌다. 지구에서 나아가 인류생존의 근간 그 자체였던 것이다.


하지만 20세기에 들어서 무분별한 개발의 결과로 기후변화가 세계적 이슈로 대두되며 자연에 대한 인간인식의 일대전환이 이뤄졌다. 한국도 ‘녹색성장’을 강조하며 이에 발맞춰가는 추세이며 지자체 차원에서도 휴양림 등을 보존하며 자연의 중요한 기치를 알리고 있다. 숲해설가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며 숲을 찾는 이들에게 숲의 의미와 각종 생물(나무, 풀, 꽃, 조류, 벌레, 곤충 등)을 알려주는 이정표 역할을 수행한다.


이정재 씨는 98년부터 숲해설가협회(전 자연환경안내자협회)에서 숲해설가 일을 시작했다. 그다음 해 산림청에서 공식적으로 숲해설가 제도를 시행한 만큼 원년중의 원년 멤버인 것이다. 산업안전관리공단에서 일을 해왔던 만큼 주말에만 시간을 내 활동을 하고 있지만 16년간 축적된 지식과 경험 면에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할 수 있다.


이전부터 등산을 매우 좋아했던 이씨는 “자연 그 자체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수시로 등산을 다니다가 어느 순간부터 숲이 아닌 나무가 보이기 시작했다.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게 되니 ‘저 나무의 이름은 뭘까’같은 의문이 꼬리를 물게 됐다”며 숲해설가가 된 배경을 말했다.


숲해설가가 되기 위해선 어떤 과정을 거쳐야할까. 이씨는 “협회나 숲해설가 교육기관에서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상반기 하반기 두 번 교육을 받으며 기본적인 이론공부와 실기평가를 거쳐 30시간 실습요건을 충족하게 되면 산림청 인증서가 발급된다”며 “수강생 대다수가 직장인이라 주말과 평일시간을 쪼개야 하는 만큼 (숲에 대한)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인증서가 발급된 뒤 숲해설가에겐 다양한 길이 열린다. 지자체가 관리하는 수목원, 휴양림, 공원에서 이용객들을 안내해주는 역할과 초등학교, 유치원생들의 야외활동에 교육자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숲해설가의 향후 전망에 대해 이씨는 “최근 정부에서 대규모로 휴양림, 숲 등을 조성하는 만큼 숲해설가의 활동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한 뒤 “최근에는 숲치료사가 등장하는 만큼 숲에 대한 직업적 전문화는 더욱 활발히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이씨는 “숲해설가 활동을 이어오면서 보람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숲에 오면 힘들어 하긴 해도 오만상을 찌푸리는 사람은 없다. 모두의 얼굴에 행복감이 보이지 않나”며 “인간과 무관한 생명체와 함께하며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줄 수 있기에 경제적 관념으로 표현될 수 없는 포근함을 느낄 수 있다”며 기쁘게 말했다.


이씨는 지난 해 명예퇴직을 했다. 하지만 “숲해설가 활동은 계속해나가겠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자연을 좋아하고 다른 이들과 함께 하는 과정에서 무엇으로도 환산될 수 없는 값진 의미를 찾을 수 있기에 그렇다”고 이씨는 전했다.
 

최형균 기자 capcomx6@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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