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안경 ⑩ 코피노
색안경 ⑩ 코피노
  • 이다혜 기자
  • 승인 2014.09.19 13:03
  • 호수 13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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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이 낳은 아이들

 

베트남 전쟁 이후, 우리나라 국군과 베트남 현지 여성 사이에서 낳은 ‘라이따이한’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적이 있었다. 전쟁 후 국군 아버지가 떠나고 베트남에 남겨져 한국에서도, 베트남에서도 관심을 받지 못하며 어렵게 살아가는 한인 2세와 그들의 어린 엄마의 인권이 문제가 된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이 최근 필리핀에도 우후죽순 늘어가고 있다. 코피노는 한국인(Korean)과 필리핀인(Filipino)의 혼혈을 뜻하는 합성어로, 대게 필리핀으로 유학 간 학생이나 그 외 한국인 남성들과 현지 여성들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을 지칭한다.

 

한국인의 무책임한 행동에 많은 코피노와 엄마가 상처를 받고 가난에 허덕인다. 또한, 10만 명이 넘는 자피노(일본계 혼혈)를 위한 일본의 노력과는 달리 코피노 아이들은 그 수가 비교적 적어 사회적 문제로 거론이 될 뿐 국가 차원의 노력이나 지원은 없다. 필리핀에서도 그저 미혼모 출산문제의 한 분류로 볼 뿐 크게 문제 삼지는 않는다. 종교로 인해 피임을 거의 금기시해 미혼모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필리핀에서 블로그를 통해 코피노 가정을 개인적으로 도와주고 있는 익명의 사업가는 자립의지가 있는 코피노맘을 한국의 후원자와 자매결연 식으로 연결해주고 있다. 매월 5만원씩 후원해서 분유 값이라도 덜게 해주기 위함이다. 그는 코피노 문제에 대해 “오천만 한국인을 부끄럽게 하는 이런 무책임한 행동을 심각히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코피노맘을 지원해 주는 이유에 대해서는 “한국의 미혼모가 힘든 것과 같다. 필리핀은 사회적 편견이 비교적 덜하지만 홀몸으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나라 상관없이 정말 힘든 일이다”고 말하며 남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반면, 코피노 어린이 재단의 손범식 대표는 “필리핀과 한국의 문화정서가 달라 한국인의 시각으로 코피노를 불쌍하게 대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코피노 어린이 재단은 코피노 아버지를 찾거나 소송을 걸어 수수료를 챙기는 사기꾼이 많기 때문에 그런 일은 전혀 하지 않고 재정적으로 힘든 가정과 코피노들에게 지원하는 일만 하고 있다. 손 대표는 “코피노 아이들은 후에 필리핀과 한국을 이어줄 수 있는 한국의 인적 자원이자 재목”이라며 “그런데 이런 코피노를 왜곡시켜 자신의 이해관계에 이용하는 안 좋은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필리핀의 문화적·사회적 특성에서 볼 때, 코피노는 여러 민족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워낙 소수인 탓에 힘든 처지에 놓인 코피노와 미혼모가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 이들을 어떻게 도와야 하는가에 대한 의견이 매우 분분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다혜 기자
이다혜 기자

 ekgp0598@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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