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 축제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백색볼펜. 축제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 승인 2014.10.16 18:19
  • 호수 1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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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없어 지켜지지 못했다는 축제

우리 대학 죽전캠퍼스는 요즘 진정한 ‘운동권’이라고 불리는 총학생회의 축제 지켜내기 운동에 이리 저리 말이 많다. 대학본부와 학생대표들과의 대립에 축제가 미지수이기도 했고, 미뤄지기도 했다. 대학은 끊임없이 그린캠퍼스라는 것을 주장하고 학생들은 대학 문화의 주가 되는 ‘술’이 없는 축제를 부정했다. 결국 축제를 지켜내지 못했다는 총학의 발표와 함께 우리의 ‘야시장’은 평화의 광장으로 올라갔다. 모든 학생들은 이런 소식을 접하면서 한번 쯤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라는 말을 주고받았을 것이다. 80년대에는 대학가 주변에서 시위가 끊이질 않았다. 등록금투쟁, 인권투쟁으로 시작한 ‘운동권’ 대학생들의 학내시위는 군부독재타도까지 나아가 정치적인 성향으로 끝이 나곤 했다. 마치 그 시절의 대학생이란 신념을 위해 투쟁하는 사람으로까지 비춰질 정도로 시위와 데모가 극심해 보인다. 하지만 그 신념이 어떻든 간에 대학생이던 시절 공부는 안하고 밖에 나가 시위만 줄곧 했다고 말씀하시는 교수님들을 보면 나는 새삼 존경스럽다. 자신이 믿는 것이 확고했으며, 당당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었지 않았는가. 하지만 요즘 대학인은 조금 다르다. 정치적인 문제와 관련해 소극적인 참여의사를 보이고 시스템 개혁을 원하면 ‘극진보’라는 호칭이 달린다. 반대로, 조금이라도 남들의 공감에 동의하지 않고 본질을 추구하면 ‘극보수’라고 부르기 일쑤이다. 그 외에는 세상만사에 관심도 없거니와, 자신의 신념이 무엇인지를 알아가려는 노력조차 없이 앞길 챙기기만 바쁘다. 언제부터 우리는 대학생으로서 사회와 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지성인으로 도약하기 위해 ‘운동’하지 않게 된 것일까? 언제부터 그 신념들을 ‘극’이란 단어와 함께 진보와 보수로 나누어 눈치 보게 한 것일까? 대학생들은 축제에 ‘술’이 없으면 안 된다고 아우성이며, 우리가 원하는 것, 놀고 싶은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모습을 높이 산다. 나도 학생의 입장이기에 당연히 술과 자유가 없는 축제는 반대하지만,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를 묻기보단 ‘축제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에 의문을 던져보지 않는 우리의 모습이 참 씁쓸하다. 대학은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나가는 곳이다. 직원들도, 교수들도 대학을 살릴 수 없다. 환경이 문제라고 환경 탓만 해서는 안 되고, 시스템의 문제가 심각해도 그 또한 부수적인 문제이다. 하버드 대학은 교수가 없어도 학교가 유지된다는데, 우리는 교수님께 학점 잘 받으러 대학교를 다니는 꼴이라니. 그 외의 시간에는 술이 안 당길 수가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축제를 제한하려는 환경 속에서 의문을 가지고 대학 문화를 살리는 더 나은 본질을 찾아보려는 것 보다 그저 시스템에 항거하며 익숙한 것만 되찾으려고 열심인 대학의 현실이 안타깝다. 누구한테 잘 보이려는지 ‘주점’이라는 단어까지 아예 없애려는 본부도 문제, 술과 놀이에 가장 열 올리며 투쟁하는 대학생도 문제~. <惠>

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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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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