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나이>, 예능 프로그램일 뿐인가
<진짜 사나이>, 예능 프로그램일 뿐인가
  • 황종원 (철학)교수
  • 승인 2014.10.18 15:52
  • 호수 13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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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예인들의 병영 체험 프로그램인 <진짜 사나이>의 존폐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 프로그램이 군을 그것의 현실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모습으로 미화한다고 하여 인터넷상에서 폐지 청원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편 이에 대해 일부 언론은 <진짜 사나이>는 그저 예능 프로그램일 뿐이므로 그것이 현실을 그대로 반영할 필요는 없으며, 청원운동은 지나치다고 비판하고 있다.


군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듯이, <진짜 사나이>는 군 생활을 아름답게 포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멋진 연예인들이 등장하고 이들 중 한 명은 꼭 크고 작은 사고를 친다. 현실의 군대라면 이런 ‘고문관’은 집단 따돌림을 당하기 일쑤이며, 심한 경우에는 갖가지 가혹행위를 당하기도 한다. 올해 발생한 임 병장 총기 난사 사건이나 윤 일병 사망사건은 그런 왕따와 구타가 낳은 비극이다. 그런데 이런 현실과는 완전히 상반되게 이 프로그램에서는 전우들이 사고뭉치를 늘 감싸 안는다. 전우애가 넘친다. 냉혹할 것 같은 군대에서 인간미가 흘러넘친다는 점이 이 프로의 감동 요소이자 여러 미화 요소 중의 핵심이다.

 
현실의 군 생활에서 이런 감동은 찾아보기 무척 힘들다. 이 프로는 분명히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 그러나 <진짜 사나이> 폐지론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그저 예능 프로그램일 뿐임을 강조한다.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 제작된 프로가 꼭 다큐멘터리처럼 진실을 담아낼 필요도 없고, 웃자고 만든 프로가 군의 사고에 대해서까지 무거운 책임의식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과연 <진짜 사나이>가 순수한 예능 프로그램인가. 정말 그렇다면 이 프로그램에서 감동의 요소는 없어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프로그램에는 재미와 감동이 혼재돼 있다. 예능과 다큐멘터리가 ‘짬뽕’을 이루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감동이 꼭 다큐멘터리에서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우리는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 경우에 시청자들은 그 장르들이 허구에 속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본다. 때문에 극에 몰입해 있는 동안, 잠시 가상을 현실로 착각할 수는 있어도 극을 다 본 후에는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와 달리 <진짜 사나이>는 자신을 허구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연예인들의 병영생활을 진짜라고 주장한다. 사실은 제작진의 입맛에 맞게 선택된 사실들을 재구성한 것일 뿐인데 말이다. 하지만 군을 잘 모르는 시청자들은 이 왜곡된 사실을 진실로 착각한다. 더군다나 이 프로그램이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에 그 착각은 시청이 끝난 뒤에도 지속된다.


한마디로 말해 <진짜 사나이>의 문제는 예능과 다큐멘터리 사이의 어정쩡함에 있다. <진짜 사나이>가 감동의 요소를 다 버리고 차라리 재미만 추구했다면 이 프로그램의 폐지 요구 같은 것은 애초에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혹자는 <진짜 사나이>에 나오는 내무반의 감동적인 모습이 현실과는 다르지만 바로 그 점으로 인해 이 프로그램은 미래의 바람직한 병영문화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이런 의미를 갖기에는 예능의 요소가 너무 강하다. 아무튼 이런 어정쩡함으로 인해 이 프로그램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폐지 청원운동과는 상관없이 한동안 계속 방영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즐겨 보고 있기 때문이다.

황종원 (철학)교수
황종원 (철학)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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