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美子의 노래人生 55年
李美子의 노래人生 55年
  • 권용우
  • 승인 2014.05.26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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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美子의 노래人生 55年

 

권 용 우

(명예교수 ․ 법학)

 

‘전통가요를 이어가고 싶어 안간힘을 쓰다 간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한다’ - 이는 가수 데뷔 55주년 전국순회공연을 준비 중이던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李美子)가 어느 일간신문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5년 전 데뷔 50주년 공연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번에 55주년 공연을 하게 되었으니, ‘덤’이라는 말까지 덧붙혔다.

그는 지난 4월 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경주 ․ 춘천 ․ 일산 ․ 대구 ․ 부산 ․ 성남 ․ 수원을 돌면서 6월까지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그가 가는 곳마다 환영의 열기가 대단하다. 팬들은 이미자의 아름다운 선율을 가슴으로 느끼면서 행복해 했다.

 

‘열아홉 순정’으로 19歲에 데뷔

 

가수 이미자는 1959년 19세 때 작곡가 나화랑(본명 조광환)이 작사 ․ 작곡한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 55년 노래인생 외길을 걸어왔다. 이미자의 옆에는 언제나 기라성 같은 작사가 ․ 작곡가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 첫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경우가 ‘흑산도 아가씨’, ‘그리움은 가슴마다’, ‘삼백리 한려수도’, ‘아네모네’, ‘황혼의 블루스’, ‘한 번 준 마음인데’, ‘비에 젖은 여인’, ‘타국에서’, ‘못 잊을 당신’, ‘고향의 꿈’, ‘대답해 주세요’ 등을 작사한 정두수와 작곡한 박춘석이다. 그리고, 박춘석 ․ 이미자 명콤비가 가수 이미자를 ‘엘레지의 여왕’으로 만들었다.

이미자는 애절한 음색에 호소력을 갖추고 있는 가수이다.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누구나 가슴에 울림이 온다. 그는 대중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노래를 불러 심금을 울려준 가수로서, 한국 대중가요사의 한 획을 그어놓았다. 그가 취입한 노래가 2,000여곡에 이른다고 하니, 참으로 감탄스럽지 않는가.

 

대중가요란 서민들의 삶과 정서를 담아내고, 한 시대의 흐름을 읽고 있어야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다. 그런데, 이미자가 불러 히트한 곡들은 모두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동백 아가씨’, ‘흑산도 아가씨’, ‘그리움은 가슴마다’, ‘섬마을 선생님’, ‘섬진강 처녀’, ‘기러기 아빠’, ‘못 잊을 당신’이 모두 그러하다.

그 뿐이 아니다. 이러한 가요들이 이미자의 목소리에 실리면 너무나 감미롭다. 그리고, 애처롭다. 그래서, 듣는 이의 가슴에 뭉쿨하게 다가온다. “남몰래 서러운 세월은 가고 / 물결은 천 번 만 번 밀려오는데 / 못 견디게 그리운 아득한 저 육지를 /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 검게 타버린 / 흑산도 아가씨”

이는 ‘흑산도 아가씨’의 1절이다. 이미자의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노래가사 속의 주인공의 외롭고 쓸쓸한 모습을 보는 듯 하다. 대중들은 그래서 이미자의 노래에 매료되는가 보다.

 

1964년, 이미자는 ‘동백아가씨’로 인기를 누리며, ‘엘레지 여왕’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그 당시 영화 ‘동백아가씨’가 상영되었던 서울 을지극장에서는 주제가 ‘동백 아가씨’가 흘러나오면 아주머니 관객들은 모두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이미자의 애절한 노래가 아주머니들의 가슴을 파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 아가씨 /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소” 노래의 가사가 애절한 선율을 타고 아주머니들의 가슴을 울렁거리게 했다.

 

‘동백 아가씨’로 스타덤에 오르다

 

동백 아가씨(한산도 작사, 백영호 작곡). 어쩌면 가난에 찌들어 살아가고 있는 3, 40대 아주머니들의 그 당시의 삶이 아니던가. 인고(忍苦)의 세월을 견뎌온 아픔이 한 순간에 몰려들었으니,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5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이 노래는 아직도 우리의 가슴을 울렁거리게 한다.

영화와 함께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던 ‘동백 아가씨’는 그 당시 가요인기 순위에서 35주 동안 1위를 계속하면서 인기절정에 올라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어디 그 뿐인가. 1965년, 월남장병 위문공연에서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가 마이크를 타고 흘러나오자 장병들이 흐느껴울면서 연병장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던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그 뒤, ‘동백 아가씨’는 비들기부대의 사단가(師團歌)가 되어 장병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이미자가 불러서 히트한 대중가요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동백 아가씨’를 비롯해서 ‘흑산도 아가씨’, ‘아네모네’, ‘아씨’, ‘황혼의 블루스’, ‘기러기 아빠’, ‘못 잊을 당신’, ‘여자의 일생’, ‘삼백리 한려수도’, ‘섬마을 선생님’, ‘섬진강 처녀’, ‘울어라 열풍아’, ‘그리움은 가슴마다’, ‘한 번 준 마음인데’, ‘황포돛대’, ‘비에 젖은 여인’, ‘타국에서’, ‘고향의 꿈’, ‘대답해 주세요’, ‘서울이여 안녕’, ‘정든 섬’, ‘네온의 블루스’, ‘삼천궁녀’, ‘서귀포 바닷가’, ‘포구 아가씨’, ‘자주댕기’, ‘그 때가 옛날’, ‘꽃잎은 외로워도’, ‘내 삶의 이유 있음은’ ….

이미자는 55년간 대중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노래만을 부르면서 한결같이 가수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눈을 감고 지난 날을 생각하면 ‘동백꽃잎처럼 빨갛게 멍이 든 세월’을 살았다”고 회고했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 자신이 부른 노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情緖)와 한(恨)을 가장 잘 표현한 한국적인 노래”라고 말했다. “그 뿌리는 ‘이 풍진 세상’, ‘고향 설음’, ‘나그네 설음’, ‘눈물 젖은 두만강’, ‘목포의 눈물’ 등 한 맺히고 통한(痛恨)의 설움이 서려 있는 노래들”이라고 결론지었다.

 

‘이미자의 노래인생 55년’을 되돌아보면서 새삼스럽게 삶의 의미를 음미해보게 된다.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는 참으로 중요하다. 필자는 항상 “사람은 무엇을 하면서 살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았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을 되내이면서, 스스로의 삶을 돠돌아보곤 한다. 그리고, “나는 어디서 온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서 일생을 살아갈 것인가?” 이것은 스스로에 대한 참으로 중요하고 의미있는 질문이다. 이에 대한 해답이 자신의 삶에 대한 방향을 결정짓게 된다. 그렇다. 자신의 삶에 대한 방향이 정해지면 곁눈 팔지 않고 오로지 하나의 일에 매진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이미자의 55년 노래인생’은 우리에게 참으로 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가수생활을 자신의 천직(天職)으로 생각하고, 55년간 외길을 걸어온 그의 삶이 참으로 값지게 느껴진다. 우리 모두 그의 삶을 교훈으로 삼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면서, 이 글을 맺는다.

권용우
권용우

 lawkwo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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