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 구갈 레스피아
⑥ 구갈 레스피아
  • 김보미
  • 승인 2014.09.18 02:16
  • 호수 13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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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종말처리장이 휴식공간으로

 용인 강남대역 3번 출구에서 어정 삼거리 방향으로 걷다보면, 큰 도로가 깔린 무지개다리와 함께 ‘구갈 레스피아’의 입구를 발견할 수 있다. 속이 탁 트이는 넓은 전경, 도심과 어우러진 산과 내천이 용인의 모습을 한 폭에 담은 듯하다. 인근 주민들은 주로 긴 산책로를 거닐거나 놀이터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여유를 즐긴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 마련된 농구장과 풋살장, 베드민턴장, 게이트볼장과 같은 운동시설을 통해 여가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사실 구갈 레스피아의 본래 용도는 ‘하수종말처리장’으로, 동백과 구갈3택지개발지구에서 발생하는 하수를 깨끗한 물로 처리하기 위해 2005년에 만들어졌다. 하수종말처리장은 물 부족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지역 주민들의 입장에선 분명 기피하고 싶은 혐오시설이다. 이에 용인시는 지역 주민들과의 절충안을 찾았다. 하수처리장 건설 시에 지하에는 하수처리시설, 상부에는 주민들이 여가를 보낼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구성되도록 만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레스피아’라는 명칭을 붙였다. 레스피아란 휴식(rest)와 유토피아(utopia)의 합성어로, ‘친환경 하수처리장’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구갈 레스피아는 환경·자연숲·생태학습·건강의 4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그 중 눈여겨봐야 할 곳은 실개천·생태연못·습지원으로 구성된 ‘생태학습’ 구역이다. 생태학습 구역의 물은 모두 정화·하수처리 된 2급수이며, 여기엔 물고기와 식물 같이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다. 또한 연못의 곤충이나 습지원의 새를 관찰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 있어 인근의 유치원생들이 현장학습 장소로 종종 찾아오기도 한다.

 공원을 둘러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이곳에서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벤치에 나란히 앉아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시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자전거를 타고 실개천을 달리는 청년, 축구장에서 아이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가족, 습지원 주변을 서성이며 홀로 플룻을 부는 아저씨…. 사람들은 모두 제각자의 방법으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덩달아 기자도 개강 이후 수업과 시험, 과제에 허덕였던 것도 잠시 잊은 채 시공간이 멈춘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하수종말처리장이 이처럼 친환경적인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한 건 발상의 전환이자 진정한 기술의 발전이다. 그래서 용인시 상하수도사업소는 물 관리 최우수 기관과 경기도 상수도관리 업무평가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얻기도 했다. 또한 구갈 레스피아와 더불어 기흥 레스피아, 우리 대학 죽전캠퍼스 인근의 수지 레스피아도 현재 용인시에서 운영 중에 있다. 종강을 한 달 가량 앞두고 있는 이 시점, 구갈 레스피아에서 잠시 바빴던 숨을 돌리고 생각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 여름철 토·일요일 오전 11시에서 5시 사이에는 시원한 분수놀이도 할 수 있다.

김보미 기자 spring2@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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