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이야기 4. 지우개 달린 연필
지식재산이야기 4. 지우개 달린 연필
  • 이철태(화학공)교수, 지식재산교육선도사업단장
  • 승인 2014.10.17 14:38
  • 호수 13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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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또는 발명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할지라도 그냥 두어서는 절대로 특허가 될 수 없다. 특허가 돼 지식재산으로서의 권리를 갖기 위해선, 신청을 통해 등록돼야 한다. 하지만 신청한다고 모두 등록 되는 것은 아니다. 특허로 채택되기 위해서 갖추어야할 기본적인 요건은 신규성·진보성·선출원주의·산업적 이용 가능성이다. 즉 신청한 내용이 이 세상에서 처음이어야 하고, 선행의 기술보다도 더 나은 것이어야 하고, 누가 먼저 신청한 사람이 없어야 하며, 산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들 요건 중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이 진보성인데 그 이유는 특허심사관에 따라 진보성의 관점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 예로 ‘지우개 달린 연필’을 들 수 있다.


‘지우개 달린 연필’이 최초로 특허등록된 것은 미국의 필라델피아에 살던 화가지망생인 ‘하이만(Hymen L. Lipman)’이 출원하여 1858년 3월 30일에 등록된 ‘미국특허 19783호’이다. 하이만은 어릴 적에 아버지를 여의고 지독한 궁핍 속에서 그림을 그리는 손재주로 어머니와 생계를 꾸려나갔다. 어느 겨울날, 그는 오전 중에 그림을 내다 팔아야 끼니를 이을 수 있기 때문에 여느 날과 다름없이 열심히 데생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데생이 잘못돼 지우고 다시 그리렸는데, 지우개를 잃어 버렸다. 온 방안을 샅샅이 뒤졌으나 지우개는 끝내 찾을 수 없었고, 결국 이날 내다 팔 그림을 그려내지 못했다. 다음 날부터 그는 지우개에 실을 꿰어 연필에 매달아 사용해 봤다. 잃어버릴 염려는 없었지만 연필을 사용할 때마다 달려있는 지우개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하이만은 그림을 그리려고 연필을 들다가 지우개를 실로 묶기 위해 뚫어 놓은 구멍에 연필 끝이 박혀 있었던 것을 발견했다. 그것에 아이디어를 얻은 하이만은 그림과 같이 지우개를 연필 속에 집어넣어 ‘지우개 달린 연필’을 고안해 냈다. 우연히 하이만의 지우개 달린 연필을 본 친구 윌리엄은 특허 출원을 제안했고, ‘지우개 달린 연필’은 드디어 특허를 받았다. 이후 하이만은 1862년에 ‘조셉 레컨도르퍼(Joseph Reckendorfer)’에게 특허권을 10만 달러에 팔았다. 하이만은 엄청난 돈을 벌었고, 지우개 달린 연필은 시중에 나오기 무섭게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고 한다.


하이만의 이야기는 줄거리를 만들려는 탓인지, 특허 출원 시점의 하이만의 나이 등의 내용이 약간씩 달리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연필제조회사인 ‘Faber’가 특허권자인 레켄도르퍼를 상대로 특허 무효소송을 냈다. 그 결과 1875년 미국대법원은 “단순한 조합은 진보성이 없다”며 특허무효 판결을 내렸다. 즉, 두 가지의 것을 단순히 합친 것은 특허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가지를 합쳐 ‘편리한 기능성’이 나왔기에 진보성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실제로 이 하이만의 특허는 1877년 12월 11일에 다시 재등록 됐다.  

이철태(화학공)교수, 지식재산교육선도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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