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법한 ⑦ 선거일과 관련된 몇 가지 이야기
있을법한 ⑦ 선거일과 관련된 몇 가지 이야기
  • 이문희 기자
  • 승인 2014.05.24 09:49
  • 호수 13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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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선거일은 제헌(국회)의원을 뽑는 1948년의 5. 10. 총선거였다. 일제 치하에서도 선거가 있었지만 식민지 조선인들은 극히 일부의 사람들만이 선거권을 가졌으므로 이를 현대적 의미의 보통선거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후 수많은 선거가 있었지만, 다가오는 6. 4. 제6회 동시지방선거의 경우와 같이 선거일이 미리 특정된 것은 불과 20년 밖에 되지 않았다. 그 사연은 다음과 같다.

1987년 6. 10. 민주항쟁으로 유보조항 없는 지방자치를 규정한 현행 헌법으로 개정되었고, 이듬해 총선에서 여소야대 정국이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곧 지방선거가 실시될 예정이었는데, 1990년 초의 상상을 초월한 3당 합당이 이루어져 순식간에 민자당이라는 거대여당이 탄생하였다. 1991년의 지방선거에서는 이전의 법률규정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이 선거일을 정하여 공고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노태우 대통령은 지방의회의원선거일만 공고하고,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일은 공고를 하지 않았다. 1992년의 대통령선거 시기에 지방자치단체장을 야당이 차지하고 있으면 불리할 것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다가오는 선거가 제7회가 아닌 제6회 동시지방선거인 이유가 바로 위와 같다.

이후 1994년에 대통령?국회의원?지방의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선거법을 통합한 공직선거법을 제정하면서 위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하여,  대통령의 공고와 무관하게 선거일을 임기만료 며칠 전 목요일로 선거법에 아예 못 박아 버린 것이다. 

그러자 부작용도 동시에 나타났다. 1980년대 중반 국제무역환경에 편승하여 경기가 활성화되고 외형적으로 상당한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면서 해외여행도 자율화되었고, 토요일 휴무가 확산마저 편승하면서 금요일 하루 휴가를 내고 동남아로 해외여행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투표율이 점점 하락하는 추세가 이어졌다.

이에 선거일을 목요일에서 수요일로 개정하게 된 것이다. 월·화 혹은 목·금 이틀을 휴가내고 여행을 떠나는 것은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능력자이므로 그 정도는 무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선거를 외면하는 민주시민의식 결여라는 비난에서도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또 다른 변수가 생겼다. 6. 6. 현충일이기 때문에 6. 5. 목요일 하루만 휴가내면 5일이라는 꿈 같은(?) 휴가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두 가지 중요한 문제가 있다. 첫 번째 문제는 6. 4. 선거일은 공휴일인가, 아니 정확히 말하여 법정공휴일인가 하는 점이다. 현행법상 공휴일에 관한 법령으로는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이 있을 뿐이다. 동 규정은 제2조 제10의2호에서 ‘공직선거법 제34조에 따른 임기만료에 의한 선거의 선거일’을 ‘관공서의 공휴일’로 정하고 있는데, 관공서의 공휴일은 그 부여 여부 및 부여 조건 등을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을 통해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약정 휴일에 해당한다(이 문장은 필자의 사견(私見)이 아니라 헌법재판소가 공식적으로 결정한 내용이다. 헌재 2013. 7. 25. 2012헌마815). 따라서 엄격한 의미에서 선거일을 법정공휴일이니, 임시공휴일이니 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다만 근로기준법에서 선거인명부확인이나 투표를 하는 것은 휴업이나 휴무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이 점에서도 선거일은 공휴일이 아님이 반증된다고 보아야 한다!), 선거권을 행사하는 데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다만 영세사업장의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선거일 휴무를 강력하게 주장할 수 있는 사회적?경제적 여건이 성숙되어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둘째는 이번 선거부터 실시되는 ‘사전투표제’라는 것이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전국적인 단일 선거인명부가 작성되어 선거권자는 선거일 이전에(이번 선거의 경우는 5. 30. 및 31.)전국 어느 동사무소(주민자치센터)에 가더라도 투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민주시민으로서 참정권을 유유히 행사하고 연휴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신분증을 지참하여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온 나라에 가득한데 정말로 해외여행을 가는 국민들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래영(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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