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 다시 아침을 맞이하며
백색볼펜. 다시 아침을 맞이하며
  • 승인 2014.10.16 18:09
  • 호수 1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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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추’의 소중함 일깨우고 싶어

‘어두워져도 햇빛 비치는 아침이 오듯 조금만 기다리면 그대 다시 내게’ 김광석의 노래 <다시 아침>의 가사이다. 가사도 좋지만 노래의 제목이 참 좋다. ‘다시 아침.’ 힘든 밤이 지나고 다시 아침이 오면 사랑하는 그대가 다시 내게 돌아온다는 뜻이었겠지만, 2014학년도 2학기부터 신문사 편집장을 일임 받은 나에게 그 소리는 조금 다르게 들린다. ‘다시 시작하는 아침.’ 아침은 시작의 아이콘이지만 다시한다는 의미가 함께 놓여 남다르게 느껴진다. 매일 똑같은 24시간, 항상 같은 일상이지만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아침에는 어두움을 가르는 햇빛이 비칠 것이다. 대학교를 다닌 지 3년째가 돼가고, 신문사를 시작한지는 3학기째이다. 하지만 단대신문 편집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는 처음 등교하는 학교길일 것이고, 처음 내는 신문이다. 어둡기도 하고 밝기도 했지만, 결국은 해가 지고 다시 뜨고 있다. 새로운 햇빛이 나를 비추러 나온다. 어제와 같은 일상으로 다시 하는 새로운 시작, 내게는 단대신문 편집장이 김광석의 노래제목처럼 ‘다시 아침’인 듯하다. 다시 아침이지만, 이 역시 새로운 아침의 시작이다. 인생의 새로운 아침을 맞이한 나에게 이 아침은 무섭도록 밝고 눈부시다. 요리도 장을 잘 봐야 재료가 좋고, 재료가 좋아야 음식이 맛있다. 옷도 제대로 된 옷감이어야 예쁘게 만들고, 입어서도 편하다. 이런 말들은 모두 첫 단추를 잘 채워야 시작도 끝도 좋다는 말이다. 많이 상투적이지만 지금 이 자리에 서서 생각하면 이 말이 그렇게 옳을 수가 없고, 그렇게 무거운 말일 수가 없다. 이 말은 ‘그래 시작이 중요해. 하지만 첫 단추를 제대로 채우지 못한다 해도 다시 푸르고 채우면 되잖아? 그것도 다시 시작하는 아침인걸’ 하는 생각을 변명처럼 속삭이게 한다. ‘시작이니까 어렵고 그만큼 실수가 많아도 이해를 많이 해주겠지’라고. 하지만 첫 단추를 제대로 채워야 한다는 것은 실수할 것을 간과하거나 두려워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고칠 수 있고 또 다시 새롭게 시작하면 되지만 하루 이틀 하다 망가지거나 무너지지 않도록 일 뿐만이 아니라 나의 마음가짐과 태도의 단추를 잘 채워 제대로 시작하라는 부담스러운 말인 것이다. 단추 하나를 잘못 채우면 옷을 잘 잠그다가도 다시 푸르고 채워야 한다. 하지만 하나를 잘 채우면, 그 뒤는 정말 쉬운 일 아닌가. 나의 ‘다시 아침’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기에 내가 이 말을 해도 되는지 조금은 부끄럽지만, 그럴수록 내가 더 되뇌이는 말이다. 앞으로 자만하지 않고 계속해서 이 시작의 단추를 잘 채우자는 다짐을 한다. 뭐, 눈부신 만큼 아침 햇살은 상쾌하다. 내가 맞이하는 ‘다시 아침’은 너무 밝아 눈을 뜨고 맞이하기 겁이 나기도 하지만,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고 나면 상쾌한 햇살이리. <惠>

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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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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