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진 감독 & 김다현 작가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장우진 감독 & 김다현 작가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
  • 민수정·김윤숙 기자
  • 승인 2014.05.28 11:15
  • 호수 13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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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졸업작품 <새출발>로 전주국제영화제 한국영화 경쟁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영화콘텐츠전문 대학원 1기 졸업생 장우진(디렉팅) 동문과 김다현(스크린라이팅) 동문을 만났다. 시간과 거리 관계상 두 명의 기자가 오전 11시 평택역 주변카페에서 김다현 작가를 먼저 만나고 오후 3시 합정역 주변카페에서 장우진 감독을 만났다. <편집자 주>

 

■ 장우진 감독 프로필 홍익대학교 디자인 영상학부 졸업영화 <하루> 각본, 연출단국대학교 영화대학원 1기 졸업영화 <새출발> 연출 -2014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 대상

▲영화 <새출발>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영화 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했는데 소감이 어떤가.
=영화를 만드느라 2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정말이지 기쁘다. 그동안의 고생을 보답 받는 기분이다.

▲최소한의 스탭(6명)으로 영화 제작 작업을 했다고 들었다. 스텝들이 기본 1인 2역에서 3역까지도 소화했을 정도라고 들었는데 많이 힘들진 않았나.
=연출자인 나보다는 힘들기로 따지면 현장에서 고생한 스텝들이 너무 고생한 것 같은데 정말 고맙다.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기도 했는데 어떤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가.
=영화가 끝나고 마지막 장면 배경인 동굴에 대해 질문하는 관객이 생각난다. 이를 어머니의 자궁, 즉 태초의 시작이자 ‘새출발’이라고 상징적 의미를 부여한 관객도 있었는데 본래 의도는 아니었지만 그렇게도 해석하기 나름인 것 같다.

▲그렇다면 왜 동굴이 마지막 장면에 등장한 것인가.
=군대에 있을 때 가본 적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동굴에 가보면 느낌이 묘하지 않나. 주위는 고요하면서도 소리는 울리고 마음이 평온해지는, 그런 묘한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

▲주연배우를 제외한 다른 배우들의 경우 연기를 전공한 배우들이 아니었다고 들었다. 상황을 머릿속으로 이해하고 접근하려면 연기 경험이 있는 배우들이 필요하지 않았나.
=의외로 현실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이성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감정이 앞서고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영화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나는 현장에서 대본에 빠져서, 토시하나 틀리지 않고 달달 외우고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연기하는 것보다는 대사의 흐름대로 뜻이 통한다면 상관없다고 본다. 또한 술을 마시는 장면에서는 정말 술을 잔뜩 먹였다. 오히려 술을 깨면 ‘더 먹고 와라’ 하며 먹인 적도 있다.(웃음)

▲전작 <하루>에 이어 ‘낙태’가 등장하는데, 20대 청춘남녀를 묶는 소재가 다소 무겁다. 20대 청춘의 방황으로서 이를 택한 이유가 있나.
=사실 낙태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20대가 되어 겪는 ‘아픔’이자 ‘큰 벽’ 그리고 ‘상실’을 표현하고 싶었다.

▲낙태와 학과통폐합, 아르바이트, 학자금 대출 등 대학생활을 해나가는 학생들의 이야기가 영화 같지 않고 현실 그 어딘가의 이야기들이 모여 있다. 대학교를 다닐 시절의 본인은 어떠했나.
=우선 술을 많이 마셨던 것 같다.(웃음) 정말 술만 마신 것은 아니고 대학생 시절 여러 사람들과 어울렸던 걸로 기억한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다양한 소재도 발견할 수 있었고 그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영화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어릴 적부터 영화를 정말 좋아했다. 부모님께서 반대가 심했지만 영화가 너무 좋아 포기할 수 없었다. 영화에 빠져서 수업을 안간 적도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시계태엽오렌지>다.

▲20대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영화를 주로 다루고 있는데, 판타지를 비롯한 다른 장르에 도전하고 싶진 않나.
=물론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보고 싶은 현실’을 영화로 가장하고  싶진 않다. 오히려 적나라하게 너무도 보기 불편한 현실 보여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차기작은 어떤 소재의 영화를 생각중인가.

=차기작의 주인공으로 졸업 이후의 취업준비생도 생각중이다. 가령 현실과 꿈이 다른데서 오는 방황 같은 것이다. 혹은 유학생의 이야기나 부모님과의 갈등 같이 충분히 있을 법하고 실제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다.

▲영화를 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보다 학생들이 영화라고 하면 겁을 많이 먹는 것 같아 아쉽다. 겁먹지 말고 용기를 가지고 도전했으면 좋겠다. 폰 카메라라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장비에 구애받지 말고 도전했으면 좋겠다.

 민수정 기자 freihe@dankook.ac.kr


■ 김다현 작가 프로필 단국대학교 한국어문학과 2012년 졸업단국대학교 영화대학원 1기 졸업영화 <10분> 스크린라이팅 -2013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평론가상, 관객상 및 2014 제64회 베를린영화제 초청영화 <새출발> 스크린라이팅 -2014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 대상

▲우리 대학원 졸업생들과 함께한 작업으론 <10분>에 이어 두 번째 작품 <새출발>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호평 속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반응은 어땠나.
=반응이 무척 좋았다. 관객이 영화가 좋았다는 것은 영화가 끝나고 마련된 GV(Guest Visit)시간까지 얼마나 사람들이 남아 있느냐 하는 것인데 반응이 괜찮았다. 오전 10시 반에는 작은 영화관에서 오후에는 전주에선 가장 큰 관에서 영화가 두 번 상영됐다. 두 번째엔 영화관이 크니까 좀 더 많은 분들이 오셔서 즐겼다.

▲관객과의 대화 중 기억에 남는 질문이 있다면.
=관객과의 대화 때 내가 함께 오르진 못했고 감독님과 배우들이 올라갔었다. 질문 중에 “한국어문학과가 통폐합이 되기도 하나요?”라는 질문이 있었는데, “작가의 실제 경험이다”라고 설명했다. 단국대학교 천안캠퍼스에서 한국어문학과를 졸업했는데 본교와 분교로 나눠져 있다가 죽전으로 통합되지 않았나. 가장 나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질문이라 기억에 남았다.(웃음) 청년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있어서 ‘아이러니’가 이야기되기도 했다. ‘새출발’이라는 말은 희망찬 이미지지만 영화 전반적으로 희망찬 이야기는 전혀 없지 않느냐 하는 것이었다. 

▲<새출발>을 촬영할 때 함께했다고 들었다. 작가의 시나리오를 짜고 배우가 연기하고 감독이 이를 총괄하는 식으로 영화촬영이 진행되는 줄 알았는데, 촬영에도 함께하는 건가.
=역할로 따지자면 그런 경우는 거의 없지만 학교에서 현장에 함께 나가길 바라기도 했고 작품의 1/3에 대한 책임과 권리가 있기 때문에 촬영에도 함께 했다. 적은 인원으로 작업하다보니 현장에서 스크립팅을 맡아 했다. 감독님이 배우들이 자유롭게 연기하도록 풀어주셨기 때문에 다음 신을 위해 꼭 필요한 대사들만 확인하고 상황에 더 맞는 대사를 권하는 식으로 시나리오를 거의 매일 다시 썼다.

▲대학생활을 이야기하려면 역시 술이 빠질 수 없는데, 실제로 술을 마시면서 연기를 했다고 들었다.
=영화 중간 주인공인 지현이 여인숙에서 하룻밤을 머물게 되는데, 그 전에 지현이 술을 많이 마신 신이 있었다. 술을 마신 촬영을 전날에 해서 술을 마신 상황을 연결을 시켜야 하는데 그만큼 술을 마시게 했다. 중간에 연기하면서 술이 깰 땐 옆에 놔둔 소주를 계속 따라주고.(웃음) 촬영은 재밌게 했다. 감독님께서 리얼리티를 원하시다 보니까 영화 속에서 술 마시는 신에서는 실제로 술을 마시며 촬영했다.

▲“공감된다”, “와닿는다”, “현실적이다”라는 평이 많다. 의도한 대로 잘 표현된 것 같은가.
=<새출발>이 상영 중인 형식화된 느낌의 영화는 아니다. 페이크다큐 식이기 때문에 관객이나 관계자들은 “시나리오가 있었어?”라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감독님도 “배우들 마음대로 해라”고 디렉팅을 하셨다. 30분이 넘도록 카메라 컷을 하지 않기도 했다. 정해진 게 없어서 배우에 맞춰서 동선도 따라가고. 배우의 자유도를 높였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느끼는 대로 하게 했다.

▲<10분>과 <새출발> 모두 열린 결말로 끝을 맺는다.
=두 영화의 목적이 다르다. <10분>은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지 묻는 영화였다. <10분>에서 주인공이 직장에 남을 것인가 자신의 꿈을 좇을 것인가에 대한 의견이 7대 3이었다. 그런데 독일에서는 떠난다는 반응이 7로 많았다. 프랑스에선 한국처럼 호찬이 직장에 남는다는 선택을 많이 내렸는데, 이런 선택을 한 나라들이 실업률이 높다고 한다.
<새출발>은 아이를 지우는 데에도 실패하고 학과도 통폐합된 상황이지만 앞으로 무얼 할지는 모른다. 지현이 울고 혜린이 지현을 위로하는 상황에서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기 전 ‘새출발’이라는 제목이 다시 등장하는데, 결말이 할지 안할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선택을 할지는 모르겠으나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걸 보여준다. <새출발>은 선택은 중요하지 않고 그럼에도 다시 시작하는 모습에 집중했다.

▲본래 작가를 꿈꿨나.
=꿈이 많이 바뀌었다. 입학 당시에는 방송PD, 중간에는 콘텐츠 관련 일을 하고 싶었고 마지막에는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으로 한국어를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부터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진 않았고 대학원으로 진학하려는 생각은 있었지만 전공을 따라 한국어대학원에 진학하려 했다. 1년 휴학한 뒤 복학했는데 스스로 무얼하고 싶은지를 몰라 너무 힘들어했다. 그러다 소개로 영화대학원에 진학하고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는데 못했지만 너무 재밌었다. 

▲작가가 추천하고픈 청춘 영화나 책이 있다면.
=영화를 만들면서 참고하기 위해 찾아본 영화들 중 <여름궁전>이 기억에 남는다. 시대상도 다르지만 주인공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이 와 닿았다. 성인이 되면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진다고 생각했는데 주변상황이 중요하기도 하고 의지와 상관없이 해야 하는 일도 많았다. 그런 모습이 비슷했다.


  김윤숙 기자 flyingnabi@dankook.ac.kr

민수정·김윤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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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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