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Talk! ⑤ 엄마와 아들의 대화
훈민정Talk! ⑤ 엄마와 아들의 대화
  • 임수현
  • 승인 2014.10.09 22:55
  • 호수 13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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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며칠은 적응을 못해 초죽음 상태였어요.
‘초죽음’이 아닌 ‘초주검’으로 써야 맞다. ‘초죽음’은, ‘죽음을 뛰어넘은[초월한]’이란 뜻이 므로 초죽음의 용기를 보여준 의로운 행위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문맥상 의미는 ‘두들겨 맞거나 병이 깊어서 거의 다 죽게 된 상태’ 또는 ‘피곤에 지쳐서 꼼짝을 할 수 없게 된 상태’를 뜻하므로 ‘초주검’을 써야 한다.


글씨가 개발새발이라 잘 못 알아보겠더구나.
‘개발새발’은 기존의 표준어 규정대로라면 앞뒤가 안 맞는 틀린 말이지만, 다수의 사람들에게 쓰여 표준어로 인정받았다. 원칙적으로는 ‘괴발개발’로 ‘고양이의 발과 개의 발’이다. 즉, 발자국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모양이 마치 종이 위에 아무렇게나 쓰인 글씨의 모양과 같아서 ‘글씨를 되는 대로 아무렇게나 써놓은 모양’이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괴발개발’과 ‘개발새발’ 둘 다 바른 표현이다.


개인적인 시간이 몇 갑절은 줄어
‘몇 갑절’이 아니라 ‘몇 곱절’이라고 써야 맞다. ‘갑절’은 ‘어떤 수나 양을 두 번 합 한 만큼’이란 뜻으로, ‘그 책은 이 책보다 갑절(2배)만큼 무겁다’고 쓰일 수 있다. 반면 ‘곱절’은 ‘일정한 수나 양이 그 수만큼 거듭됨’을 뜻하는 말로 ‘그 상점은 가격을 곱절로 비싸게 부른다’처럼 쓰인다.

 
멀지 않아 아빠랑 같이 면회 갈 거니까
‘멀지 않아’가 아닌 ‘머지않아’로 고쳐 써야 한다. ‘멀지 않아’는 보통 거리 개념을 말할 때 쓰며 ‘가까운 거리’를 뜻한다. 반면, ‘머지않아’는 시간 개념으로 미래에 일어날 일이 지금부터 따져 시간적으로 멀지 않다는 뜻을 갖고 있다. ‘시간적으로 가까운 미래’라는 조건을 충족시킬 때만 ‘머지않아’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제가 치킨이라면 사죽을 못 썼잖아요.
‘사죽’이 아닌 ‘사족’이 맞는 표현이다. ‘사족’이란 짐승의 네발 또는 사지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여기서와 같이 ‘사족을 못 쓴다’는 말은 ‘좋아하는 음식이나 사람에 혹해 꼼짝 못하는 것, 그야말로 얼이 빠져서 팔다리(사족)를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좋아 한다’는 뜻이므로 ‘사족’을 써야한다.


주구장창 연락 기다리니까
‘주구장창’은 ‘주야장천’의 잘못된 표현이다. ‘주야장천’은 한자 낮 주(晝), 밤 야(夜), 긴 장(長), 내 천(川)으로 이루어진 사자성어로 논어에서 유래한 말이다. 그대로 해석하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흘러내리는 긴 시내와 같이 잇따라’라는 뜻이며, 다시 말해 ‘밤낮으로 쉬지 아니하고 연달아’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주구장창’이 아닌 ‘주야장천’이 바른 표현이다.

임수현 기자 32120254@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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