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식후경 ④포항에서 더욱 맛있는 포항물회
한반도 식후경 ④포항에서 더욱 맛있는 포항물회
  • 미상유
  • 승인 2014.11.06 14:05
  • 호수 1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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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노동 끝에 맛보는 바다의 생명력

한국에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군을 꼽으라면 아마도 바다에서 나는 산물, 특히 회가 아닐까? 삼면이 바다로 둘러있었기에 예로부터 내륙지방이 아니라면 생선회는 친숙했던 식재료였다. 실제로 정조 즉위(1399) 때 이미 사시미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있으며 고려시대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서 술이 있으면 안주를 걱정 할 필요가 없으니..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아 회를 치면 된다라는 말이 나온다. 앞선 글에선 민물회를 말하고 있지만, 생선회는 결코 낯선 음식이 아니었으며 어촌 마을에서 현재의 모습은 아닐지언정 잡았던 생선을 쉽게 먹었으리라 예상된다.

사실 1990년대 광어와 우럭 양식이 일반화 되고 생선 운송기술이 발달하기 전까지는 내륙지방에서 회를 먹긴 힘들었다. (그 전엔 일식집에서 선어회를 주로 다루었고 내륙 산골에선 오래전부터 염장한 생선, 돔배기 등을 먹었었다.) 본격적으로 내륙지방에도 횟집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사람들은 막장과 초장에 생선회를 찍어 쌈 싸 먹기 시작했다

바다를 접하고 있는 해안가에선 오래전부터 물회가 친숙한 음식이었다. 그날 그날 잡힌 생선, 혹은 팔고 남은 생선을 모아 잘게 회를 뜨고 밥에 올리고 물을 붓고 된장이나 고추장을 풀어먹었었다. 여기에 근처 텃밭에서 따온 각종 채소를 넣기도 했었고..

경상북도 포항은 전국에서 물회를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도시이다. 개인적으로 한국 최고의 물회를 맛보았던 곳도 포항의 죽도시장 근처였다. 보통 제주도나 남해안의 지역에선 물회의 양념에 된장을 사용하고, 동해안과 포항 등에선 고추장을 기본 양념으로 사용한다. 여기에 취향에 따라 설탕과 식초를 넣어 매콤 달콤 새콤한 맛을 내며, 참기름, 다진 파, 채 썬 오이, 양파, , 다진 마늘, 배 등을 넣어 보다 복합적인 맛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리고 단순히 찬물을 붓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생선뼈를 우린 물에서부터 각종 해산물, 그리고 과일을 우린 국물을 붓고, 먹는 방법에서도 비빔밥처럼, 찬 국밥처럼, 쌈과 결합된 형태 등 현재는 방식과 맛에 있어 복합적이고 다양한 맛의 물회가 많이 탄생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뱃사람의 물회는 색달랐다. 방송 촬영차 포항의 어느 항에서 새벽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간 적이 있었다. 뱃사람들은 새벽 내내 그물에서 생선을 건져 올리고 떠오르는 동을 바라보며 갓 잡는 생선을 잘게 회를 떠 약간의 채소와 함께 밥 위에 올렸다. 그리고 물을 붓고 고추장과 미원만을 휘휘 풀어 퍼 먹기 시작했는데 그 맛이 세상 어떤 음식도 못 바꿀 꿀맛이란다. 새벽 내내 땀을 흘리며 생선을 잡은 후 펄떡 펄떡 뛰는 생선 한 마리를 회 쳐서 물회로 만들어 먼 바다에서 터오는 동을 바라보며 먹는 그 맛은 좋지 않을 수가 없겠다. 그 옛날부터 뱃사람들은 갓 잡은 생선을 회 쳐서 이렇게 먹었다니 물회의 역사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깊을 것이다.

작성자: 미상유(http://misang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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