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n Color Korea, 음악과 페인트로 물든 환상적인 하루
Life in Color Korea, 음악과 페인트로 물든 환상적인 하루
  • 금지혜 기자
  • 승인 2014.06.03 22:20
  • 호수 13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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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즐긴 만큼의
 
 아침 일찍부터 들뜬 마음으로 집 밖을 나섰다. 지난 18일, 세계에서 가장 큰 페인트파티 ‘라이프 인 컬러 코리아’가 서울대공원에서 진행됐다. 기존 라인업 위주의 페스티벌과 달리 EDM(Electronic Dance Music)에 아트 퍼포먼스와 페인트 쇼까지 더해진, 오감을 만족시키는 축제가 한국에 왔으니 가보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도 맑은 하늘에 파티 열기를 더욱 뜨겁게 해줄 쨍쨍한 햇볕까지, 완벽한 날씨였다. 허기진 배를 채워줄 김밥을 싸들고 버스와 지하철로 이동하는 내내 어릴 적 소풍을 떠나던 아이처럼 신이 났다. 4호선 서울대공원역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축제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들이 나온 가족들, 데이트 하러 온 연인들, 소풍 온 아이들까지 많은 사람들 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들은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이었다. 페인트로 흰색 옷을 물들이면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울 수 있기 때문에 페스티벌 주최 측에서 참석자들에게 권유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여자 친구와 흰색 커플티를 맞춰 입은 권혁진(28) 씨는 “라이프 인 컬러를 위해 커플티를 흰색으로 맞췄다. 온 몸을 페인트로 뒤덮을 생각을 하니 긴장과 동시에 너무 기대된다”고 했다. 라이프 인 컬러에서는 얼리버드(표를 일찍 구매한 사람들) 예매자들을 위해 흰색 티를 자체적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공연장이 있는 서울랜드로 가기 위해 정문까지 ‘코끼리열차’를 타고 갔다. 열차를 타고 가니 더운 날씨를 날려주는 시원한 바람 때문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신이 났다. 정문 옆에는 티켓 부스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티켓을 팔찌로 교환하면서 일찍부터 출발한 덕분에 선착순 2000명에게 제공되는 방수팩도 함께 받을 수 있었다. 분홍색 입장 팔찌를 차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서울랜드에 들어섰다.

 안내 표지판을 따라 걸어가니 탈의실과 물품 보관함 옆에 행사장이 있었다. 오후 3시부터 물품 보관소 및 탈의실을 오픈하고 오후 5시부터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기 때문에 좀 더 여유롭게 서울랜드를 즐기며 기다리기로 했다. 행사장 근처에는 여러 놀이기구와 음식점이 있었다. 놀이기구는 따로 표를 구매해야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뛰면서 소비할 에너지 보충을 위한 음식을 먹기로 했다. 주막처럼 보이는 음식점에서는 막국수, 순대, 떡볶이, 파전, 막걸리 등을 팔았고 그 앞에는 넓게 야외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배를 채우고 있었고 기자도 도토리묵과 막걸리 한 사발을 친구들과 나눠 먹었다. 화창한 날씨와 맛있는 음식,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조화를 이뤄 기분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오후 3시가 지나고 어느새 서울랜드 안은 흰 옷을 입은 젊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모두 같은 흰색 옷이지만 각기 다른 스타일링으로 패션 센스를 한껏 뽐냈다. 방수팩에 필요한 물건만 챙긴 후 물품 보관소에 가방을 맡기고 행사장 입장을 시작했다.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지만 입장은 신속하게 이뤄졌다. 드디어 들어간 행사장 안은 큰 스테이지 앞에 두 구역의 스탠딩 석이 있고 한쪽엔 VIP 라운지와 양 옆엔 칵테일을 파는 바가 있었다. 뒤편엔 클리닝 존,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도 갖춰져 있었다.

 공연 시작 전이라 아직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다들 ‘라이프 인 컬러’가 크게 적혀있는 포토 존에서 사진을 찍으며 공연장을 즐겼다. 오후 5시, 스테이지 스크린에 불이 들어오고 3명의 DJ가 무대에 올라 화려한 오프닝을 시작했다. 이들은 ‘Scarnite & Inside Core’로 한국의 핫한 일렉트로닉 연주가이다. 행사장을 가득 채워 심장을 울리는 음악소리는 사람들을 계속 스테이지 앞으로 모았다. 이젠 정말 파티가 시작된 것이다.

 첫 번째 공연이 끝나고, 두 번째로는 ‘KimKat’이라는 여성 듀오 DJ의 무대가 이어졌다. 이제 무대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며 뛰고 있었다. 아직 해가 지지도 않았지만 흥은 점점 더 오르기 시작했고 오늘 처음 본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함께 뛰며 즐겼다. 외국인들도 정말 많이 보였다. 서로 목마를 태우거나 남자들은 윗옷을 벗어 던지기도 하며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공연 초반이라 페인트를 뿌리지 않았지만 더운 열기 속에 가져온 생수를 뿌려 환호를 이끌기도 했다. 

 세 번째 공연은 ‘Jay Park’의 공연이었다. 한국이름 ‘박재범’으로 더 익숙한 가수다. 그가 등장하자 공연장이 떠나갈 것처럼 환호는 커지고 TV에서만 보던 가수를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무대 앞쪽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의 대표곡 ‘좋아’가 나오자 많은 사람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떼창’이 시작된 모습은 그야말로 공연의 진풍경이었다. 이번 무대는 30분의 짧은 공연이었지만 그의 멋진 팬 서비스는 뭇 여성의 마음을 훔치기 충분했다.
 
 해는 저물어가고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는데 왜 아직 페인트를 뿌리지 않느냐는 사람들이 많아지던 찰나, 네 번째 ‘David Solano’의 무대와 동시에 본격적인 페인트파티가 시작됐다. ‘David Solano’는 2014년 라이프 인 컬러 테마곡 ‘Unleash’의 DJ이기도 하다. 무대 앞에선 페인트 대포가 초록, 분홍색의 페인트를 분출하며 사람들의 온 몸을 적시고, 무대 위에선 화려한 의상을 입고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들이 페인트 물총을 들고 뿌렸다. 페인트 파티의 열기는 대단했다. 사람들은 흥분을 넘어 광기로 가득 찬 것처럼 무대 앞으로 움직였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중심을 잃어 제대로 서 있지 못했고 사방으로 사람들에게 끼여 숨통을 압박했다. 구조원들이 무대 중간에서 사람을 빼내기도 했다. 기자가 해외에서 열린 ‘라이프 인 컬러’를 가본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페스티벌을 즐기는 매너가 부족한 것 같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페인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을 적셨고 말 그대로 모든 ‘페인트 샤워’중이었다. 사용된 페인트는 수용성으로 물에 잘 지워지고 무독성이기 때문에 페인트 샤워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잠시 숨통을 트기위해 무대 뒤편으로 향했다. 무대 뒤는 무대 앞과 달리 편안한 분위기에서 칵테일 한잔씩 하며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Jeff Alvarez(36) 씨는 “음악과 페인트가 날 흥분시킨다. 오늘 멋진 밤을 보내고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이경원(29) 씨는 “페인트를 맞는 것도 좋지만 잠시 쉬기 위해 뒤로 나왔다. 다시 무대 앞 쪽으로 가려면 많은 사람들을 비집고 가야한다”며 걱정했다.

 조금 쉬고 다섯 번째 스페인 출신의 DJ ‘Danny Avila’의 공연이 시작됐다. 그는 수려한 외모와 더불어 멋진 디제잉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귀에 익은 음악도 들려 많은 사람들이 따라 부르기도 했다. 페인트는 공연 중간 중간에 뿌려지기 때문에 페인트를 뿌리지 않을 때는 사람들이 비트와 음악에 몸을 맡기고 신나게 춤추며 뛴다. ‘Danny Avila’의 공연이 끝나고 사회자가 나와 분위기를 더욱 띄웠다. 2명의 관객을 무대 위로 불러와 집중적인 페인트 물총을 맞게 한 것이다. 그리고 “Thank you South Korea!”를 외치며 무대 밑 모든 관객들과 함께 태극기를 들고 단체사진을 찍었다.

 11시가 넘은 시각. 마지막 하이라이트 ‘A-Track’의 무대가 시작됐다. 그는 세계 3대 메이저 DJ 경연대회를 최초로 석권한 인정받는 일렉트로닉 뮤지션이다. 하지만 큰 일교차로 젖은 티 한 장을 입고 있던 몇몇 사람들은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공연장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기자도 마지막 무대의 끝을 보지 못하고 공연장을 빠져나왔다. 빠져나오는 길에 마주한 공연장 바닥은 물병, 티슈 등 온갖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다.
클리닝 존에는 온 몸이 페인트로 젖은 채 간단히 물로 씻어내는 사람들이 있었다. 샤워장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머리부터 발끝까지 페인트를 씻어내기란 역부족이다. 물품 보관소에서 가방을 찾고 탈의실에 가서 각자 챙겨온 물티슈와 수건으로 닦아내야만 했다. 탈의실 안도 버려진 옷, 신발, 수건, 티슈로 가득 차 있었다. 페인트 때문에 멋진 공연을 즐기고 왔지만 정작 페인트를 닦아내는 사람들은 찝찝함에만 치중한 채 자신들의 쓰레기 처리는 소홀했다.

 음악과 페인트로 물든 환상적인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언제 그랬냐는 듯 고요했다. 모두 하나 되어 영혼을 뺏긴 듯 공연을 즐기는 모습은 좋지만 즐긴 만큼의 에티켓이 지켜지지 않은 것 같아 조금은 아쉬웠다. 다음에 한국에서 펼쳐질 세계적 EDM 페스티벌엔 좀 더 나은  페스티벌문화가 이뤄지길 바래본다.
 

금지혜 기자 jhkeum9247@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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