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酒) 마시기와 술(術) 따르기
술(酒) 마시기와 술(術) 따르기
  • 김언조(교육) 교수
  • 승인 2014.10.18 15:54
  • 호수 13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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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건(4월 16일)을 애도하는 의미에서 크고 작은 행사들이 미루어졌었고, 대학 축제도 그 중에 하나다. 지난주엔 미뤘던 축제를 맞이하여 금주(禁酒)캠퍼스를 주장하는 학교당국과 이에 반대하는 총학생회, 그리고 학생들의 입장이 서로 팽팽하게 대립 각을 세웠다. 그러다가 축제기간이 술(酒)과 더불어 ‘후-욱’ 지나갔다.


그렇게 지나갔지만 금주에 대해서 역사적 일견(一見)과 더불어 역지사지(易地思之)할 기회를 잠시 가진다면, 대립 각을 분산시키고 차후에 유사한 경우의 선택과 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역사적으로 돌이켜 보면 음주에 대한 과도한 통제는 개인의 자율성과 자유에 대한 침해로 여겨져 항상 대립구도를 이루었고 따라서 성공적으로 시행되지 못하였다.


대학사회는 기존 지식을 토대로 한 도전정신으로 젊은이들이 지성인으로 성장하는 곳이다. 즉 기존의 지식기반을 근거로 자율적인 사고를 하고 그 결과로 ‘행동하는 지성인’을 양육하는 지적(知的) 인큐베이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치밀한 논리와 예리한 이성을 추구하되 감성과 허용범위(tolerance)를 시험해볼 수 있는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창의적 분위기가 만연한 곳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적 자유, 지적 사고의 자유, 나아가서 지적 선택의 자유가 마음껏 주어지고, 그 과정에서 실수하는 것, 심지어는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자유라는 것은 “실수(또는 실패) 할 수 있는 기회”의 다른 표현이다.


금주캠퍼스는 타당한 대의명분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정책결정기관이 성공적으로 시행하지 못한 금주법이 여전히 타당하고 시행할 명분이 있다면, 학생들에게 스스로 술이 주는 장점과 절제의 미덕을 모두 누리고 행사하도록 하면 어떨까.


최근 숙명대학에서 총학이 나서서 학교의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축제기간 동안 과도한 노출과 난잡한 호객행위를 단속하기로 하였고, 총학 스스로가 단속반을 만들고 통제문구 등 세부규칙을 만들었다는 기사를 본 일이 있다. 자유와 규제, 구심력과 원심력이 균형을 이루는 순간을 느낄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였다. 도로 위의 황색선과 흰 선, 점선과 실선처럼 우리의 자유를 운용하는데 효율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술적(技術的)인 시행방법, 즉 술(術)에 해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섬세하고 조밀하게 금기 사항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시행세칙을 학생과 함께 토론하여 정할 수 있다면 그 과정이 오히려 대학의 자유로운 공기를 주입하는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기분 좋은 통제방법,’ ‘유용한 규제,’ 심지어는 ‘좀 너무했지만 나름 합리적인 법규’라고 여겨져서 마땅히 지켜나가야 할 지속적 제도로 정착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 규제와 통제방법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총학생회와 대학당국이 함께 만들어 낼 수 있는 ‘자유’라는 공기가 될 것이다. 그렇게 해서 토론의 장이 마련된다면 이것이 대학사회가 제공해야 할 술(術)이고 학생들이 따라야 할 술(術)일 것이다. 술(酒)에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면 말이다.

김언조(교육) 교수
김언조(교육)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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