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롤리타'
도서'롤리타'
  • 여한솔
  • 승인 2014.12.02 16:47
  • 호수 1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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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으로 빚은 관능 롤리타를 만나다

한번 쯤 들어봤을 단어 ‘롤리타’. 헌데, 누구든 이 단어를 접하면 대게 ‘롤리타 콤플렉스’를 떠올린다. 음란물에 흔히 쓰이는 ‘로리콘’, ‘롤리타 콤플렉스’와 같은 단어는 소설 주인공 이름을 따서 만든 단어로 주로 ‘소아성애자’를 지칭할 때 사용한다. 그런데 롤리타를 소설로 접한다면, 소설에 등장한 미학을 무시한 채 그 이름을 얼마나 추락시켰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로, 아침에는 한 쪽 양말을 신고 서 있는 사 피트 십 인치의 평범한 로. 그녀는 바지를 입으면 롤라였다. 학교에서는 돌리. 서류상으로는 돌로레스. 그러나 내 품안에서는 언제나 롤리타였다.”
롤리타는 남자 주인공 햄버튼이 주인공 돌로레스에게 붙인 애칭이다. 햄버튼이 하숙하는 집주인 딸 돌로레스는 어린 소녀지만, 나이에 비해 성숙하고 햄버튼을 유혹할 만큼 되바라진 부분이 있다. 소녀에게 성적 감흥과 깊은 애정을 느끼는 햄버튼은 롤리타에게 이용당하면서도 벗어나지 못한다. 독자들은 햄버튼이 롤리타에게 가지는 강렬하고 때로는 손끝 발끝이 짜릿짜릿 해지는 성적 욕망을 뛰어난 묘사와 문장력을 통해 영상처럼 느낄 수 있다. 햄버튼이 그 감정을 실천으로 옮기지 않을 때 독자의 긴장감 역시 상승한다. 롤리타가 햄버튼을 자극시키며 장난치는 모습을 볼 때면 어린 아이의 짓이라고는 생각 할 수 없는 철없고 응큼하지만 묘한 애정과 귀여움이 넘쳐난다. 그 생생한 묘사들이 그 둘의 관계를 문학으로 완성시킨다.
농밀한 문장이 많지만 전혀 추접스럽거나 외설적이지 않다. 오히려 ‘관능’이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한다. 철부지소녀에게서 나오는 도발적인 태도와 그것에 견디지 못하는 성인 햄버튼. 그 둘은 결국 혼란스럽고 매혹적인 관계에서 파멸의 구렁텅이로 빠진다. 오히려 위험한 관계와 감정이기 때문에 인물의 파국이 소설의 완성도를 높인다. 섹시한 말괄량이처럼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비키니를 입고 돌아다니고, 다리를 꼬며 햄버튼을 유혹하는 등, 롤리타의 촘촘한 묘사와 행동은 독자까지 달착지근하게 유혹한다.
롤리타가 이끄는 매력은 그녀의 태도 뿐 만이 아니다. 소설은 햄버튼의 내면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과 묘사가 가히 생생하다. 작은 몸짓과 부드러운 살결, 머리카락과 그녀의 손짓 발짓을 눈으로 음미하는 부분은 롤리타를 완벽한 ‘롤리타’로 완성시키기 충분하다. 그가 롤리타의 순수를 범하기 전까지 내면에 끓는 역동적인 폭력성과 욕망이 많이 보인다. 롤리타가 성장할 까봐 그녀의 키와 몸무게를 체크하고 변화가 없을 때 안도하곤 한다. 골반이 벌어지지 않고 가슴이 납작한 어린 아이의 몸을 탐욕적으로 껴안기도 한다. 그러면서 그는 꾸준히 상상의 배심원들에게 자신을 합리화 시킨다. 읽다보면 그가 소아성애자 변태가 아닌, 단지 위험한 취향의 사랑에 빠진 남자로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독특한 두 인물이 전개하는 롤리타를 꼭 한번 책으로 접해보길 추천하며 끝으로, 햄버튼이 취해 있던 그 이름을 되짚어 보길 바란다. ‘세 번 입천장에서 이빨을 톡톡 치며 세 단계의 여행을 하는 혀끝. 롤-리-타’ 책을 덮을 때 어쩌면 당신은 원래 알고 있던 이름 보다 더욱 달콤하고 아름답게 취해있을 것 같다.

여한솔 기자 52132132@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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