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강의’, ‘족보’라는 존재의 불편함
‘꿀강의’, ‘족보’라는 존재의 불편함
  • 여한솔기자
  • 승인 2014.12.02 17:18
  • 호수 13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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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게 수업은 ‘밥’ 과 같다. 수업을 통해 지식을 쌓고, 생각하는 힘을 기른다. 학생들은 학교라는 제도권 교육의 수업 속에서 체득한 것을 바탕으로 사회에 진출하여 그 에너지를 발산한다. 특히, 대학의 수업은 학생들에게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다. 대학생들은 이전보다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듣고 싶은 수업을 선택하고, 수강신청을 통해 자신의 학기를 설계해 나간다. 때에 따라선 자신이 듣고 싶은 수업을 위해 몇 시간씩 대기하는 수고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학생들이 선택하는 수업 모두가 과연 학생들에게 ‘밥’ 과 같은 영양소를 줄까. 어렵게 수강 신청한 수업이 성에 차지 않거나, 교수들의 준비 부족 등으로 그저 그런 강의라는 것에 실망하는 학생들도 많다.
그 수강 신청의 과정에서 ‘꿀강의’라는 소문이 돌기도 하고, ‘족보’라는 것이 있다는 얘기도 듣는다. ‘꿀강의’는 노력에 비해 쉽게 학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고, ‘족보’는 수년간 거의 비슷한 내용으로 진행되는 수업으로 인해 ‘바이블’처럼 내려오는 몇 페이지짜리 ‘시험대비서’를 일컫는 말이다. 그것만 달달 외우면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꿀강의’, ‘족보’라는 것은 그만큼 학점을 얻기도 쉽고, 수업 준비도 쉽다는 얘기의 상징이다.
이번 기사를 위해 학생들과 강의 실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 했을 때, 학생들은 ‘강의 분위기를 잡아 주지 못하는 교수’, ‘매번 내용이 똑같은 강의 구성’ 등에 대해 아쉬움을 많이 쏟아냈다. 편한 시간을 바라는 것은 대학 내 최고 지식계층인 교수들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물론 요즘 교수사회에 대한 대내외적인 압박이 예전보다 커진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은 역설적으로 노력하지 않는 교수들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연구하지 않는 교수, 수업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는 교수, 새로운 교수법을 고민하지 않는 교수들로 인해 학생들은 대학에서 점점 지식의 ‘편식’을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처하게 된다.
좀 더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학생들의 생각하는 힘을 끌어내는 강의에 학생들은 어렵고 힘들지만 그 속에서 더 많은 지식을 얻는다. 과제 수행으로도 충분한 공부가 되는 수업, 어떤 허점으로 질문이 쏘아질지 모르는 강의에 모두가 긴장한다. 하지만 대개 그 긴장을 즐기고 그것을 통해 자신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그렇게 힘들었어도 등록금이 아깝지 않은 수업이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때때로 학생들이 어려운 수업을 겁내는 것은 그동안 익숙하지 않은 교육을 장시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부수고 새로운 대학 공부의 기회를 주는 것도 바로 수업 공급자인 ‘교수’의 몫이다. 계속 겁을 주고 그 겁을 다잡고, 훈련되지 못한 생각의 물꼬를 트는 것은 교수들의 지속적인 과제다. 학생들에게는 창의력을 요구하면서, 교수 스스로는 창의적이지 못한 것은 아닌지 교수들도 스스로 돌아 봐야 한다. 단지 학생들에게 이미지만 좋고, 인기만 좋다고 다가 아니다. 그것이 학생들이 편해서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여한솔 기자 52132132@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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