⑫ 빅이슈 판매원
⑫ 빅이슈 판매원
  • 여한솔 기자
  • 승인 2014.09.17 13:54
  • 호수 13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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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파는 사람들
서울 역 주변에 조끼를 입고 잡지를 판매하는 사람들. 행색은 꽤나 추레하거나 불편해 보이기도 한다. 말끔하지 못한 사람들이 물건을 판매한다고 생각해서 혹은 불법 노점상인 이라고 생각해서 종종 신고가 들어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정당한 잡지 판매원, ‘빅판(빅이슈 판매원)’이다. 그리고 그들은 삶의 부분이 결여된 홈리스 출신이다. 역 모퉁이에서 술이나 축내며 불쾌감을 주던 사람들은 우리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패배자의 대표 이미지였다. 바쁘게 움직이는 지하철 속에서 덩그마니 때에 절어있는 그들을 내려다보는 시선은 비난과 경멸이 깃들어 있다. 하지만 모든 홈리스들이 그렇게 낙오자의 길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빅이슈 판매원으로 나선 홈리스의 다른 이름 빅판. 그들은 다시 한 번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들이 노숙자 출신이라는 이유로, 말끔하지 않고 불쾌감을 주기도 한다는 생각으로 그들의 판매를 꺼려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동시에 그들이 판매하는 물건들을 싸구려 종이 나부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과연 홈리스 출신 사람들이 판매하는 물건이라고 해서 특별한 내용도 가치도 없는 출판물일까? 기자의 대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이다. ‘빅이슈’는 5천원이라는 저렴한 금액이지만 그 내용물은 꽤나 흥미롭고 다른 메이저 잡지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잡지 내용은 다양한 사람들의 재능기부나 셀레브레티들의 참여로 이루어진다. 때문에 저가에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며 유명인사들의 인터뷰와 영화 연극 예술 문화 등 다방면의 이야기가 알차게 들어있고 종이 재질 역시 훌륭하다. 독자에겐 풍부한 읽을거리를, 이를 판매하는 빅판들에게는 5천원 중 2천 500원이 돌아가는 시스템으로 그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만드는 구조이다. 빅판들은 새 출발의 꿈을 꾸는 동시에 변화하려는 그들의 모습을 우리 앞에 당당히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빅이슈 판매원들은 나쁜 것을 파는 사람들이 아니다. 한심하게 물건을 파는 시늉을 하는 사람들도 아니다. 직접 그 물건을 판매하고, 많이 판매하기 위해 친절함과 예의를 갖추고 거기에서 나오는 수입으로부터 활력과 용기 그리고 빅판 이후의 또 다른 삶을 꿈꾼다. 부활을 꿈꾸는 것이다. 그들에게 ‘빅판 가변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사회의 한 부분에 조금씩 들어와 타인들로부터 홈리스의 모습을 지우는 것이다. 빅판으로 서기 전 노숙인의 모습에서 말끔하게 새 옷과 메이크업을 받아 재미난 사진을 찍기도 한다. 그러한 모습을 보면 그들이 홈리스였다는 사실이 전혀 믿기지 않는다. 그들은 그 사진과 그 법칙을 간직하고 다시 지하철역에 선다. 과거의 그가 포기한 몸으로 누워있던 곳은 인생의 새 무대로 자리 잡는다. 다양한 재능기부를 하는 사람들 때문에 유익한 출판물 빅이슈, 그것을 유일하게 판매하는 빅판은 우리 모두가 이 사회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들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할 것이다. 여한솔 기자 52132132@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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