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 자기 모습을 인정해야 앞으로의 성장이
백색볼펜. 자기 모습을 인정해야 앞으로의 성장이
  • 이다혜 기자
  • 승인 2014.10.16 18:23
  • 호수 13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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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
어릴 적 아버지에게 혼이 날 때면, 내가 왜 그런 잘못을 하게 됐는지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을 드렸다. 그런데 이상하게 내가 자초지종 설명을 드리면 항상 아버지께서는 내게 변명 하지 말라며 더욱 꾸중을 하셨다. 그럴 때마다 “변명이 아니라 진짜에요, 사실이에요”라고 답하며 억울함을 감추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됐지만 ‘변명’은 거짓말을 둘러대는 것이 아니라, 사실이더라도 그냥 잘못이나 실수에 대해 구실을 대며 그 이유를 말하는 행위 자체를 뜻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아버지의 꾸중은 내게 잘못을 했으면 그 진짜 사유가 어찌됐든 간에 변명하지 말고 잘못 그 자체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가르침이었던 것 같다.

이 때문에 나는 누군가가 ‘왜’라고 묻지 않으면, 꾸중을 들을 때 그저 ‘이렇게 한 부분에 대해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려고 노력한다. 어떠한 잘못에 대해 이유를 떠들기 시작하면 정당성을 부여하고 그 과실의 정도를 감하려는 행동 같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이유를 대지 않는 것에도 화를 내긴 하지만, 보통은 윗사람에게 혼이 날 때 이것저것 과오를 무마하려 설명하는 사람보다 가만히 듣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조용히 올리는 사람에게서 더 반성한 모습이 보인다. 이러이러한 이유로 실수를 했으니 조금은 이해해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무슨 사유를 가지고 있든 잘못은 잘못이라고 침묵으로 인정하는 태도가 더 멋지다. 이렇게 매를 달게 맞는 법은 자기의 잘못을 시인하는 자세에서 시작한다.

여럿이서 잘못을 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만일 너와 내가 함께 잘못한 일이 있으면 그 둘 모두가 인정하고 사과를 하면 된다. 잘못에 ‘더’가 어디 있나? 했으면 한 것이고 안했으면 안 한 것이다. 여기서 “누가 더 잘못한 것이네”, “나는 이런 이유로 이렇게 잘못을 하게 된 것이네” 하고 변명을 한다면 자기 자신을 더욱 더 깎아내리는 모습밖에 되지 않는다. 자신의 과실을 인정하고, 모습을 인정하는 것이 본인의 발전과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갈수록 바쁘게 사는 우리 대학인들은, 바빠질수록 변명만 늘어가는 것 같다. 작은 실수이든 큰 실수이든 똑같은 과오이다. 언젠간 잊힐 것이고 용서도 받을 텐데 왜 구차하게 변명을 늘어놓고 조금이라도 매를 덜 맞고 싶어서 죽을 애를 쓰는가? 사실이라도 변명은 변명이다. 그냥 쿨하게 “그래, 내가 그 당시에는 잘못 판단해서 이런 실수를 했다. 매는 달게 맞을 테니, 세게 쳐라. 미안하다”고 하지 못하는 것일까? 인간은 모두가 잘못을 한다. 잘못한 일이 있다고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하나 둘 씩 계속 변명을 하기 시작하면, 그 속에서 거짓말도 생기고 안 좋은 감정도 생겨나길 마련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계속해서 본인을 계속 깎아내리는 행동은 뒤로 하고 한 번에 싹 털어버리길 바란다.
<惠>
이다혜 기자
이다혜 기자

 ekgp0598@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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