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chive Studio 김소형 대표 “유학시절 ‘밑바닥’에서 쌓은 의지 바탕으로 패션뿐 아니라 다양한 예술 방면 다루고 싶어”
Artchive Studio 김소형 대표 “유학시절 ‘밑바닥’에서 쌓은 의지 바탕으로 패션뿐 아니라 다양한 예술 방면 다루고 싶어”
  • 김보미
  • 승인 2014.11.11 13:24
  • 호수 13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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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중에 신사동 가로수 길에서 아트카이브 스튜디오의 김소형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어린 시절 음악을 공부하러 영국으로 유학을 갔으나 음악이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고등학교 때 우연히 미술을 접하게 된 후로 대학에선 패션디자인을, 대학원에선 패션경영을 전공했다. 졸업 후엔 비비안 웨스트우드 영국 본사에서 최초 한국인 직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1년, 대학시절 친구였던 마소영 디자이너와 한국에서 아트카이브 스튜디오를 설립한 후 현재까지 영업과 마케팅·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힘든 상황이나 위기를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하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김 대표의 인생을 통해 우리의 20대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를 성찰할 수 있다.
<필자주>


▲인생스토리를 시작하기 전, 독자들에게 아트카이브 스튜디오에 대한 소개를 해 달라.
우선 아트카이브는 Art(예술)와 Archive(보관하다)의 합성어로, 패션에만 제한을 두지 않고 예술 쪽의 여러 방향을 다루고 싶은 마음에서 지은 이름이다. 반짝 유행을 타는 페스트 패션과는 달리 실용적이며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는, 예술로서의 의미와 보관한다는 의미를 함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개하는 브랜드 ‘mah soyoung’은 손을 많이 써서 질 좋고 정직한 제품들을 만드는 건강한 디자인을 하고 있다. 우리는 고객들이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는 우리 제품들을 통해 행복을 느끼길 바란다. 또한 국내에는 아직 텍스타일(각종 천이나 섬유 같은 섬유 제품에 패턴이나 컬러 등을 달리 한 디자인)을 중심으로 의류 컬렉션을 하는 브랜드가 많이 없는데, ‘mah soyoung’의 옷들은 모두 마소영 디자이너의 그림들이 자수나 실크프린트로 표현된 텍스타일로 제작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영국으로 유학을 갔다. 영국에서의 유학 생활은 어땠는가?
원래 음악을 하려고 영국 유학을 준비했었다. 나도 나름 음악을 한다는 생각으로 유학길에 올랐는데, 음악 수업 첫날 그 자만심이 완전히 깨졌다. 음악 수업의 학생들 대부분은 절대 음감을 가지고 있었고, 악보를 받음과 동시에 바로 첫 리딩이 가능했다. 어린 나이에 굉장히 큰 충격이었다. 그 후로도 음악은 꾸준히 했지만, 내 본업의 길은 아니라는 것을 일찌감치 깨닫게 됐다.

▲패션계에 대한 구체적인 꿈은 언제부터 꿨는지?
처음부터 패션 관련 직종이 꿈은 아니었고 단지 관심만 있었다. 우연하게 고등학교 때 미술로 장학금을 받아 학교를 다녔는데, 그때부터 미술을 본격적로 시작했고 교내에서 열린 작은 패션쇼를 경험하면서 패션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본인의 20대를 돌이켜본다면 어떠했는가?
돈 주고 살 수 없고 다시는 겪을 수 없는 다양한 경험을 했다.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했고, 비비안 웨스트우드에서는 인턴 생활 6개월 동안 무급이었던 물류창고에서부터 일을 시작해 그 경험으로 나중엔 취직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정말 바닥에서부터 하나하나씩 위로 올라간 케이스다. 비비안 웨스트우드 무급 물류창고 인턴에서 경영 팀까지 올라갔다. 그때의 경험들이 지금 아트카이브 스튜디오를 이끌어 가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영국 유학을 하면서 향수병이나 인종차별 등 힘들었던 점이 많았을 것 같은데, 이를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가 있다면?
솔직히 인종차별이나 향수병을 많이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힘들진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 그게 인종차별이었구나’라고 뒤늦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긴 하지만, 워낙 어렸을 때 유학을 갔기 때문에 무엇이 인종차별인지 잘 몰랐던 것 같다. 또한 인종을 떠나 다양성을 인정한다면, 이런 것들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졸업 후엔 비비안 웨스트우드에서 경영 팀에서 일했었다. 일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만 5년을 다니고 퇴사를 해서 입사 처음부터 퇴사 날까지 모든 것이 소중하고 기억에 남는다. 특별히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한국인 최초라는 타이틀 아닌 타이틀을 알게 된 날이다. 인턴 생활을 했던 한국 학생들이 한국에 돌아가선 본사 직원이었다고 하는 바람에 한국 회사들에서 확인 메일이 올 때도 있었다. 그러면 인사과가 자연스레 나에게 보여줬는데, 사정을 몰라 물어보니 한국 직원으로는 내가 처음이라고 말해줬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한국인 최초 비비안 웨스트우드 본사 직원이라는 기쁨을 맛봤다.

▲영국에서의 행보가 화려하다고 느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영국에서 한국을 알렸거나 하는 등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워할 만한 경험이 있다면?
흔히 말하는 ‘의지의 한국인’ 이미지를 심어준 적은 있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굉장히 성실하고 본인의 생각하는 것보다 가지고 있는 능력이 훨씬 많다. 예를 들어 많은 한국 사람들은 액셀·워드·파워 포인트를 능숙하게 쓰며, 포토숍·일러스트·인디자인 같은 프로그램들도 잘 다룬다. 전문인이 아닌 ‘일반’ 회사원이 컴퓨터 프로그램들을 잘 다루는 게 외국인들 눈에는 신기하게 보였나보다. 회사 직원들로부터 “한국은 외국 나가기 전에 국가 차원에서 그런 걸 트레이닝 시켜서 내보내느냐”는 농담조의 말을 들은 적도 있다. 한국 사람들은 참 멀티태스킹을 잘 한다고. 그리고 외국인들은 한국사람 특유의 성실함에도 항상 놀라는 것 같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회사에서 한국 사람의 인상이 좋아졌고, 나 이후에도 몇몇 한국 사람들이 회사에 입사했다. 현재 친동생과 동생의 남편도 비비안 웨스트우드 본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본인이 느끼기에 한국과 영국의 패션 시장은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가?
공통점은 점점 빨라지는 패션 시장의 변화 속도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차이점이라면 영국은 유럽과 가깝기에 유럽 진출 혹은 유럽 고객들과의 만남이 굉장히 쉬운 편이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해외 진출의 방법이나 기회를 찾기 힘들다. 전보다는 많이 나아진 편이긴 하나, 유럽 패션시장을 경험하고 돌아온 사람으로서 조금은 더 개선되고 발전돼야 하는 면이라고 생각한다.

▲사업을 하면서, 혹은 비비안 웨스트우드에서 근무하면서 힘들었던 적이 있는지?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는가?
아직은 죽을 만큼 힘들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징징거리기는 하나, 웬만하면 위기가 기회라고 생각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힘든 상황에 닥쳤을 때, 당장은 힘들지만 그 후엔 지난 일의 힘든 상황 때문에 더 단단해지고 대처법도 빨리 터득하는 것 같다.

▲지금의 김소형을 있게 만든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있는가?
아직 서른 조금 넘었기 때문에 더 살아봐야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믿는다.

▲비즈니스를 담당해서 그런지 성격이 굉장히 쾌활하고 사교적인 것 같다. 본인만의 비결이 있다면?
주변 친구들은 내가 흥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어렸을 때 사진을 보면 춤을 추고 있거나 노래를 부르는 사진들이 많다. 물론 나도 스트레스를 받는 날도, 우울한 날도 있다. 그런데 최대한 그걸 주변에 보이지 않으려고 한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가져온 습관이라 그런 것 같다. 남에게 나 힘든 소리해서 뭐하겠나. 다들 나름 힘들고 고민들도 많을 텐데.

▲페이크 패션의 열풍으로 가죽 위에 시계 무늬를 프린트한 ‘반사시계’가 히트를 쳤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반사시리즈가 브랜드 mahsoyoung의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하는지?
터닝포인트라기보다 유럽에서 활동하던 마소영이라는 디자이너를 국내에 알리기 좋은 컬렉션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조금은 슬픈 이야기지만, 지금은 내 사업을 하기 때문에 인생의 대부분의 목표가 회사와 관련돼 있다. 일로서의 목표와 욕심은 너무나 많은데 가장 바라는 건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하며, 일하고 싶어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마소영 디자이너와 오래전부터 함께 지닌 목표인데, 학교나 아트스페이스를 설립하고 싶다. 구체적인 내용은 둘만이 아는 내용이라 발설할 수 없지만 쉽지 않은 목표임은 분명하다. 그 목표를 위해 많이 노력해야 하고 아직은 경험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마지막으로 본인처럼 패션 업계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대학생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
요즘 들어 20대 친구들이 부쩍 고민 상담을 많이 하는데, 우선 우리가 흔히 접하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봐오는 패션 세계와 현실은 굉장히 다르다. 힘들고 어이없는 상황도 많다. 그럴 때 마다 당황하지 말고 그 상황을 즐겼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전해보기도 전에 고민을 하는 이유는 아마도 다칠까봐, 상처 받을까봐, 실패할까봐 하는 두려움 때문인 것 같다. 아직은 나이가 어리기에 조금은 실패하거나 돌아가도 괜찮다. 그때 경험했던 것들이 나중에 인생에 있어서 아주 큰 보탬이 된다는 것은 확실하다. 힘든 상황이라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비슷한 상황에 닥쳤을 때 더욱 성숙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러다보면 많은 업무도 긍정적인 마인드로 처리하는 방법도 생긴다는 것.


김보미 기자 spring2@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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