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뒤에 가려진 ‘장벽’
‘명량’ 뒤에 가려진 ‘장벽’
  • 김언조(교육대학원·교육학과)교수
  • 승인 2014.09.07 01:05
  • 호수 13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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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獨占, monopoly)은 어떤 경우에든 긍정적인 느낌을 주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독점’은 다른 존재의 정당성에 의문을 갖게 하고, 그것이 사회적 선의에 기반을 두는가라는 질문을 했을 때, 이에 부정적인 답변을 하게 한다.  

 
최근 <명량>(김한민 감독, 빅스톤 픽처스 제작)은 일일관객 100만을 넘기면서 그 광풍적 열기(?)에 힘입어 대기업형 영화산업의 가능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국내 전체 영화관 총수 2천584개 중에 거의 절반인 1천500~1천600개의 영화관에서 <명량>만 틀어준다면 <명량>을 지난 주말에 본 사람에게는 어떤 선택지가 남아있을까? 


 일반적으로 시장논리에 따른 자연독점(Natural Monopoly)이라면 수요가 점차적으로 꾸준히 증가하므로, 그와 같은 경쟁적 시장에서 수요자는 가격인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의 영화 흥행으로 승부를 거는 영화 산업은 수요가 점차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늘 것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맹점이다. 
따라서 대기업형 영화사의 스크린 독점의 경우, 영화소비자는 가격에서나 품질에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므로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대기업이라서 합리적인 가격이나 고급 서비스를 기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은 잠금효과(lock-in)를 발휘하여,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자그마한 노력, 신생 영화사, 잔잔한 감동을 주는 소규모 영화들의 경쟁의 무대 진입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영세하지만 재능 있는 중소영화사, 창의적이지만 마켓파워를 얻지 못하는 독립영화 제작사, 이제 막 시작한 신생 영화사, 이들은 대기업형 영화사와의 무한경쟁에 진입조차 불가능하다. 이것을 진입장벽(entry barrier)라고 한다.  


우리는 선의의 발전적 경쟁이 많은 경우에 긍정적 효과를 끼치고 문화적으로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수단이 된다는 것을 안다. 소규모의 투자지만 기발한 아이디어와 공감을 일으키는 잔잔한 스토리를 가진 영화에도 깊이 감동한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들이 <명량>의 경우처럼 ‘스크린 독점’하는 영화를 이미 봤다면, 그들의 다른 가치에 대한 추구,  다른 감성에 대한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대체 영화가 공존하여, 다른 감성의 영화에 대한 욕구 해소방안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의무적인 상영일수를 두는 스크린쿼터 제가 아니라 특정 영화가 극장 상영 전체의 30% 이상을 점유하지 못하도록 하여 관객들이 상연되는 작품을 골고루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수 있도록 좌석제한 쿼터제의 도입이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동시에 정부의 중소 영화사, 신생 영화사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고려해야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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