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골목길엔 낭만이 있다
경복궁 골목길엔 낭만이 있다
  • 여한솔 기자
  • 승인 2014.09.17 13:44
  • 호수 13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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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서촌
서울 경복궁역엔 누구든 한 번쯤 가보았을 것이다. 경복궁 한 곳만 보고 돌아서기엔 아쉬운 날, 경복궁역 2번 출구 뒷골목 낭만적인 길을 소개하겠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10분 거리에는 가게들이 밀집해 있다. 볼거리가 없다고 생각해서 발길을 돌릴 수 있지만 그 골목은 생각보다 감수성을 자극하는 것들이 많은 곳이다. 먼저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가 있는데, 쭉 따라가다 보면 통인시장과 맞물리며 다양한 먹거리들을 만날 수 있다. 통인시장에는 지폐를 엽전과 바꾸어 주는 환전소가 있는데, 그 값에 따라 알맞은 엽전으로 바꿔주어 조선시대의 거래를 체험할 수 있다. 조선시대의 분위기를 만끽했다면 그 곳을 지나 ‘이상의 집’을 볼 수 있다. 이상의 집은 올해 3월에 개관한 곳으로 과거에는 ‘제비 다방’으로 불린 카페였다. 제비 다방이란, 과거 일제강점기 때 현존했던 시인 이상이 그의 집을 개조하여 카페로 만들어 활용한 공간이다. 독립운동을 하던 많은 시인들이 머물기도 했고 이상이 직접 운영하던 공간이라서 그와 그의 문학동지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제비 다방이란 곳이 ‘이상의 집’ 이란 이름으로 재탄생 되면서 그곳은 카페와 같은 상업 공간이 아닌 문학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상과 관련된 모든 문학집들이 그곳에 있고 과거 시인들의 모습이 담긴 엽서가 판매되고 있다. 의자와 테이블이 있는 홀 옆에 큰 문이 있는데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상에 관한 특별한 영상을 볼 수도 있다. 이상의 집을 지나면 대오서점이 있다. 드라마 <상어>와 가수 아이유의 앨범자켓에 등장한 이곳은 실제 서점으로 운영되던 공간이다. 서점의 주인이 세상을 떠나자 그의 아내였던 권오남 할머니가 서점 안채를 카페로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1951년부터 시작되어 현재까지 남아있는 이 대오서점은 63년의 시간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화분이나 소품, 가족사진과 조명, 기둥, 의자 등이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하고 있어 고령의 방문객들에게는 향수를, 젊은 사람들에게는 색다른 복고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다. 작은 책방이지만 공간을 잘 활용한 덕에 사진을 찍을 만한 포토존이 많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러한 가게들 외에도 거리엔 여전히 향수를 부르는 것들이 많다. 이곳의 주택들은 여타 도시 건물과는 달리 기와지붕이나 나무 대문으로 멋을 낸 한옥형태이다. 이러한 주택가 옆에는 작은 가게들이 많은데 대부분 특별한 공간으로 활용된다. 프리마켓을 여는 곳도 있고 프랜차이즈 보다는 개인이 운영하는 음식점, 혹은 대부분 수제 작업을 하는 가게들이다. 오랫동안 간판을 새로 하지 않은 듯 복고풍의 글자가 새겨진 세탁소와 찻집도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일부러 복고를 재현해낸 것이 아닌, 오랫동안 그 모습이 변치 않도록 간직하고 싶어 하는 가게 주인들의 마음으로 생성된 거리이다. 사라지지 않게 하고 싶어서 큰 변화 없이 작은 신선함들로 꾸려가는 이 골목은 화려하진 않지만 아기자기한 낭만을 찾기에 안성맞춤이다. 시장과 한옥주택가 그리고 곳곳에 섞여있는 갤러리들과 오래된 가게들이 빚어낸 이 길은 경복궁이 있는 시간과 함께 앞으로도 오랜 역사를 자랑할 것으로 보인다. 여한솔 기자 52132132@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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