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 사람이라서 가능하다
백색볼펜. 사람이라서 가능하다
  • 승인 2014.11.11 18:02
  • 호수 138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해

이번학기에 듣는 법 관련 교양에서 재판의 이해를 돕고자 교수님께서 틀어주신 「그래도 나는 하지 않았어」라는 영화를 보았다. 영화는 면접을 보러가다 억울하게 치한으로 몰린 한 청년의 체포부터 공판까지의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결론을 미리 말해 미안하지만, 하지 않은 일에 대해 합의를 볼 수 없다며 몇 개월간의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은 청년은 결국 마지막 공판에서 유죄선고를 받는다. 그리고 선고를 받는 마지막 장면에서 청년은 억울함을 감추지 못하며 혼자 생각한다.

“판사는 내 진실을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재판은 진실을 밝혀내는 곳이 아니라, 모든 증거를 모아놓고 무죄를 줄 것인가 유죄를 줄 것인가 판단하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나다. 나는 판사는 실수를 했다는 것을 안다.”

영화 속 청년처럼, 나 또한 어릴 적부터 법의 최종 심판자인 판사를 대단하게만 생각해 왔다. 하지만 정치판은 더러우니 발담구지 말라던 아버지께서는 특히 판사는 가장 좋지 않다고 누누이 말씀하셨다. 이는 사람이 사람을 판단하는 행위 자체를 지양하는 당신의 가치관에 의해서였다. 아버지는 평생을 남을 평가하셨고, 이제는 누구든 자신의 줏대로 상대방을 평가하는 것이 매우 큰 잘못이라는 것을 아신다고 말씀하셨다.

아무리 대단해봤자 같은 인간인데 그 사람의 단적인 모습만 보고 나의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일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심지어 재판관은 그런 인간의 판단에 의존해 사람의 죄를 결정지으니, 그 잘못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필요성을 무시할 수 없으니 필요악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아야 하는 것 외에 같은 맥락에서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냐’고 말하는 것 또한 지양해야 한다.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반대로 생각해보자. ‘사람이기에 그럴 수 있다. 인간이라서 가능한 일이다’라고. 대단한 현자도 개한테서 배울 것이 있다고 할 정도로 우리는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남을 바라보고 판단하려고 할 때, ‘인간이라서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바라보자.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사람도 그렇지만 사람이 만든 것, 사람이 모여 있는 집단과 사회도 피차일반이다. 사사건건 악을 쓰며 말도 안 된다고 자기만 더 힘들어지지 말고, 사람도 학교도 사회도 어쩔 수 없는 문제는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자. 우리가 인간이기에 하나를 충족하려면 한 가지를 포기해야할 수 있다는 것을 알자. 모든 불만이 완벽하게 사라지길 바라는 태도는 이해심이 매우 부족한 자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대신문은 그 모든 목소리를 듣고 노력할 것이다. 다만 자신이 볼멘소리를 내기 전에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은 조금 더 이해를 해보려는 노력이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때 내가 실수했어도 너무 자책하진 않아도 된다. 사람이라서 가능한 것이니까.
<惠>

惠
다른기사 보기

 dkdd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